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인들의 특징 중 하나를 꼽으라면 특유의 꼼꼼함을 꼽고 싶다. 솔직히 꼼꼼함을 넘어 집요한 구석이 있다. 한국인의 일반적 정서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특징 중 하나다.
이번 제14회 전일본홀스타인공진회에서도 낙농산업에 있어 이들의 꼼꼼함 또는 집요함을 엿볼 수 있었다.
1951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벌써 70년이 넘었다. 대회의 역사에서부터 이들이 젖소 개량, 나아가 낙농을 대하는 자세가 얼마나 집요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일본에는 전일본공진회 뿐 아니라 수많은 지역 품평회가 있다. 이들은 이 대회들을 통해 개량의 성과를 점검하고, 자국 젖소의 경쟁력 강화에 열정을 쏟고 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각 부문마다 2개씩 후보검정우 부문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순수 일본산 젖소의 혈통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외국산과 국내산 정액의 객관적 품질의 차이를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국내산 정액의 가치와 그것을 사용한 자국산 젖소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그들의 노력이 부럽다는 것이다.
또 하나 눈에 들어온 것은 낙농 후계인력 양성이다. 기간 내내 행사장 정리를 담당한 것은 낙농학원대학이라고 적힌 잠바를 입고 현장을 누빈 자원봉사 대학생들이었다. 또한, 이번 대회에는 전국의 19개 지역, 27개 고등학교에서 33두가 출품했다. 고등학생 리드맨 선발대회에도 총 61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행사 주최 측에서는 이들 학생들을 일일이 표창하면서 격려했고, 장차 일본 낙농산업의 주역이 될 이 학생들은 일본 최대의 낙농축제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싫다는 자식을 억지로 목장에 묶어 두려 골머리를 싸매야 하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래는 현재의 실천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일본의 꼼꼼함 또는 집요함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온 지금. 우리 낙농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