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규 현 교수(강원대학교)
무허가축사 적법화 이행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무허가축사 77%가 아직도 존재한다고 하며, 이것은 축사 정비를 위한 건축법령과 지자체 조례 개정 작업이 늦어졌기 때문이다(조선일보, 2018.02.23). 2~3만명의 축산인들이 처벌받을 상황이 되자 환경부와 농식품부는 2018년 3월 24일까지 배출시설 허가(신고) 신청서를 제출하고 적법화 이행계획서를 2018년 6월 24일까지 제출하면 처벌을 1년 유예하는 공동 대책을 발표하였다.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는 농가는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농가로 인정되어 바로 가축분뇨법에 따라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축산신문, 2018.02.23).
1992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책이 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미국인 존 그레이(John Gray)가 쓴 이 책에 대해 ‘USA 투데이’는 지난 25년간 가장 영향력을 발휘한 10대 서적 중 하나로 평가했다고 한다. 이 책의 출발점은 ‘남자는 화성인, 여자는 금성인’이기 때문에 서로 간에 외계인이고 그에 따라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의 언어와 사고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잘 지낼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의 내용 중 몇 가지를 보자.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는 자신들의 기원을 잊고 지구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서로 충돌할 일들이 생기게 된다. 화성 남자는 목적을 이루는 것에서 자기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해결책을 찾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화성 남자가 원하지 않는 때에 조언을 해주는 것은 그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금성 여자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에서 만족을 느낀다. 따라서 목적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말하지 않아도 미리 알고 도와주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화성 남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동굴 속으로 들어가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해결책을 찾으려 너무 집중하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차갑고 무관심한 것으로 보인다. 금성 여자들은 다른 사람과 자기 문제를 솔직히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스트레스를 해결한다.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를 받아서 위안을 얻는다.
무허가축사 논란을 보면 화성 남자, 금성 여자가 생각난다. 화성 남자를 정부, 금성 여자를 축산인이라고 해보자. 정부는 규제를 하고 축산인들은 생산을 한다. 정부와 축산인은 우리나라에 같이 존재하기 때문에 서로 충돌할 일들이 생기게 된다. 정부는 법을 적용하는 것에서 자기 존재를 확인하게 되고 이행 방법을 찾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부가 원하지 않는 때에 조언을 하면 정부를 믿지 못한다는 것으로 생각한다. 축산인은 현재 겪는 어려움을 다른 이들이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따라서 말하지 않아도 미리 알고 도와주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정부는 문제가 생기면 동굴 속으로 들어가서 혼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해결책을 찾으려 너무 집중하기 때문에 주변 일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차갑고 무관심한 것으로 보인다. 축산인은 다른 사람과 자기 문제를 솔직히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한다.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를 받아서 위안을 얻으려 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저자인 존 그레이는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있을까? 화성 남자(정부)는 금성 여자(축산인)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야 하고, 화성 남자(정부)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버리고 그 이야기 후의 치유되는 기분을 느껴보아야 한다. 금성 여자(축산인)의 이야기가 화성 남자(정부)를 탓하거나 화성 남자(정부)의 책임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듣는다는 것이 훨씬 쉬워지게 된다.
금성 여자(축산인)는 화성 남자(정부)가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면 그가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이며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편안하게 된다. 화성 남자(정부)는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때, 금성 여자(축산인)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때 힘이 난다. 즉, 두 외계인들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서로 존중하는 것이다. 우리 축산인과 정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