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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동네북

  • 등록 2018.05.02 11:23:59

[축산신문 기자]


박규현 교수(강원대)


동네북 : 여러 사람이 두루 건드리거나 만만하게 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국어사전에 나오는 동네북의 의미이다. 

요즘, 축산처럼 여러 분야에 걸쳐 언론에 등장하는 산업도 드물다. 환경문제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관광지, 주택지 등에서 발생하는 악취에 대한 민원은 수시로 기사화되고 있다. 미세먼지가 심해지고 그것의 위험성이 이슈가 되면서 축산의 암모니아 배출이 그 원인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잊을 것 같으면 나오는 소 방구 이야기와 온실가스는 이제 재미도 없다. 도덕적인 부분도 이야기 된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넘쳐나면서 농장동물(산업동물)의 동물복지에 대한 논의(라고 읽고 비난이라고 이해한다)도 자주 일어난다. 동맥경화, 심근경색, 고혈압 등의 성인병이 현대인들의 건강 문제로 인식되면서 건강의 적으로 축산물이 언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채식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이것이 동물복지와 연결되면서 도덕적 우월성이라는 프레임까지 가져가고 있다.

어떠한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대상을 찾고, 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그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할 때 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인다. 미세먼지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한 예가 있다. 2016년에 환경부가 고등어를 굽는 것이 실내 미세먼지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한 이후에 고등어는 미세먼지의 주범처럼 사회 각 층에 스며들어갔다. 환경부는 2016년 5월 23일에 가정주부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요리 중에 발생하는 오염물질 정보와 대처요령을 알리기 위한 보도자료 ‘요리할 때에는 꼭 창문을 열고 환기하세요!’를 배포하고 요리할 때 환기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으나, 일반인들에게 고등어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와전되어 6월 6일 해명자료를 발표하고, 그리고 7월 22일 다시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실내 미세먼지 증가에 대한 자료가 실외 미세먼지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축산의 암모니아 배출에 따른 미세먼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축산에서 암모니아 배출이 되고 그 암모니아가 질산염과 황산염 등과 결합해 미세먼지를 생성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양이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문제에 얼마나 관련되어 있는 것이지는 불분명하다. 미세먼지에 대한 이슈가 발생하자 새로운 원인으로 나타난 축산의 암모니아. 일반인들에게 축산이 원인이라고 하면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는 것인지, 미세먼지와 고등어와 같은 해명은 찾기가 어렵다.

이제 여름이 오고 있다. 올해는 봄도 덥다. 이제 살과의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보통 살을 뺄 때는 섭취 칼로리(열량)을 줄이는 것에 관심을 두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식품의 칼로리는 어떻게 측정하는 것인지 일반인들은 잘 이해하고 있을까? 칼로리란 에너지 단위로 1g의 물을 1℃ 올리는데 필요한 열량이다. 이것은  물이 둘러싼 밀폐용기로 구성된 봄베 열량계(Bomb calorimeter)를 이용해, 물이 둘러싼 밀폐된 용기에 음식물을 넣고 완전히 태우면서 그 동안 발생하는 에너지로 주위의 물의 온도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측정한다. 즉, 식품을 기계에 넣고 태운 후에 발생한 에너지를 측정한 것이다. 내 몸속에 들어가서 어느 것이 먼저 흡수가 되는지, 얼마나 많은 양이 흡수가 되는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이용되는 것인지가 중요한데 우리는 태워서 나온 열량만을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측정한 에너지를 기준으로 해 에너지 섭취를 줄이는 식이요법과는 달리, 혈당을 줄이고 체지방을 이용하도록 하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의 효용성이 인정받고 있다. 이 역시 일반적인 지식과는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농촌사회교육원에서 2017년에 발간한 ‘농업전망 2017’은 ‘식품소비 구조 변화와 트렌드 전망(이계임 등)’을 발표했다. 저자들은 Maslow가 제시한 5단계 니즈의 계층구조를 이용해 식품소비의 단계를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식품 소비를 통해 생리적 니즈를 먼저 충족(1단계)하며, 이후 식품의 품질, 안전, 건강증진(2단계)에 관심을 둔다. 이 후 가족의 화합(3단계), 지위/명성(4단계), 그리고 감정이나 가치관을 표현(5단계)하는 용도로 소비한다. 

우리나라는 배고픔 충족을 위한 물량충족 단계(최소 에너지 충족)인 ‘생리적 단계(1단계)’를 벗어나 식품의 품질과 건강에 중심을 두는 2단계 구조를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식품의 고급화, 간편화, 합리화, 사회적 가치(3, 4단계)의 다각적 특성이 보이고 있으며, 사회와 환경 뿐 만 아니라 동물복지 등 윤리에 관심을 두는 5단계 소비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축산의 경우 우리나라의 현실과 일치하지도 않는 열량 관점에서 접근하는 먹고 살기 위한 (1단계) 에너지 식품 관점의 공격 논리에 대해서 방어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축산물이 주영양소와 미량영양소를 풍부히 가지고 있고(2단계), 가정·사회 생활을 윤택(3, 4단계)하게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물론 도덕적 문제(5단계)를 예상하고 대응하면서… 이제 과학을 이용하고 홍보를 통해서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축산=동네북’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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