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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들아, 하루를 어떻게 보냈니?

  • 등록 2024.06.19 11:22:46

[축산신문]

 

김 성 진 소장(아태반추동물연구소)

 

ICT와 동행하는 동물복지 ②

오랜만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시청하였다. 2022년에 텔레비전 공중파를 타고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이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가 부조리한 사회와 고정관념에 대한 법적 시각을 흔들어 의뢰인을 돕는 내용이다. 이 드라마 시리즈 중에 ‘방구뽕’ 이야기는 자칭 어린이 해방군 총 사령관의 재판에 관한 이야기이다. 극 중 어린이 총사령관(방구뽕)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학원은 어린이를 가혹한 환경에서 공부시키기로 유명했다. 방구뽕은 학원 학생들을 납치하고 학업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는데, 사실 그는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어린이들을 놀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저녁 10시까지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며 오직 공부만 하는 아이들을 걱정해 잠시라도 마음을 풀어주고자 했던 것이다. 필자는 본 에피소드를 감상하며 만약 아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는지 그들의 부모가 알고 있었다면 과연 이렇게 가혹한 교육을 하겠는가라는 의문을 던져 보았다.
우리가 키우는 가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가축에게서 얻는 생산물은 인간이 생산과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것들이다. 경제 동물은 고기와 우유, 계란 등을 생산하고 운송, 경운과 같은 일을 통해 사람에게 유무형의 자원과 소득 형성에 기여한다. 가축이 보내는 하루는 생산 활동의 중요한 과정이자 생산물을 완성시키는 중심축이다. 학생들이 매일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가장이 직장과 일터에서 일을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매일 가축의 일상적인 상황을 점검함으로써 그들이 건강한지, 올바르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가축이 생산하는 능력에 걸맞은 하루를 보내는 일은 가축의 장기적 생산성과 경제성을 확보하는 최선을 길이다. 
이러한 생산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가축 정밀사양이 필요하다. 가축 정밀사양을 위해서는 가축이 보낸 하루를 감지하는 도구가 필수적이다. 그것이 바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중 행동 모니터링 장비이다. 이러한 기술은 ‘엄마’를 대신하여 24시간 아기를 관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아기가 아플 때, 배고플 때, 위험에 빠졌을 때를 알려주고 회복과정을 보여준다. 가축과 함께 살아가는 곳에서는 이미 가축의 하루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부모의 마음으로 가축을 바라보는 일이 정말로 가능해진 것이다.
  가축의 하루 일상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자. 한우 송아지로 예를 들어보겠다. 송아지의 일상은 아침 해가 뜰 때 어미 소의 먹이 행동과 동시에 시작된다. 송아지는 기지개를 켜고 어미 소에게 달려들어 젖을 빤다. 젖을 마음껏 빨았다면 무리의 송아지들과 놀며 탐색하기도 하고, 신생 송아지는 다시 늘어지게 잠을 청한다. 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미 젖을 빨고 바닥에 먹이가 될 만한 것을 탐색한다. 송아지에게는 먹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먹는 행동은 송아지의 성장뿐만 아니라 모든 가축의 건강과 생산성에 핵심 지표가 된다. 또한 동물복지 관점에서도 배고픔으로부터의 자유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결국 하루 중 얼마나 먹는지 파악하는 일은 올바른 생산과 성장을 확인하는 일이다. 과하게 먹어서 생기는 문제보다 부족하게 먹었을 때 관리자는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가축이 못 먹었다면 질병과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커다란 환경변화가 발생했다는 증거이다. 만일 송아지가 젖을 빨지 않으면 설사나 호흡기 질병에 걸려 고생할 가능성이 높다. 관리자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한 조치로 질병으로부터의 고통을 최소화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환경 개선을 하고 송아지의 상태를 지속해서 관찰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인공지능 기술이 송아지의 먹이행동 수준, 질병발생, 회복을 모니터링하여 가축 정밀사양을 돕는다.
 인간의 행복을 위해, 특히 어린이 행복을 위해 방정환 선생과 같이 노력한 덕분에 오늘날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삶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인간사에서는 드라마 우영우에서처럼 방구뽕과 같은 사람이 나서서 불합리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돕는다. 즉 서로가 서로를 돌봐주는 것이 다. 그러나 가축들은 같이 지내면서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고 돌보는 데 한계가 있다. 규모화된 축사 시스템에서 가축 관리자도 많은 가축을 모니터링하고 돌봐주는 것은 부족함이 크다. 동물은 인간에게 언어로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없다. 따라서 인간사회의 방구뽕 같은 존재를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 시작은 인공지능 ICT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축 행동·생리 모니터링 시스템을 현장에 도입하는 일이다. 우리는 이러한 기술 발전을 통해 스마트 축산과 동물복지를 지속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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