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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다름과 틀림

  • 등록 2016.12.30 10:24:41

 

박 규 현 교수(강원대)

 

우리나라 대학입학 수험생들 수에 비하면 아주 소수이지만, 그들에게 2016년 11월 24일은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바로 강원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동물자원과학부의 면접이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면접위원으로 들어가서 지원 학생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은 학생들의 동물자원과학부에 지원한 다양한 동기 중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반려동물이었다. 반려동물들과 함께 했던 기억과 그 사랑이 학생들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 뿐 만 아니라 인도적 관점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의 고통에 마음 아파한다. 방송이나 언론에서 나오는 동물학대에 대해 분노하고 사람들의 잔인성에 개탄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가축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들이면서 동물이 우리 인간과 같이 감정과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기 때문에 축산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동물복지와 동물권리에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국 수의사협회의 동물복지에 대한 정의를 ‘동물들이 건강하고, 편안함을 느끼고, 잘 먹고, 안전하고, 본능적 행동을 표현할 수 있으며, 고통·공포·걱정 없는 상태에 있는 것’이라고 하며, 그러한 복지를 유지하는 것은 사람의 책임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참살이(웰빙)에는 필요하다면 인도적 안락사도 포함한다. 동물복지와는 달리, 동물권리는 동물이 사람과 같거나 유사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철학적 관점이다. 위의 내용으로 생각한다면, 동물보호옹호자는 사람은 동물을 소유할 수 있으며, 동물을 인도적으로 다루어야 하고, 동물들이 주는 음식들을 소비할 수 있고, 동물을 개량하고 번식(breed)시킬 때 책임감이 있어야 하며, 원하지 않는 임신을 방지하기 위한 중성화를 인정하고, 도덕적·법적 사냥을 인정한다.
동물보호옹호자와는 달리, 동물권리옹호자는 사람은 동물을 소유할 수 없으며, 동물들이 주는 음식들을 소비해서는 안 되고, 동물을 사람처럼 생각하며, 어떠한 경우라도 개량과 번식은 안 되며, 어떠한 이유의 사냥도 반대한다. 동물복지옹호자는 사람과 동물은 스포츠와 레크리에이션, 축산 등을 포함하는 동물산업에 있어서 서로 영향을 준다는 것과 이 때 적절한 돌봄과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믿는다.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동물의 참살이와 동물을 다루는 방법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와는 달리, 동물권리옹호자는 사람이 동물을 이용한 권리가 전혀 없다고 믿는다. 그들은 사람에 의해 동물이 이용되는 것이 금지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동물을 이용한 스포츠와 레크리에이션, 축산 등을 포함하는 동물산업을 금지하는 규제들을 지지한다.
동물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에 대해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감정과 고통을 느끼는 동물들을 사람들과 같거나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것은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 맞고 틀리는 문제가 아니다. ‘시민의 교양’(채사장 저, 웨일북)이라는 책에서는 ‘윤리의 정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어떤 사람은 기본적으로 차등적 세계를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사회에는 수직적인 질서가 있으며, 엄연히 법과 규칙이 존재한다. 이를 준수하는 사람과 그러지 않는 사람은 다르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사람은 기본적으로 평등한 세계를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모든 인간은 예외 없이 절대적인 권리로서의 인권을 갖는다. 따라서 차이와 차별이 없는 수평적인 관계의 실현을 위해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동물복지와 동물권리 논쟁과 같은 흐름이다. 저자는 “어떤 정의관이 옳은가? 그것은 말할 수 없다. 수직적 정의관과 수평적 정의관은 세계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관점이지, 근거 제시와 토론을 통해 논박되는 사안이 아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에 대해서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행위는 무의미하지는 않겠지만, 매우 소모 적인 일이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소통을 시작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하였으며 “내가 타인의 세계관을 논박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할 때 시작”된다고 하였다. 즉 틀림이 아니고 다름을 이해하는 것에서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AI에 따른 축산의 피해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살처분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 동물복지에 대한 이야기로 확산되고 축산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동물복지는 키우거나 말거나의 이분법적인 철학이 아니다. 조금 더 발전하기 위해 고민하는 철학이다.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우리 축산인들이 동물권리자들을 이해하고 동물복지가 조금 더 실천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소비자들에게 더 다가가는 축산이 될 것이고, 축산의 앞날은 더더욱 밝고 희망찰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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