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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축산이 있어야 세상이 돈다

  • 등록 2017.09.27 14:34:34


박 규 현 교수(강원대학교)


올해에도 축산에 부정적인 많은 뉴스들이 나오고 있다. 살충제 계란, 공장식 축산, 하천의 녹조, 수질오염… 언론들은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축산의 부정적인 부분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2016년 3월에 보고한 ‘국민경제를 고려한 미래 축산정책 개선방안 연구’에서 조사한 축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총 908명의 답변자 중에서 ‘긍정적 측면이 크다’라고 답변한 비율이 62.1%이고 ‘부정적 측면이 크다’라고 답변한 비율이 14.4%, 그리고 ‘비슷하다’라는 답변은 23.5%였다고 한다. 이 조사에서 농업인의 경우 부정적 견해의 비율(24.3%)이 비농업인의 그것(13.5%)에 비해 높았는데 이것은 축산업의 수질악화와 악취 발생 등 환경문제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사자 주변인들이 축산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긍정적’ 답변이 49.8%, ‘부정적’ 답변이 20.8%이고 ‘비슷’하다는 답변이 29.4%였다고 한다. 축산업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한 복수 응답 허용 질문에서는 ‘동물성 단백질 등 필수영양분 제공’에 가장 많은 답변이 있었으며, ‘농업·농촌의 유지’에도 답변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국가경제에 기여’, 그리고 ‘다양한 교육기회 제공’에는 낮은 답변이 있었다고 한다. 부정적 측면의 경우는 환경문제에 대한 답변이 가장 많았고 동물질병에도 많은 답변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로 앞으로의 축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의 변화를 예상한다면, 필수영양성분의 경우 많이 판매되는 보조식품의 영향으로 축산물의 종합적 영양성분에 대한 중요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요인은 떨어지고, 언론에서는 축산의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축산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높아지는 방향으로 변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군 생활을 하는 동안 나의 발을 지켜준 소가죽으로 만든 전투화는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신발이 길이 들면서 외부의 위험요소에서 나를 지켜준 소중한 보호자였다. 부대에서 윤형철조망을 설치할 때 안전을 위해 사용했던 장갑도 소가죽 장갑이었다. 하지만 사회에서 소, 돼지, 닭을 생각하면 ‘먹는 것’이라는 것이 먼저 생각나고 먹는 부위 이외의 것들은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이 어렵다.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그리고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거의 비슷한 대답이었다. 단순히 축산을 ‘먹는 것’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인식이 고정되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먹는 다는 행동이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함이고 내 철학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한 지금의 시대에서 축산의 역할은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축산의 역할은 거기까지인가?
네덜란드인 Christien Meindertsma가 2007년에 쓴 ‘Pig 05049’라는 책에서는 돼지 인식번호 05049가 도축된 후 각 부위들이 어느 산업 부분에서 쓰였는지를 추적했으며, 놀랍게도 총 185가지의 물품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TED.com에서 이러한 내용으로 2010년 7월에 짧은 강연(How pig parts make the world turn)을 했다. 저자의 강연 내용을 보자.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할 때 사용하는 ‘비누’에는 돼지의 뼈를 끓여서 추출한 지방물질을 응집제로 사용하고 비누가 윤기있게 보이도록 한다. 머리를 감을 때 사용하는 ‘샴푸’와 ‘컨디셔너’, 그리고 피부를 탄력있게 해 주름을 줄이는 ‘주름제거크림’, 치아를 건강하게 하는 ‘치약’에도 사용이 된다. 씻고 나와서 먹은 맛있는 ‘빵’은 돼지 털에서 추출한 단백질 물질이 그 빵의 반죽을 향상시켰기 때문일 수 있다. 빵에 발라 먹은 ‘저지방 버터’는 돼지에서 추출한 젤라틴을 사용해서 저지방 버터의 부족한 질감과 맛을 끌어올렸을 것이다. 요즘 친환경적인 상품으로 관심이 높은 ‘다공성 콘크리트’는 안에 기체가 들어있어 가볍고 단열이 좋은 건축자재인데 이것 안에는 돼지 뼈에서 추출한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출근할 때 타는 기차의 ‘브레이크’ 안에는 돼지의 뼛가루가 들어있을 수 있고, 사무실에 도착해서 사용한 ‘본차이나’ 커피잔에도 돼지의 뼛가루가 들어가서 튼튼하고 빛나게 보이도록 했다. 점심 식사 후 디저트로 ‘치즈케이크’를 먹었다면 그 보기 좋음은 돼지의 젤라틴의 도움이었고, 그 커피숍의 인테리어를 빛나게 한 ‘페인트’의 질감과 광택, 칠할 때 사용한 ‘페인트 붓’, 벽면을 갈아낼 때 썼을 ‘사포(sand paper)’에 사용된 접착제에도 돼지에서 나온 물질을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쇠고기나 참치를 가공한 후 남은 부분은 돼지 피에서 추출한 섬유소(fibrin)를 이용해 붙인 후 냉동시키고 그것을 덩어리로 만든 후 잘라서 ‘냉동 스테이크(portion controlled meat cuts)’로 판매하고 있다. ‘맥주, 와인, 과일주스’를 생산할 때 생기는 부유물들은 젤라틴으로 만들어진 체에 거르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주사용 콜라겐’은 주름제거를 위해 사용하고 심지어 ‘총알’에도 돼지의 성분이 필요하다고 한다. 사람의 생명을 앗을 수 있는 심장판막 문제는 실제 돼지심장판막을 형상기억합금에 사용한 ‘인공심장판막’으로 해결한다고 한다. 물론 분뇨는 유기성자원으로 ‘바이오가스’ 생산에 사용되고 있으며 우리 집 가스불로 사용된다. 나의 아침부터 밤까지 축산물은 함께 하고 있었다.
왜 우리는 축산을 이야기할 때 영양적 성분만을 강조하고 있을까? 시대가 바뀜에 따라 소비자는 변하고 있고 소비자가 보는 축산의 가치 역시 변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축산이라는 산업을 이야기할 때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관점에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보편적 영양적 가치에 대해서 강조하고 홍보하려는 것일까? 이제는 ‘영양학적 우수성을 물론이고 여러분의 일상생활에서 축산이라는 산업이 이렇게 숨어서 여러분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라는 방식으로 우리도 접근법을 바꾸면 안될까? 소비자들은 축산물의 영양 성분에 대한 이야기보다 자신들이 듣지 못했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 나라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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