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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산티아고 순례길<8>

중세 시가지의 생동감 넘치는 빌바오 시 관통

  • 등록 2020.10.21 10:36:13


(전 농협대학교 총장)


명소 구겐하임 박물관 관람…특이한 건축 구조 눈길


▶ 빌바오 구겐하임 박물관을 보다. ( 5월 28일, 6일차)

게르니카를 출발하여 빌바오(Bilbao)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길로 이어졌다. 빌바오를 관통하면서 본 옛 건물들과 오래된 시가지는 중세에 이 도시가 얼마나 번창하고 생동감이 있었는지를 뽐내는 듯했다. 빌바오 중앙역의 디자인은 매우 독특하여 오래 동안 눈에 담고 사진도 찍었다. 빌바오시는 스페인 바스크지역 비스카야주의 주도로서 스페인에서 네 번째로 크며, 비스케이만으로 흐르는 네르비온강(Nervion)을 끼고 있다. 도시 가운데를 흐르는 강을 따라 강 양쪽의 아름다운 시가지를 구경하면서 유명한 구겐하임박물관(Guggenheim Museum)으로 향했다. 

빌바오는 15세기 이래 제철소, 철광석 광산, 조선소 등이 많이 있던 공업도시였으나 1980년대 들어 경기침체와 바스크분리주의자들의 잇단 테러로 침체의 길로 빠져들었다. 1991년 바스크지방 정부는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1억 달러를 들여 항만 부지에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했으며 공사에 착수한지 7년만인 1998년에 개장했다. 침체된 도시의 활성화를 위한 이들의 시도는 적중하여 연간 100만 명의 관람객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이 박물관에는 미국 철강업계의 거물인 솔로몬 구겐하임(Solomon Guggenheim)이 세운 뉴욕과  베니스의 구겐하임 미술관과 함께 수많은 그림과 조각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전시된 예술품보다도 세기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박물관 건물 자체를 보기 위해서 찾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다. 캐나다계 미국인인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이 건물은 특이한 외관과 티타늄 등 특수 소재를 사용한 독특한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강바람을 맞으며 걸어가는 길은 모처럼 시원하게 느껴졌다. 멀리서 보이는 구겐하임 박물관의 외관이 범상치 않았다. 보기에도 참 특이했다, 놀랍다는 인상을 받았다. 티켓을 사기 위해서 사람들이 기다랗게 줄을 서 있었다. 저러니 구겐하임이 도시를 살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낭을 맡기고 표를 구입하여 막상 안으로 들어가 보니 건물 내부 구조가 특이하여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전시된 작품들은 주로 현대 미술과 조각품이라서 난해한 작품들이 많았다. 한국 화가의 작품이 전시된 적도 있었다는데 오늘은 없었다. 

아직도 르네상스시대 그림이나 조각품에 익숙하고 사실화에 숙달된 눈은 뜻을 알 수 없는 작품 앞에서 오래 머물지 못했다. 가끔 이해할 만한 작품 앞에서는 나름의 눈으로 평가도 해보곤 했지만, 그렇게 주마간산 격으로 한 바퀴 도는 데도 두 시간이 족히 걸렸다. 어쨌든 그 유명하다는 빌바오 구겐하임 박물관 건물을 보고 예술품을 감상하는 문화생활을 했으니 오늘 하루 내가 정신적으로 좀 더 성숙해진 느낌으로 다시 배낭을 멨다. 구겐하임 박물관을 뒤로 하고 강을 따라 걷다보니 부지가 상당히 넓은 항만지역이 지금은 폐허가 되다시피 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옛날 돛단배들이 빈 도크에 전시되어 있기도 했다. 예전에는 상당히 활기를 띠었을 시가지도 활기를 잃고 있었다. 결국 구겐하임이 빌바오를 살린 것이다.   

사설 알베르게에 체크인하고 마켓에서 장을 보아서 저녁을 했다. 한국인 30대 젊은이 한 분을 만나서 반가웠다. 독일 뒤셀도르프(Du?selldorf)에 사는데 뚝방마을이라며 웃는다. 뒤셀은 뚝방, 도르프는 마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자기는 산티아고까지 가지 않고 한 주간만 걷고 돌아갈 계획이란다. 독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머리도 식히고 새로운 구상도 할 겸 왔다고 했다. 그렇기도 하겠지, 외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울까. 우리는 아꼈던 컵라면을 같이 먹으며 그의 사업이 잘 될 거라고 격려해주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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