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기자]
살비제 저항성 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양봉산업
이시혁 교수
서울대학교 농생명공학부
최근 국내 양봉농가에서는 꿀벌응애가 플루발리네이트와 아미트라즈에 대한 저항성을 빠르게 획득하면서 양봉산업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꿀벌응애는 꿀벌의 체액과 지방체를 섭취하여 생리적 기능을 약화시키고 면역력을 저하시킴으로써 바이러스성 질병을 확산시키는 주요 해충이다.
살비제(응애약) 저항성이 증가함에 따라 기존 방제법이 무력화되고 농가의 경제적 피해가 커지면서, 궁극적으로는 양봉산업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양봉 업계, 학계가 긴밀히 협력하여 효과적인 저항성 관리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살비제 저항성 증가의 원인과 문제점
현재 많은 양봉농가는 꿀벌응애 방제를 위해 동일한 살비제를 장기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제 방식은 저항성 발달을 촉진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같은 계열의 살비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강한 선택압(selection pressure)이 작용하여 저항성을 가진 개체가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살비제의 효과가 점차 감소하고, 농가는 더 높은 농도와 더 많은 양의 살비제를 사용하거나 다른 화합물로 교체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단기적으로 응애 개체 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더욱 심각한 저항성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환경과 꿀벌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동양봉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국내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저항성을 가진 꿀벌응애가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할 위험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에 전국의 양봉농가에서 플루발리네이트와 아미트라즈 저항성 돌연변이가 거의 포화상태로 발견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더불어, 딸기와 참외와 같은 작물의 시설재배 면적이 확대되면서 화분매개를 위해 투입된 벌통 내부에서 꿀벌응애가 증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므로 겨울철 화분매개 벌이 저항성 응애의 번식 및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살비제 저항성 관리·해결 방안
꿀벌응애의 살비제 저항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양봉농가, 그리고 학계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종합적인 방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지역별 꿀벌응애의 살비제 저항성 수준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방제 지침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특정 지역에서 저항성이 심각하게 증가한 살비제에 대해서는 신속한 대체 방안을 마련하여 농가에 제공해야 한다. 현재 동일한 유효성분을 포함한 살비제가 다양한 제품명으로 유통되고 있어 농가가 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유효성분을 기준으로 누구나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코드명을 제품에 추가하여 살비제 교차 사용이 용이하도록 하는 방안이 절실하다. 또한, 기존 살비제의 효과가 완전히 상실되기 전에 새로운 살비제의 발굴과 등록 절차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봉농가 또한 살비제 사용을 최소화하고, 화학적 방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종합적인 방제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여름철 꿀벌응애의 개체 수가 급증하는 시기에 여왕벌의 산란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면 응애의 밀도를 낮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필요할 때만 신중하게 살비제를 사용하고, 사용 시에는 정확한 용법과 용량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특히, 살비제 저항성 발달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계열의 살비제를 교대로 사용하는 ‘교차사용 전략(rotation strategy)’을 적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편, 학계에서는 꿀벌응애의 살비제 저항성 기작(생물의 생리적인 작용을 일으키는 기본 원리)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고, 새로운 저항성 마커를 탐색하여 실효성 있는 모니터링 기법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 꿀벌응애의 저항성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많은 수의 살아있는 응애를 포획하여 생물검정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따라서 특정 유전자 변이가 저항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밝히고, 이를 기반으로 분자생물학적 저항성 진단법을 도입하면 실시간 저항성 감시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P450 효소 계열과 같은 대사 저항성(metabolic resistance) 관련 연구를 심화하여 보다 근본적인 저항성 억제 전략을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지속가능한 양봉산업을 위한 협력의 필요성
꿀벌응애의 살비제 저항성 문제는 단순히 양봉 업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농업 전반과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이슈이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양봉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양봉농가, 그리고 학계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정부는 과학적인 실태 조사와 정책 수립을 통해 살비제 저항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농가는 단기적인 방제 효과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방제법을 도입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살비제를 선택해야 한다. 아울러 학계는 신속하고 정확한 저항성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방제 전략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현재 국내 양봉산업은 살비제 저항성 문제로 인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기존의 방제 방법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보다 체계적이고 다각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지속 가능한 양봉산업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와 양봉농가, 그리고 학계가 협력하여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제 전략을 도입한다면, 꿀벌응애의 저항성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건강한 양봉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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