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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우유 군 급식량 축소가 웬 말인가?

  • 등록 2018.01.17 10:53:54


남성우  박사(전 농협대 총장)


우유는 114가지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는 소위 ‘완전식품’이라고 한다. 어린 새끼가 어미의 젖만 먹고도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보면 분명하지 않은가. 인류가 목축을 영위하면서 가장 널리 섭취해온 식품도 동물의 젖(乳)이다. 우유는 특히 청소년의 성장과 발육에 필요한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다. 그러기에 영국 수상 처칠은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투자는 우유를 충분히 먹이는 일이라고 했다. 우유는 청소년뿐 아니라 장년, 노년 어느 연령층에게든 유용한 식품이다.

그런데 지금 낙농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 FTA의 확대로 유제품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낙농산업의 미래조차 불투명한 이 때에 국방부는 2018년 군 장병 급양계획을 개편하면서 연간 흰 우유 급식횟수를 기존의 1인당 200㎖ 456회에서 437회로 줄인다고 한다. 또 국산 사과주스 공급횟수를 27회에서 18회로 줄이고, 그 만큼을 수입 망고주스로 대체해 늘린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 개탄스럽다.

체력은 국력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군 장병의 체력은 당연히 군사력과 직결된다는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그런데 ‘완전한 식품’으로 불리는 흰 우유의 급식을 축소한다고 하니 어인 일인가. 국방당국이 군사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는 분명 아닐진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흰 우유 급식을 축소하겠다는 이유를 보면 장병들이 취식을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17년 국방홍보원 주최 전우마라톤대회 참가장병(1천344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급식우유의 용량 선호도를 보면 200㎖가 20.5%, 250㎖가 44.4% 그리고 300㎖가 35.1%로 나타났다. 여기서 잘못된 판단이라는 게 여실히 드러난다.

군납우유는 전에도 몇 차례 수난을 겪었다. 군 우유급식은 국가경제 사정이 나아지면서 1982년부터 주 2회로 시작됐고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에 주 7회로 확대됐다. 급식 우유용량은 1988년까지 180㎖이던 것이 2004년에 200㎖로, 2014년에는 250㎖로 늘어났다가 2014년 11월부터 다시 200㎖로 줄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2014년 11월에 조정할 때 연간 총량에는 변함없이 급식량과 횟수가 250㎖(연 365회)에서 200㎖(연 456회)로 조정됐다. 그 당시 군 당국의 배려로 낙농업계가 타격을 입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다. 당시에 협동조합과 낙농육우협회가 힘을 모아 농정활동을 펼친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주목할 사실은 2016년과 2017년에 ‘어머니 장병급식 모니터링단’이 장병의 영양 균형을 위해서 200㎖는 적은 양이므로 증량이 필요하다고 군 당국에 제안했다는 것이다. 2012년에는 또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장병들의 의견을 반영해 흰 우유의 급식을 줄이고 가공유(딸기맛우유, 초코맛우유 등)의 급식을 늘리겠다는 계획이 만들어진 것이다. 잘 아는 사실이지만 가공유는 환원유에 과일 맛을 내는 화학물질 첨가제를 넣어서 제조한 음료로서 영양적인 면에서 보면 흰 우유와 비교가 되지 못한다. 장병들에게 균형 있는 식단을 제공해 건강과 체력을 유지, 증진시키는 것이 군의 목표일 텐데 실제로는 목표와 역행하는 일이 벌어졌으니 포퓰리즘 행정의 병폐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학교급식에서도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가공유를 공급하는 학교가 있다고 하니 똑 같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사안의 중대함을 이해한다면 군 당국의 현명한 선택을 요구한다. 흰 우유 급식횟수를 현행대로 유지해주기 바란다. 급식용량은 오히려 현행 200㎖를 250㎖로 증량해줄 것을 간곡히 건의한다. 현재 용량 200㎖는 성인(19~29세)의 1일 우유섭취 권장량(칼슘기준)의 27% 수준으로 크게 부족하다는 것을 감안해 달라는 말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장병들의 건강과 체력 증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수입 유제품의 범람으로 생존조차 어려워지고 있는 국내 낙농산업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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