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연간 수십억’ 부담 기업농장 매각 추진
기후‧스마트팜 ↑…전기사용 지속 증가
양돈계열화사업을 하고 있는 A사는 최근 일부 직영 양돈장의 매각 방안을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 실제 매각으로 이어질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연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이들 양돈장의 전기료 부담이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냉방기 풀가동…전기료 ‘역대급’
‘앞으로 전기료 때문이라도 돼지를 못 키울 수 있다’는 양돈 현장의 우려가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물론 A사가 사용하고 있는 전기는 일반 양돈농가들과 다르다.
일정 규모 이상 매출의 기업이 소유한 가축 사육시설의 경우 ‘농사용’ 전기를 사용치 못하도록 한 정부 방침에 따라 지난해 부터 A사 직영 양돈장에서는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산업용’ 전기를 사용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반 양돈농가들 역시 고생산비, 저수익 기조의 고착화 추세 속에서 늘어만 가는 전기료로 인해 피부로 느끼는 부담은 A사 못지 않다.
경기도 안성의 한 양돈농가는 “전력 사용량은 동일하지만 전기료가 계속 오르며 올해 납부한 금액이 4년전의 두배는 되는 것 같다”며 “전기료가 더 오르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화방류 농가 부담 더해
더구나 역대급 무더위로 인해 전기 사용이 급증했던 올 여름을 지나며 양돈현장의 부담은 극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어컨 등 각종 냉방시설을 총 동원했지만 유례없는 무더위 속에 큰 피해를 입었던 양돈농가들은 폭탄 수준의 전기료 고지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충남에서 돼지 7천두의 일관농장을 운영하는 양돈농가는 “올해 무더위가 유난히 길었던 데다, 밤낮으로 이어지다 보니 냉방설비 가동을 위한 전력 사용량도 크게 늘었다”며 “이로인해 지난 8월 전기료만 3천만원에 달했다. 여름 이전의 두배에 달하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다른 농가들도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돈 400두 규모의 자돈생산 농장을 운영하는 경기도 여주의 양돈농가는 “지난해 8월 700만원이었던 전기료를 올해는 1천100만원을 납부했다. 전기를 더 사용했다고 해도 이렇게 많이 나올지 몰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한 현실에 전기 사용량이 많은 정화방류 시설까지 운영하는 양돈농가들은 큰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전기 더 쓸텐데…어떻게 버틸지”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최소한 올해 이상의 폭염이 매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기 사용량이 더 늘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더구나 올 하반기 인상 계획이 유보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 방침대로 라면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북의 한 양돈농가는 “에어컨 없이 버티다 보니 올 여름 피해가 컸다. 당연히 냉방설비를 갖춰야 하지만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 했다.
에어컨도 역부족이라는 판단에 추가적인 냉방 설비를 생각했던 양돈농가도 고민이 많아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대한한돈협회는 이에따라 전기요금에 대한 한시적 지원과 함께 계절별 차등요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한전은 수용이 어렵다는 기존 입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유로하우징 신일식 대표는 “스마트팜을 위해 전기를 사용하는 각종 ICT 장비 도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도 부담”이라며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전기료가 양돈농가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이는 곧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음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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