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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논단>동물복지 이면<裏面>에 대한 단상

  • 등록 2019.02.11 11:17:28

[축산신문 기자]


전중환 연구사(축산과학원 축산환경과)


# 이면과의 조우

이면(裏面)이라함은 사물의 보이지 않는 뒷면 혹은 보다 진실적인 내면의 모습을 뜻한다.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이면이라는 특성은 늘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것이다. 최근 중국은 달의 이면을 살펴보기 위해 무인탐사기를 달의 뒷면에 착륙시켰다. 이 엄청난 프로젝트의 시작도 지구에서는 보이지 않는 달의 이면에 대한 궁금증부터 시작된 것으로 중국 우주항공 산업을 세계에 알리는 역사적인 일로 남았다. 이처럼 호기심은 인류 발전의 원천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의도치 않게 진실적인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어 충격과 고통을 겪게 만든다. 최근 국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동물보호단체 대표의 일탈은 동물복지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내어 많은 사람들에게 동물복지에 대한 불편함과 불신을 심어주게 되었다. 이번 사건은 개인적 일탈과 더불어 제도적으로 미흡한 점이 함께 작용한 것이라 얘기하지만 국내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보호 활동 자체가 위축될까 걱정스런 시각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이런 일탈들이 우리 주위에서 만연했으나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는 동물복지에 대해 보다 높은 의식수준을 요구하고 있으며, 동물복지의 이면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축산분야에서도 동물복지 관련 제도와 현장에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할 것이다.  


# 이면과 현실

몇 해 전 국내 방송에서 유기견 안락사에 대한 외국의 사례를 소개한 적이 있었다.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일정 보호기간 동안 견주가 나타나지 않거나 입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안락사를 시행하는 내용이었다. 물론 이번 국내에서 발생한 사건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나, 동물복지의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동물복지의 이상(理想)만을 쫓으며 이면의 현실적인 어려움들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어마어마한 수의 반려동물이 유기되고 있으나, 반려동물에 대한 교육이나 동물유기에 따른 처벌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또한 일부 언론들은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구조하는 극적인 상황연출이나 동물학대 문제를 대두시키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축산에 있어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동물복지 축산을 적용하는데 있어 축산 농가들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동물복지 축산을 실현하기 위해 제도와 시설이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 현재 소비시장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늘 축산분야의 동물복지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하며 축산 농가들이 비윤리적으로 가축을 사육하고 있다고 문제를 삼는다. 이런 식의 접근을 통해서는 동물복지 축산을 실현시키거나, 축산의 동물복지 개선을 이룰 수 없다. 

동물복지인증이든 일반농가 대상 동물복지 확대든 동물복지 축산의 실현과 확대를 위해서는 선언적 동물복지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즉 인식과 이념 속에 존재하는 ‘동물복지’라는 것을 이윤창출이 목적인 축산업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정형화된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제도가 현장과 맞지 않으면 유명무실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제도는 축산현장의 여건을 감안하여 지극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기준에 따라 가축관리와 사육시설에 대한 기술보급이 이뤄져야 동물복지 축산으로의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인식의 변화이다. 사회인식의 변화에 따른 소비패턴의 변화는 동물복지 축산물의 소비시장을 확대시키고, 소비시장의 확대는 동물복지 축산의 활성화를 이끌어 내게 된다. 사회인식은 교육과 홍보를 통해서 변화시킬 수 있으며, 이때 정확한 동물복지의 개념과 축산의 현실을 이해시켜야 한다. ‘동물복지축산이란 어떤 것이라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푸른 초원에서 가축들이 한가롭게 지내는 아름다운 장면들을 떠올린다. 이처럼 동물복지에 대한 이상만 가지고 축산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동물복지축산에 대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없다. 


# 이면의 극복

비록 동물복지의 이면이 드러나면서 사회적인 충격과 고통을 안겨주었지만 이를 부정하거나 외면해서는 동물복지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동물복지의 이면도 동물복지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고 현실적인 문제도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판도라가 봉인되어 있던 상자를 열었고, 그 속의 수많은 해악들이 튀어나와 인간들은 수많은 고통을 겪게 되었다. 다행스럽게 상자 속에 ‘희망’이 유일하게 남아 인간들이 고통들을 이겨나갈 수 있도록 하였다. 축산농가의 현실과 소비자의 기대에는 극심한 차이가 있으며, 그 차이는 소비자들에게 동물복지의 이면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축산분야의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이해해 나간다면 동물복지 축산의 확산과 더불어 국내 축산업이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