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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만들어라>맛과 품질 깊이가 좌우…가치의 축산시대, 스토리가 경쟁력

식육산업 양적 성장서 질적 성장 시대로 대 전환
스토리 있는 생산 환경 구현…프리미엄 인식 제고
지역 환경적 특색 살린 브랜딩 마케팅 도입 필요
한국축산 역사에 대한 깊은 연구·고찰 기반 돼야

  • 등록 2018.10.12 14:18:23

[축산신문 기자]


김태경 박사(건국대 축산경영연구소 연구원)


한국에 개량종 돼지가 들어온 것은 1903년이다. 네이버를 검색해 보면 두산백과에 ‘한국에 개량종 돼지가 들어온 것은 1903년' 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건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만들어 낸 역사의 기록이다. 

1944년 조선농회에서 발간한 조선농업발달사에 기록된 내용에 따라 우리나라 유수의 대학 교수들이 농업사에서 1903년에 도입된 것으로 가르쳤다. 해방 이후의 수많은 책에서도 `한반도에 서양 개량종 돼지가 도입된 건 1903년 일본에서'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건 일본이 만들어 낸 스토리텔링이 된 식민사관에 입각한 역사다.

하지만 진실은 1884년에 개설된 한국 최초의 종합농업시험장인 농무목축시험장에서 1885년 7월에 캘리포니아산 말 3두( ♂1, ♀2) 젖소 (jersey)3두( ♂1, ♀2), 조랑말 (Shetland) 3en ( ♂1, ♀2), 돼지 8마리, 양 25두 등을 도입한게 시초라고 할 것이다.

고종은 이들 가축을 위해 주위 약 8리(?)의 땅을 하사하였다. 아마 지금의 망우리일대인 것 같다.(출처: 농업사연구 제5권 2호 한국농업사학회 2006.12 농무목축시험장(1884-1906)의 기구 변동과 운영 김영진 한국농업사확회 명예회장, 홍은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획팀장)

한국 축산, 스토리를 입자라는 축산신문 33주년 특집호의 원고 청탁을 필자에게 부탁했을 때는 오늘의 축산을 돌아 보고 미래 축산에 대한 상상력이 풍부한 원고를 기대했을 거다. 필자는 식육 마케터로 한 30년 일했고 일하고 있다.

30년동안 브랜드 축산의 시대를 열었던 일세대로 활약했다.

얼리지 않은 돼지고기가 맛있는 돼지고기라는 일세대 브랜드 돈육을 마케팅했던 세대다. 

미박삼겹살을 옛날 삼겹살로, 앞다리에서 항정살을 독립시켜 새로운 스펙으로 전국 유통을 시키고 등심에서 가브리살을 구이용으로 분리 시켰다. 

등갈비가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것도 옆에서 도왔다.

최근에는 돼지고기를 덜 익혀 먹어도 된다고 말하고 다니고, 국내 최초로 돼지고기 드라이에이징도 성공시켰다.

냉수침지숙성법과 드리에이징을 교차하는 교차 숙성법을 개발 보급하기도 했다.

요즘은 삼겹살을 요추 2번에서 윗삼겹살은 구이용으로 아랫 삼겹살은 수육, 보쌈용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다리 역시 구이용 앞다리와 찌개용 앞다리로 세분화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닌다.

돼지고기 샤브샤브의 가능성도 신나게 주장하고 다닌다. 서울식 돼지곰탕을 보면 돼지고기도 품종에 따라 맛의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양돈현장에서 주로 키우고 있는 YLD(요크셔, 랜드레이스, 듀록 삼원교잡종)는 “통일벼 같이 생산성은 좋은데 맛이 없는 돼지고기다”라고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주장하고 다닌다. 

식육 산업과 축산업에 많은 이들이 마케팅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자기 자신을 식육마케터라고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 부르는 이는 아마도 필자뿐 일거다. 최근에선 국내 최초의 식육역사학자가 되겠다고 삼겹살의 시작이라는 삼겹살 근현대사를 책으로 준비하고 있다. 

참 필자가 식육마케터로 가장 잘 한 일은 IMF때 대기업 구매팀장으로 일하면서 생돈 구매 대금을 어음결제에서 입고 3일 현급 결제로 전환한 일이다. 아무도 알아 주지 않지만 이 땅의 한돈농가들을 위해서 스스로 큰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축산, 스토리를 입히자'는주제에 왜? 이처럼 자기 자랑일까?

이런 것이 스토리다. 

필자가 한국 식육산업에 많은 스토리를 가질 수 있었던 건 필자가 잘나서가 아니라 시대적으로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 고기 없어서 못 먹는다’ 라고 없어서 못 먹었던 시대가 끝나고 풍요로운 고기를 얼마나 맛있게 먹는가 하는 문제를 고민하는 시대에 식육 마케터로 일을 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일을 했던 30년간은 없어서 못 먹는 고기를 갈망하는 사람들과 고기를 더 맛있게 먹고 싶어 하는 한 차원 높은 욕구의 사람들이 공존하던 시대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세계적으로 미국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고기가 부족했다. 그래서 맛보다 생산성 중심으로 개량을 진행해서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마 80% 이상의 사람들이 고기를 맛있게 먹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시대가 되었다. 이에 따라 지금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진행했던 공장식 사육 방식 등에 많은 문제점들을 이야기 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한우, 돼지, 닭의 역사적 성장 방향이 같은 것 같으면서도 많이 다른 결과를 가져 왔다. 역우였던 한우는 육우화 되는 과정에서 고급육 정책으로 수입개방 이후에도 사육두수가 증가하는 성과를 가져왔다. 고급육 고가의 정책이 성공했다. 문제는 내부에서 오지 않고 사회 전반적인 경제 악화로 급격히 고급 한우 등심, 안심등 구이육에 대한 구매력이 극감하고 있다는 거다. 

돼지는 생산성 중심의 과학적 사육으로 전업농이 증가하여 안정적 사육 기반을 만들었다. 문제는 품질, 맛에 대한 연구가 떨어져서 농장별 차별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거다. 그냥 우리나라 한돈 산업은 거대한 하나의 농장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닭은 계열화 산업화로 닭이 아니라 치킨이 되었으니 뭐라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필요할까?

한우는 지역적 특징을 브랜딩하는 테루아 브랜드 마케팅을 도입하고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테루아(terroir)는 프랑스어로 와인을 재배하기 위한 제반 자연조건을 총칭하는 말이다. 토양, 포도 품종, 기후 등이 테루아를 구성하는 주요 요인이다. 이를 고려할 때 한우 역시 지역적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아 왔는데 우리가 그걸 잊고 있었는지 모른다. 평양우, 언양소, 안동소, 나주소, 홍천소 등 같은 품종의 한우지만 토양과 기후, 사료와 사양방식으로 얼마든 차별화 할 수 있다. 

현재 9개로 구별된 등급체계를 더욱 세분화하여 일본의 화우보다 더 마블링이 좋고 어마어마하게 비싼 1++++ 등급의 한우도 생산해야 하고 2, 3등급의 대중적 한우도 생산해야 한다는 생각도 해본다. 구이 중심의 한우 소비문화도 중요하지만 우리 전통의 탕 요리를 확대 보급, 저지방 부위의 소비도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돼지의 경우는 중량 중심의 거래가 아니라 품질 중심의 거래체계로의 전환을 통해 맛있는 고기를 생산하는 농장별로 브랜딩을 하고 그 농장들의 스토리를 마케팅 해야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돈육 브랜드 1세대는 하이포크, 선진 포크 등 물량으로 회사 브랜드로 승부했다면 이제는 성지농장, 산수골 농장, 길갈농장돼지 등 농장별 차별화된 돼지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다. 

버크셔 농장, 듀록 농장, YBD(요크셔, 버크셔, 듀록 교잡종)농장 등 품종의 차별화가 이뤄지거나, 240일 느리게 키운 돼지, 방목돼지등 남들과 차별화된 사육 방식이 스토리가 된다. 돼지고기도 이제 곧 맛의 시대가 온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새로운 세상은 가치의 시대다. 가치를 인정 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없어서 못 먹던 시대는 맛의 가치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맛의 가치가 양의 가치를 앞서가는 가치 기준이 된다.

이러한 세상의 변화를 알아야 생존할 수 있다. 

이제는 가치 축산의 시대, 이는 맛 축산의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다. 

`맛 축산의 시대'에 적극 부응할수 있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참 한국 축산의 강한 스토리를 위해서는 한국 축산의 역사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역사는 하나의 무기다. 과거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없이 현재도 미래도 없다. 과거의 역사가 진실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미래의 스토리도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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