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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나눔 축산의 실천

  • 등록 2017.09.20 11:32:03


남 성 우 박사(전 농협대학교 총장)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 존재하는 것이고 사회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말이다. 가족은 개인이 속한 가장 작은 사회이고 마을, 읍면, 시군 등은 지리적으로 조성된 지역사회이며 학교, 교회, 단체, 회사 등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조직된 사회결사체이다.
축산현장은 농촌지역에 있다. 축산인은 지역사회의 포용과 배려로 축산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조상대대로 같은 마을에 살아오면서 냄새가 나도, 불편한 게 있어도 이웃이니까 참아 준 것이다. 그러나 이제 농촌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귀농, 귀촌으로 새로 이주해온 도시인들이나 외지에 나가 살면서 가끔 고향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불편함을 참지 못한다. 우리 축산인들은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도리가 있음을 명심하자. 먼저 이웃과 화합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을의 일원으로서 마을 어른들을 공경할 일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그들은 농사 규모도 작아서 소득도 보잘 것 없는 분들이 많다. 외지로 떠난 자식들은 제 일이 바빠 자주 오지도 못한다. 그분들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가 많다. 추운 겨울에는 노인회관이 따뜻했으면 좋겠고 한 여름에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라도 쐴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능력이 모자라니 서로 바라보고 한숨만 쉴 뿐 방도가 없다.
전국의 축산현장에서 이런 일이 많이 있을 터인데 이를 보고만 있어서야 되겠는가? 축산인들이 망설이지 말고 나서야 한다. 경북 영천에서 양계를 하는 어느 조합장의 나눔 실천 사례를 소개한다. 그는 자신이 평생 고향에서 축산을 할 수 있는 것은 마을 주민들의 이해와 배려 덕분이라고 늘 감사하며 살아왔고 그 감사의 마음을 나눔으로 실천했다. 매년 가을이 오면 마을회관에서 따뜻하게 겨울을 지낼 수 있는 양 만큼 보일러용 경유 대금을 인근 주유소에 미리 지불하고 쌀 포대와 라면도 충분한 양을 기부해왔다. 여름엔 에어컨도 한 대 설치해드렸고 복중에는 삼계탕과 수박도 잊지 않았다. 마을에 행사가 있을 때는 협찬을 잊지 않았다. 한두 차례에 그치지 않고 매년 반복되는 조합장의 정성에 마을 주민들은 감동했고 서로 가족처럼 친밀한 사이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서로 신뢰하는 사이에서 다소의 불편함은 모두 양해사항인 것이다.
어느 마을이나 마을 어귀엔 느티나무 그늘 아래 쉼터가 있다. 동네 노인들이 모여서 한담을 나누고 있을 때 검은색 벤츠 세단이 먼지를 날리며 휙 지나간다. 그 때 노인들의 대화다. “저거 누구 찬데 좀 천천히 갈 일이지 먼지를 내고 가나. 누군 누구여 재 너머 양돈장하는 박 사장 아닌가. 그 사람 양돈으로 돈 많이 벌어서 시내 넓은 아파트에 산다네. 애들은 둘 다 미국에 유학 보냈고. 근데 그 사람 돈 좀 벌더니 많이 달라졌어. 이젠 우리를 봐도 인사조차 제대로 안 하네. 마을 일에는 통 관심도 없고 안하무인이라고 평이 안 좋아. 사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양돈장이 있어서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 안개가 끼거나 구름이 잔뜩 낀 날이면 양돈장 냄새가 심해. 개울물도 전에 비하면 많이 더러워진 것 같아. 이제 참는 데도 한계가 있지 무슨 수를 내던가. 마을에서 여럿이 군청에 만원을 내면 나라에서 조치를 해준다는 거 같던데. 다음 번 마을회의에서 논의해 봐야 하지 않겠나.”
우리 축산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대화가 아닐까. 이 대화 내용과 유사한 사례가 전국적으로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양돈의 경우를 예로 들었지만 다른 축종도 예외일 수 없다. 우리 축산이 농촌지역에서 다른 농업분야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웃의 많은 이해와 배려 덕분이다. 착각하지 말자. 우리 혼자 잘나서 된 것이 아니다.
축산인들에게 가슴 찔리는 쓴 소리 좀 하려 한다. 먼저 축산인들의 이기심이다. 1970년대 이후 농촌지역에서 축산을 꾸준히 한 사람은 대부분 성공했다. ‘인간만세’ 방송프로에 나올 법한 성공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과연 그들의 성공이 그들만 잘나서 된 것인가? 주위의 아무런 도움이 없었더라도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그들의 성공은 정부, 지자체, 농·축협, 단체, 학계, 업계의 직간접적인 도움과 특히 함께 사는 이웃들의 배려에 힘입은 바 크다. 축산분야라는 산업사회에서 농장주 자신의 노력과 더불어 주위사람들의 협조에 의해서 이룬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축산인들의 자만심과 이기심을 벗어던지자. 이웃과 도움을 준 이들에게 늘 감사하고, 마음뿐만이 아니라 그 감사의 마음을 나눔으로 실천하자. 이웃에 어려운 사람이 있거든 못 본체 하지 말고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 도와주자. 몸이 아픈 노인들에게 위로의 말 한 마디와 함께 작은 정성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이웃에게 쌀 한 포대를,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분들에게 작은 성의를, 형편이 어려워 진학을 못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고마운 이웃마을에는 발전기금을, 꼭 농업인이 아니더라도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관심과 배려를, 축산발전을 지원하는 지자체에 감사의 마음을, 내가 버는 돈의 1%만이라도 좋은 일에 쓰도록 성금을…. 이런 일들을 축산인 모두가 실천한다면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점차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런 것이 바로 ‘나눔축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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