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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상전벽해

  • 등록 2018.04.26 18:58:17


김 동 균 이사((전) 상지대교수, 강원도농산어촌미래연구소)


어떤 일이 크게 변해 과거의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을 흔히 ‘상전벽해’라고 표현한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뽕 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다’는 뜻이지만 요즘처럼 이 말이 실감나는 일이 흔한 세태는 일찍이 없었다.
1970년대 초엽 옥수동 언덕에서 바라 보던 한강 건너편은 잠실일원이었는데 당시에는 민가도 보이지 않는 뽕밭으로 덮혀 있었다.  몇 해 동안 차츰 건물이 들어서더니 어느덧 가장 화려하고 번듯한 강남지역의 문명과 문화가 형성되었다. 잠실, 청담동, 말죽거리 등은 나룻배를 타야 접근하던 지명이었는데 지금은  현란한 문명이 가득한 빌딩의 숲으로 변했으니 이것이 상전벽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 여파는 수도권 전역에 퍼져나가 서울주변의 위성도시들의 놀라운 번영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신속한 탈바꿈은 불과 한 세대 사이에 일어난 변화들이다.
매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시간 속에서 움직이고 일하며 때 되면 밥 먹고 자러 들어가면서 그 놀라운 변화의 모습을 체감하기 어렵겠지만 어쩌다가 아주 오랜만에 과거에 가 보았던 지점을 찾게 되면 건물과 도로의 큰 변화에 당혹감을 느낄 때가 적지 않다. 이러한 느낌은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축산인들에게는 남의 일처럼 느껴질 것이다. 매일 보는 그 가축들과 눈인사하고, 사료주고 똥 치우다가 하루 해가 저물기를 반복하는 중에 누가 급격한 변화감을 느끼겠는가?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모습이 늙음을 향해 달려가듯 축산현장의 모습도 그와 같다. 오랜 시간 후 거울에서 마주치는 자신의 늙어 진 모습을 발견하는 이치와 같이 자신이 지닌 농장이나 목장의 관리방식, 출하성적에 변화가 축적되어 있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시간은 흐르고 있다. 
각설하고, 그렇다면 축산업도 상전벽해 했는가? 결론만 말하자면 ‘그렇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변해야 한다! 더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이러면서 세월의 분수령을 넘어왔다.
늘 그러하듯 개선의 여지는 항상 눈앞에 놓여 있다. 말하자면 우리는 모든 조건을 다 이룬 상태를 즐기며 사는 것이 아니라 매일 넘어가야 할 고비를 넘으며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 해결하면 좀 여유가 생기겠지 하면서 처리해 놓으면 또 다른 문젯거리가 도사리고 있거나 또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씨름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큰 형태의 상전벽해 이야기를 잠깐 짚어보려 한다.
지금 지구상에는 무려 76억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다. 생태학적으로 보면 지구가 자연 순환적 방법으로 먹여 살릴 수 있는 사람의 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1.4개의 지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인류는 각종 기술을 개발해 그 공백을 채우며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8억5천만명은 정상적인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한 채 병마에 시달리다가 제 명을 다 하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 그러니까 축산업 종사자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인류에게 제 명에 잘 살아가도록 고급 영양소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훌륭한 작업인가?
이 점에서 축산인들의 숨은 공로를 인류는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앞으로 300년 후 지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포유류는 체중 900kg정도 나가는 암소라는 점이다. 이 말은 자연생태계의 대형포유류는 모두 멸종하고 그 때까지 존재하는 동물 중 사람이 관리해 온 가축은 남게 된다는 점을 과학자들이 결론지어 네이쳐지에 보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저들을 잘 먹이고 보살피고 있는지 살펴볼 일이 남아 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축우 생산의 기반은 조사료이다. 우리는 매년 지구로 전달되는 생명에너지의 상당부분을 땅 위에 심은 조사료자원으로 축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소중한 자원의 30~40%만 소의 입에 대 주고 있다.
이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게 무슨 소리냐고 의아해 할지 모른다. 그러나 에너지 순환적 차원으로 분석한 결과는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어떠한 형태의 수확방법도 60%이상의 영양소를 거두어들이지 못하고 있으며, 수확시기의 선택, 장비의 취급, 각종 저장시설의 관리, 급사 분배과정에서 다시 30%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론적으로 모든 손실요소들을 최소한으로 통제한다면 수확 후 양분손실을 10%이하 수준으로 낮출 수는 있다. 그렇다면 연간 생산한 영양소의 60%까지 먹일 수 있다는 계산인데 이것은 기존방식의 거의 2배의 자원을 이용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축우산업의 상전벽해가 이루어진다. 이것을 우리가 해내야 한다. 그 결과는 국산 조사료의 영양소 이용비용을 수입조사료를 사용할 때의 거의 절반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 이러한 혁명은 한국 낙농과 한우생산의 국제경쟁력을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게 될 것이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점은 이 방법을 적용할 여건이 한국보다 유리한 곳이 우리 주변에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주장은 지금은 좀 허황되게 들릴지 모르지만 조사료 문제에 대한 통합적 관리체계에 대한 이해가 바르게 전파되면서 곧 실현될 것을 필자는 확신한다. 왜냐하면, 과거 1980년대에 필자가 ‘동물복지의 시대가 온다’는 설을 전문지에 기고했을 때 사람들은 ‘인간복지도 신통치 못한 이때에 무슨 괴변이냐?’는 반응들이었으나 요즘은 이 분야를 공부한 사람들이 매우 바쁘게 일하는 상황이 된 점에서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필자는 수년 내로  한국이 조사료관리 기술면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앞 선 나라로 꼽힐 것으로 예상하면서 정부 관료를 비롯한 선각자들이 이 문제에 대한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해 축우산업에 상전벽해의 시대를 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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