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에게는 이번 FMD로 인한 살처분이 그런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실제 살처분 농가 대부분이 한동안 축산에 대한 의욕을 잃었다고 고백했으며, 이민이나 이직을 생각했다고 말하는 농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다행스럽게도 대부분 짧은 방황을 끝내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축산전문지 기자로서 그들의 심정과 준비하는 과정이 궁금해 지난 16일 동료기자 두명과 함께 이번 FMD로 한우 280여두 전부를 매몰한 경기도 고양시 유완식씨의 농장을 방문해 청소작업을 함께 해봤다. 방역복에 마스크를 쓰고, 장화까지 신고 작업을 시작했다. 먼지도 많이 나고, 장비도 변변치 않아 작업은 쉽지 않았다. 넓은 축사를 모두 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흘린 땀만큼 나중에 이곳에 들어와 커나가게 될 가축들의 집이 깨끗해진다고 생각하니 보람도 컸다. 아침부터 시작된 청소는 저녁까지 계속됐지만 일은 끝날 줄 몰랐다. 일은 많았고 시간은 너무 짧았다. 전에 농장에서 함께 일하던 외국인 인부는 가축 매몰 후 일이 없어 휴가를 보냈고, 농장을 청소할 수 있는 사람은 유 씨와 그의 아내 뿐 이다. 두 명이 감당하기에는 농장은 너무 넓었고, 할 일은 너무 많았다. 장비도 턱없이 부족했다. 대부분의 살처분 농장의 처지가 비슷한 상황이리라 짐작된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결국 질병 발생에 대한 책임과 농장 청정화의 의무 모두 농장주에게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남의 일이라고 외면한다면 우리는 같은 축산인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갈수록 우리 축산업을 바라보는 외부인들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축산인들 끼리라도 서로 돕고 의지해야 하지 않을까. 살처분 농가들을 보듬어주고, 의지를 갖고 노력하는 그들의 재기를 적극적으로 도와 다시 축산업계의 당당한 일원으로 설수 있게 하는 분위기가 지금 우리 축산에는 필요할 것 같다. 축산인이라면 어느 자리의 누구라도 좋다. 한번쯤 시간을 내서 축산을 포기하지 않고 재기를 준비하는 그들을 격려하고 손을 보태주자. 그곳에서 우리 축산의 희망을 엿볼 수 있음은 물론이고, 이 땅에서 축산인으로 함께 살아간다는 끈끈한 연대감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