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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우한 폐렴’은 안되고 ‘햄버거병’은 되는가?

  • 등록 2020.08.12 10:10:29


윤요한 교수(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최근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유치원생들이 집단으로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신장이 손상되고 혈뇨 증상을 보이는 질병)의 증상을 보여 병원에 입원했고 일부 원생의 가족 중에는 유증상자가 있었다. 

감염자들 중 일부 원생들은 투석까지 받는 심각한 수준의 집단 식중독 사건이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제2급 법정감염병균인 장출혈성대장균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장출혈성대장균은 1982년 미국에서 햄버거를 통해 발생한 식중독 사고로 처음 알려졌으나 이 세균은 야채, 과일, 수산물을 통해서도 감염될 뿐만 아니라 수영장물을 통해 감염된 사례들도 보고 되었다. 또한 애완동물을 포함해서 동물을 만지는 것으로도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될 수 있다. 

이렇게 장출혈성대장균은 아주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감염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많은 언론매체에서는 이 용혈성요독증후군에 대해 ‘햄버거병’이 라고 지칭하고 있다. 

이는 2017년 문제가 제기되었던 유사한 식중독 사건이 햄버거 판매회사와 관련이 있다는 보도 이후부터 국내에서 잘못 사용되어 오고 있는 것으로 생각이 된다. 이 사건에서 해당 회사와 그 식중독 사건과의 인과관계는 결국 입증되지 못했다. 

특정 질병을 부르는데 있어 이와 유사한 경우가 코로나-19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우한에서 비롯된 폐렴 환자가 서서히 증가하던 시점에 이 질병을 ‘우한 폐렴’이라고 부르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그 사용을 자제하고 ‘코로나19’를 주로 사용해 왔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을 햄버거병이라고 부르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2006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식중독 사고가 미국에서 발생했다. 유기농 시금치를 먹은 사람들 중 장출혈성대장균에 262명이 감염되고 그 중 3명이 사망했다. 

2011년에는 유럽에서 같은 세균에 의해 3천950명이 감염되고 53명이 사망하는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는데 원인 식품은 유기농 fenugreek새싹이었다. 2004년과 2017년 영국에서는 식품이 아닌 수영장 물을 통해 사람 간 장출혈성대장균의 전염이 발생했다. 

이렇게 보았을 때 장출혈성대장균에 의한 용혈성요독증후군은 햄버거병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오히려 ‘시금치병’, ‘fenugreek 새싹병’ 또는 ‘수영장병’ 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가 처음 우한에서 발생해 우한 폐렴이라고 부르는 것은 오해가 있을 수 있어 코로나19로 부르고 있으면서 장출혈성대장균에 의한 감염증을 특정 식품을 이용해 ‘햄버거 병’이라고 부르는 것은 모순적이다. 

또한 이것은 소비자들이 특정 식품에 대한 근거없는 혐오감을 갖게 하고 안전하지 못하다는 선입견을 갖게 해 이유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지양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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