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축산업은 전문화, 규모화 과정을 거치면서 농촌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우뚝 설 정도로 충분한 양적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앞만 보고 달려온 성장가도의 이면에 쌓인 난제들이 이제 축산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바로 가축분뇨와 냄새로 요약되는 환경문제, 무허가 축사, 그리고 어느새 농가고령화와 새로운 인력유입 부재로 흔들리고 있는 생산기반문제가 그것이다. 우리나라 축산업이 앞으로도 국민식탁을 책임지며 탄탄가도를 걷기 위해선 이들 과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이 때문인지 최근 들어 축산환경정화나 후계농 육성에 대한 공감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협동조합이 있다. 일선축협을 대표하는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김태환 대표는 ‘국민에게 사랑받는 축산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축산난제 해결에 팔을 걷어 붙였다. 축산환경개선을 위한 클린-업 운동과 후계축산인 육성을 통한 생산기반 강화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김 대표를 만나 한국축산이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들어봤다.
‘클린-업 축산환경운동’ 시동
무허가 축사 적법화 지원도
신규·2세 축종별 맞춤형
후계인력 육성프로그램 개발
“가축분뇨 문제 해결은 우리 축산이 꼭 해결해야 하는 해묵은 과제이다. 그동안 농가 노력으로 많이 개선된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까진 부족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가축분뇨와 악취 문제는 끊임없이 우리 농가들을 괴롭혀왔다. 민원의 시작이 바로 분뇨와 악취다. 이로 인해 야기된 환경민원은 지자체의 가축사육제한 조례라는 형태로 축산농가의 숨통을 죄고 있다. 바로 그 문제를 축산인 스스로 해결해 보자는 것이 클린-업 축산환경운동이다. 우리 스스로 깨끗하게 해보고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태환 대표는 5월10일 ‘Clean-Up 축산환경운동’을 선포했다. 매월 10일 축산농가 스스로 축산환경을 정화하는 운동을 펼치자는 것이다. 일제 소독의 날처럼 축산농가나 축산 전후방산업 종사자들의 실천운동으로 발전시켜 축산이 악취의 온상이라는 국민들의 시선을 불식시키자는 취지다.
“냄새해결은 지속가능한 축산의 지름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결국 농장주들이 국민적인 부정적 인식의 심각성을 깨닫고 노력해야 한다. ‘클린-업 축산환경운동’이 범 축산업계에 생활화가 될 때까지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원을 병행할 생각이다.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실천 가능한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그리고 현장에서 서로서로 붐이 일어야 국민에게 사랑받는 축산을 만들 수 있다.”
‘클린-업 축산환경운동’은 전국 축산농가 모두가 스스로 냄새 없는 현장구현에 앞장서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농협축산경제는 김태환 대표가 역점사업으로 내세운 환경정화운동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우선 핵심농장 2만호를 집중 컨설팅해 냄새 없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농협사료와 농협목우촌 농가는 환경개선 우수농장으로 이끌고, 농협계통사업장도 클린사업장으로 만든다. 농가별로 냄새전문 컨설팅을 진행하고 전문상담실도 운영한다.
“계통조직에 냄새와의 전쟁을 치를 전문컨설턴트 2천명을 우선 육성할 생각이다. 이들을 풀가동하고 농가에는 농장별 맞는 실천매뉴얼을 만들어 줄 계획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농장주들이 매월 10일, 10시(클린-업 1010데이)에 스스로의 농장 환경을 돌보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아름다운 목장 가꾸기 운동과 조경수 식재 지원, 클린-업 119 출동 서비스, 축산경제 1직원 1농가 환경개선 책임운동 전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농협사료와 협업해 냄새저감 사료와 탈취제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한다.
“축종별 실증을 통한 효율적인 냄새저감 모델을 발굴해 주변 농가들이 동참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나갈 생각이다.”
농협은 양돈의 경우 액비순환시스템에 대해 농장당(2천두 기준) 약 2억원의 설치비를 지원해 시범농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양계에는 바이오필터링시스템을, 한육우와 낙농에는 퇴비발효시스템을 채택해 농장당 5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설치비를 지원해 냄새 없는 농장을 만들어 주변농가의 교육장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축산농가 냄새 저감시설 개선자금도 300억원 확보해 놓았다. 올해 시범사업 후 연도별 성과를 평가해 내년에는 지원규모도 조정할 계획이다. 농협은 또 축산환경개선과 관련해 정부가 가축분뇨 자원화 시설설치자에 대한 시설보완자금은 신설하고, 냄새저감시설에도 보조비율을 상향시켜 줄 것을 건의한 상태다.
가축분뇨, 냄새 못지않게 축산환경개선에서 김태환 대표가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 무허가축사 적법화 추진이다.
“무허가축사 비율이 44.8%에 달한다고 한다. 적법화 시한은 2018년 3월 24일로 못 박혀 있다. 이때까지 적법화 시설로 전환시키지 못하면 해당농장은 터전을 송두리째 잃게 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상당히 시급한 과제다. 때문에 무허가축사 일소에 조직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 4일 무허가축사 상담실을 계통조직에 161개소 설치했다. 지난달 16일에는 무허가축사 적법화 전환을 뒷받침할 자문위원회도 만들었다.
“축사 환경 관련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는 무허가축사에 대한 자문과 적법화 우수사례 발굴, 효율적인 대책에 대한 정부건의 등의 역할을 맡겼다. 일선축협과 함께 무허가축사로 고통 받는 농가들의 현장애로 해결을 적극 돕겠다.”
축산환경문제, 무허가축사 문제와 함께 김태환 대표가 꼽는 역점사업은 후계농 육성이다.
“후계인력 문제는 미래축산을 위해 아주 중요한 숙제다. 축산농가 고령화와 가축사육제한 등 여러 가지 여건이 알게 모르게 축산물 생산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농가가 없어 우리 축산이 스스로 고사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절박감이 들 정도다. 후계축산농을 육성해 탄탄한 생산기반을 만들어야 하는 골든타임이 바로 지금이다.”
김 대표는 연간 300명의 후계축산농 육성 계획을 위해 거점조합을 선정하고, 후계농 조직 활성화도 추진하고 있다. 일선축협과 연계한 축사은행 사업도 진행 중이다.
특히 김 대표는 실질적인 프로그램 보완에 고심 중이다. “좀 더 정밀하고 구체화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후계농을 신규농과 2세농을 구분해 맞춤형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축종별로 후계육성프로그램이 달라야 한다. 타깃을 보다 정밀하고 분명하게 설정하는 작업을 진행해 축산현장에 도움이 되는 후계농 육성사업을 전개할 생각이다.”
김 대표는 65세 이상 고령화된 축산농가의 은퇴 계획과 시기도 파악하고, 신규 진입과 2세농에 각각 맞는 지원대책을 찾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클린-업 축산환경운동, 무허가축사 해결, 후계인력육성 등은 무엇 하나 쉬운 과제는 아니다. 특히 협동조합 혼자 해결하긴 버겁다. 정부와 축산단체를 비롯한 범 축산업계가 공동과제라는 관심과 열정으로 함께 동참하길 희망한다. 나눔축산운동을 고리로 범 축산업계가 우리의 숙원을 해결하는데 힘을 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