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남 성 우 전 농협대 총장
전 농협축산경제 대표이사
남성우 전 농협대 총장(전 농협축산경제대표이사)이 2019년 산티아고 순례에 이어 동해 해파랑길, 남해 남파랑길, 서해 서해랑길을 완주하고, 그 중 서해랑길을 걸으면서 느낀 소회를 글로 표현해 냈다. 그 느낌을 따라가 보자. 본지는 상중하 3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한반도의 해안 둘레에는 동해의 해파랑길, 남해의 남파랑길, 서해의 서해랑길 등 세 개의 둘레길이 달리고 있다. 도보 여행자들에게는 이 길을 완주해 보는 것이 소망이다. 세 개의 둘레길 중에서 가장 긴 1천800km에 달하는 서해랑길, 그 길에 무엇이 담겨 있을지 마음이 설레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때나 처음 가는 길에는 호기심이 가득하고 신비로운 무언가가 마구 튀어나올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풀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길을 걸음으로써 기대와 함께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닐까. 나는 2022년부터 2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서해랑길을 이어 걸으면서 기대한 것보다 많은 것을 얻었다.
한반도의 서해안 남쪽 땅끝에서 시작하여 강화도 평화전망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풍광과 색채를 가진 우리 땅을 밟으면서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을 확인했고, 각지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국인의 근면 성실함도 확인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유적을 통해서 선조들의 발자취를 유추하며 시대별 흥망성쇠를 가늠해 보기도 했다.
서해안은 동해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서해는 어머니 같은 인자한 바다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바다는 물이 빠지면 끝없이 넓은 갯벌을 드러내어, 바다의 품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풍부한 먹거리를 안겨준다. 마치 어머니가 허기진 아이에게 가슴을 열고 젖을 빨리는 모양과 같다. 다시 물이 차오르면 갯벌을 바닷물에 잠겨서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번에는 갯벌에 숨어 있던 생물들이 새로운 자양분을 바다로부터 얻는다. 이래서 나는 서해의 바다는 ‘생명’이요 ‘어머니’라고 정의한다.
서해안의 또 다른 매력은 역동적이라는 점이다. 해안의 모습이나 자연적 현상으로 보면 역동적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겠으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행적을 보면 실감 나는 말이다. 서해안에는 수많은 방조제와 간척지가 있다. 해안선이 바뀌고 지도가 바뀔 만큼 수많은 곳에서 바다를 막았다. 우리 의지의 한국인들은 그렇게 바다를 막아 새로운 땅을 만들고 새로운 호수를 만들었다. 새로 생긴 간척지에는 농지를 조성하여 쌀, 보리 등 곡물과 채소 과실 등 농산물의 생산에 활용하였고, 양식장을 만들어 기르는 수산업을 확충하였다. 공업단지를 조성하여 공장을 짓고 화력발전소와 물류센터를 지어서 산업을 발전시켰다. 신재생 에너지를 확보할 목적으로 풍력발전소, 조력발전소와 태양광발전소를 지었다. 서해는 바다를 보면 잔잔한 편이지만, 서해안은 이렇게 역동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서해안은 우리에게 힐링(Healing)의 공간이다. 서해안 하면 언뜻 먼저 떠오르는 말이 갯벌이다. 신안, 무안, 고창, 서천 갯벌 등 우리나라 4대 갯벌이 있는가 하면 영광 염산 갯벌, 부안 모항 갯벌, 서산 가로림만 갯벌, 대부도 고랫부리 갯벌, 강화도 갯벌 등 수많은 갯벌이 있으니 갯벌이 서해안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펼쳐진 갯벌은 조개류, 낙지, 주꾸미, 장어, 망둥어, 실치 등 어패류의 보고로서 먹거리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갯벌체험, 독살체험 등 해양체험을 통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체험의 공간이기도 하다.
서해안에는 캠핑장, 글램핑장 등이 많이 들어서서 여가를 즐기러 오는 가족이 많다. 풍광이 뛰어난 곳에는 전원마을이 들어서고, 아름다운 펜션은 휴양공간이 된다. 농어촌의 민박은 농어촌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 해안을 따라 올라가면서 수많은 해수욕장이 이어지므로 서해안에 오면 바다와 쉽게 친해질 수 있다. 그렇게 휴양지가 계속 이어지므로 어디를 가든 마음 편히 쉬기에 안성맞춤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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