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곽춘욱 고문(건지·벤코코리아)
우리는 어떠한 불행이 닥치면 “Why me?(왜 나야?)”, 또는 “Why only me?(왜 나만?)”를 외치고는 한다.
남들은 모두 문제가 없이 행복해 보이는데 나에게만 불행한 일이 발생하고, 그래서 나만 불행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아마 이러한 내면에는 나 자신만큼은 불행으로부터 빗겨 가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배어 있거나, 또한 불행한 일에 대한 준비가 사전에 되어있지 않았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현직 대통령(46대)인 조 바이든(Joe Biden)에게조차 불행은 빗겨가지 않았다. 그의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만화 액자 두 개는 조 바이든이 29세 나이로 상원의원에 당선된 그 해 크리스마스 때 교통사고로 아내 닐리아와 장녀 나오미를 잃고 두 아들마저 크게 다쳐 하나님을 원망하며 큰 슬픔에 잠겼을 때, 아버지 ‘조셉 바이든 시니어’가 아들을 위로하면서 건넨 것이다. 그 액자 속의 만화제목은 ‘공포의 해이가르’로 바이킹인 해이가르는 어느 날, 자신이 탄 배가 벼락에 맞아 좌초되자 하느님을 원망하며 하늘을 향해 외친다. “왜 하필 저 입니까?(Why me?)” 그러자 하나님께서 그에게 되물었다. “왜, 넌 안 되는데?(Why not?)” 조 바이든은 이 만화를 통해 ‘불행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예상하지 못한 불행이 누구에게나 올 수 있음을 인정한다고는 하나 지금 국내 축산업계의 불행스러운 상황 또한 예사롭지 않다. 이제껏 양질의 먹거리를 제공하며 국민의 보건향상에 진력을 다해 왔건만 이제는 축산이 마치 ‘공공의 적’인양 마구 휘둘리고 있다. 냄새로부터의 민원, 지속적인 분뇨처리문제, 동물복지 전환에 따른 사육수수 감축 및 축사시설의 개·보수, 원부자재의 가격상승, 각종 유행성 질병으로부터의 방역의무, FTA에 의한 무관세 축산물의 수입증가 등 악재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식물성 대체식품까지 동물성 축산물에 대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우리만의 것은 아니다. 소시지의 나라 독일에서도 돼지고기 소비가 급감하고, 지난 20여년간 독일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던 곰 모양의 햄을 만들던 공장도 최근 문을 닫았다. 내용을 살펴보면 돼지고기를 독일인이 2007년에 연간 1인당 약 40kg을 먹었는데 2022년에는 29kg으로 줄었고, 그 결과 독일의 돼지 개체수도 엄청 줄었다. 물론 돼지고기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미국 또한 돼지 사육 농가들이 이윤 감소, 수요 감소, 비용 상승 등과 씨름하고 있고,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 중국의 소비량도 점차 줄고 있다. 이는 건강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소시지 등과 같은 가공육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더해 친환경 축산 및 동물복지에 대한 세계적인 흐름에 대한 압박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친환경, 동물복지가 어느 특정인을 위한 것인 양 뒷짐 지고 눈치보기 만을 할 것인가?
더구나 이제는 SNS를 통하여 세계가 하나처럼 움직이는 시대인데 나만, 또는 우리만 이러한 상황에서 빗겨 가기를 바라는 것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꿈에 불과하다. 동물복지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사실은 진즉 그렇게 실행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여건이 녹록하지 않아 미처 실행하지 못했을 뿐이다. 동물도 인간과 똑 같은 생명체로서의 욕구-배고픔과 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 통증·부상·질병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 두려움과 괴로움으로부터의 자유 즉, 동물의 5대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곧 동물복지다. 국내에 동물복지가 개시된 것이 어언 10년이 훌쩍 지났는데 현재까지 전국에서 423개 농장(산란계 223개, 육계 145개, 돼지 18개, 젖소 31개, 한우 6개)만이 동물복지 인증을 받았다. 어찌 보면 이러한 빈약한 결과치들은 코로나19와 같은 미래의 재앙을 불러오는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일인데도 말이다. 왜냐하면 이제껏 세계적으로 대 유행한 바이러스성 질병은 동물들이 매개체가 되어왔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그러한 의미에서 동물복지도 나쁜 일, 즉 재앙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구하는 인류애(人類愛)요, 유비무환(有備無患)임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동안 뒷짐지고 있던 정부가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축산물의 원활한 유통을 촉진하기 위해 힘을 쓰겠다고 하니 기대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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