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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公約을 空約이라 애써 부정하는 속내

 

신정훈 본지부장

 

선거철이면 쏟아지는 것이 공약이다. 공약(公約)은 선출직 도전자들이 유권자와 하는 약속(約束)이다. 흔히 선거가 끝나고 나면 약속은 실종되고 공약(空約)만이 남는다고 한다. 표심을 잡기 위해 내놓았을 뿐이란 얘기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실망과 분노를 넘어 심한 자괴감을 느끼곤 한다. 지금껏 정치현장에선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농협중앙회 회장선거가 끝난지 며칠 됐다. 지난 12일 선거에서 후보들은 여러 가지 공약을 쏟아냈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거공약은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과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대부분의 후보들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농협중앙회 경제사업의 주식회사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담아냈다. 그만큼 지금까지의 농협경제지주가, 또 앞으로 그려질 경제지주가 결코 농업현장에서 환영받을 수 없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경제지주로 넘어간 농협중앙회 경제사업파트는 여기저기서 일선조합과 사업경합을 벌이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선조합의 텃밭에 대규모 마트를 만드는 것이다. 조합장들은 경제지주가 민간 대형마트와 힘겹게 경쟁하고 있는 조합의 뒤통수를 치고 있다고 분개하고 있다. 이 사례 말고도 이미 주식회사란 가치에 매몰된 경제지주는 사업경합으로 일선조합과 농민조합원의 이익과 상충되는 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인식이다.
이런 가운데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일 뿐이란 얘기가 벌써부터 흘러 다닌다.
삼수 끝에 영예를 안은 농협중앙회 김병원 회장 당선인은 소견발표에서 “중앙회와 조합이 경합되는 사업체계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모델이다. 일본 농협중앙회는 2020년 폐지된다.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경제지주는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원 당선인은 여러 가지 공약을 내놓았지만 대표공약 자리는 경제지주 폐지가 차지했다. 김 당선인은 농협경제지주가 공식 출범하면 다시 폐지를 추진해 ‘1중앙회 1금융지주’ 체제로 조직을 정비하겠다고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는 내년 2월 중앙회의 모든 경제사업을 이관 받아 공식 출범하게 된다. 김 당선인의 공약은 그 후에 폐지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얘기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김 당선인의 공약이 헛된 약속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진원지는 정부와 농협중앙회 일각으로 파악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들은 경제지주 폐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농협회장선거 전 후보들의 공약을 보고 상당한 불쾌감을 내비쳤다는 반응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부에선 김 당선인이 취임 전에 현실을 감안해 공약을 철회하거나 수정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한 마디로 지금의 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완고한 자세를 굳히고 있는 셈이다. 일선에서 제기됐던, 정부가 사업구조개편을 주도하면서 농협과 약속한 출자지원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 귀를 닫은 모습과 차이가 없다.
정부 관계자들은 만나보면 대부분 수요자 위주의 정책을 얘기한다. 남들은 몰라도 자신만은 현장 의견을 충분히 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공직자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막상 입안되는 정책을 보면 현장과 괴리감이 적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열린 자세로 정책을 만들어도, 그들 또한 인간이기에 허점은 있기 마련이다. 그 자체를 탓하고 싶진 않다. 완성을 위한 보완과 수정은 필수부가결이기 때문이다.
이번 농협회장 선거과정에서 나온 후보들의 공약에는 현장여론이 담겨있다. 그들의 유권자가 원하지 않는 것이 경제지주인 셈이다.
공약을 함부로 남발해선 안 되겠지만 자신이 꺼내든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면 신뢰는 추락하고 리더십은 상처를 입기 십상이다. 당연히 조직도 표류하기 시작할 것이다.
아직 취임도 안한 농협회장의 공약을 공염불로 만들고 싶어 하는 이들의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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