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교수,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그동안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 서울대 평창캠퍼스 그린바이오 연구단지 산업화 추진단장 및 친환경 연구소장 등을 역임하면서 늘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고자 노력했던 교육자·연구자로서의 역할을 설명하고자 한다.
1) 학자로서의 세 가지 역할
학자로서의 역할은 첫째는 교수, 둘째는 과학자, 셋째는 사회를 향한 역할 즉 익스텐션 서비스(extension service) 제공자로서의 역할이다. 이 삼박자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중 어느 면에 더 치중하느냐는 학자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교수재직 중에는 앞의 두 역할에 집중해왔고, 은퇴하면 아무래도 세 번째 영역이 조금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더라도 내 경우는 관료보다는 농·축산분야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활동하고 기여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우리 축산 바로 알리기 운동’과 ‘남북한 축산 진흥 발달’에 기여하고자 한다.
교수를 하다 보면 반복해서 하는 일이 많다. 학생들이야 해마다 학년이 올라가니까 모르지만, 가르치는 사람으로서는 거의 똑같은 강의를 해마다 반복하다 보니, 조금만 느슨해지면 매너리즘이나 멈춤이 있을 수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 매년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자고 다짐하며, 학계나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교과 내용을 수정 보완해 나갔다. 또한 매년 새롭게 들어오는 학생들은 각자 다양한 고민들을 가지고 입학한다. 젊은 친구들이니 세대 간 차이도 거의 학년마다 완연히 다르곤 했다. 내게 큰 기쁨 중 하나는 많은 학생들이 내게 상담을 요청해 왔다는 것이다. 교수는 학문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학업과 연구를 잘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여 공부여건을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한 업무라는 것이 내 소신이다.
학업이나 연구 관련 상담도 많았지만, 학생회 일이나 여러 개인적인 문제들로도 상담을 요청해 왔다. 가족 간의 어려움과 상처에 대해 상담을 오는 친구들도 많았다. 전문성을 요하는 상담에 대해서는 전문가나 전문 분야를 연결해주기도 하지만, 우선은 잘 경청하며 어려움을 이해해주고 내가 아는 다른 사례들을 이야기해주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은 힘을 얻었다고 느껴졌다. 대학원 뿐 아니라 학부 과정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에는 장학금 등을 통해 여건을 마련해주었다. 공부를 하겠다는 마음이 있는 학생이라면, 그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교수로서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학부 졸업 후 취업을 할 사람이든 과학자가 될 사람이든, 제자들이 상담을 요청하면 나는 반가움과 함께 보람을 느꼈고, 젊은이들과의 만남과 소통 자체가 아주 즐거운 일이었다.
대학 초년시절부터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 학업과 연구자의 길을 걸어 온 나 자신의 경험이, 이후 제자들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특히 교육의 경우 ‘때’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Just on-time!’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만남과 상담을 통해 제자들이 어려움을 뚫고 앞으로 전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육자로서 역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학생들과 면담해왔다. 단지 전공교육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조언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다양한 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상담 영역이 교육자로서 내 적성에도 맞는 것 같아 제자들의 상담요청에 기쁘게 응했다.
2) 카우보이(Cowboy)와 분자생물학(Molecular biology)의 융합을 통한 동물생명공학(Animal biotechnology)의 발전
교육자로서 나의 미션은 ‘높게, 넓게,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학문을 접하고 다가가자’였다. 그런 마음가짐을 기반으로 전통축산(Cowboy)과 분자생물학(Molecular biology)을 접목시킨 동물생명공학(Animal biotechnology)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했으며, 이 학문의 발전을 통하여 인류와 국가에 공헌하겠다는 삶의 목표를 세웠다. 다시 말해 카우보이 측면에서 축산업이 가진 전통 고유의 가치를 잘 보존하면서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 확장되고 있는 분자생물학 학문이 접목된 동물생명공학기술로 연구의 영역을 넓히고 융합시킴으로써, 축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궁극적으로는 건강하고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교육자로서 축산의 비전과 미션을 위해 자질함양과 자기계발을 하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시대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하고자 동분서주했다. 항상 열정, 열린 마음, 민첩성을 가지고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왔다. 이러한 마음 자세와 긍정적인 프레임 안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을 감당하다 보니 축산업이 가진 가능성을 바라보게 되었고, 미래의 생물자원산업이자 신성장 동력산업으로써의 축산업의 가치와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게 되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 ‘Challenge for Change’ 정신으로 전통 축산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생명공학과의 접목과 연구영역 확장을 통해 교육자이자 연구자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갈 수 있었다.
이렇게 내가 받들게 된 카우보이와 생명공학자로서의 소명과 역할을 수행하고자 노력해 왔고, 이런 정신과 태도가 나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학계, 정부, 농민, 업체 사람들과 공유되도록 힘써왔으며, 은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나누고자 한다. 후계 축산인 양성에도 게을리 하지 않고 미래지향적 경쟁력을 갖춘 융복합 인재를 키워나가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