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염소산업 성장세...그러나 업계, 경제성에 동물약품 개발 외면
주요축종과 같은 인허가 잣대...PLS에 휴약기간 늘어 '주저'
현장서는 소 제품으로 대체...인허가 간소화·실험비 지원 목소리
염소질병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동물약품 개발·공급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린다. 염소산업이 지속 성장세이고 질병 역시 많지만, 현장에 쓸 마땅한 동물약품이 없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 가축통계에 따르면 염소 사육두수는 지난 2022년 43만2천765마리로, 최근 10년 사이 무려 두 배 가량 늘어났다.
더욱이 올해 ‘개식용 금지법’이 통과된 이후 염소 사육에 대한 축산농가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축산업 신성장동력 1순위로 염소산업을 꼽을 정도다. 성장세만큼 질병 피해도 커지고 있다.
가축질병 전문가들은 흔들이병, 설사, 호흡기질환 등 각종 염소질병이 발생해 폐사, 발육·성장 장애 등 염소산업 생산성을 갉아먹고 있다고 전한다.
그렇지만 염소사육 현장에는 이러한 염소질병을 예방·치료할 동물약품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염소질병 전용 동물약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동물약품 업계에서는 “특수 축종이라고 해도 소, 돼지, 닭 등 주요 축종과 같은 동물약품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염소 뿐 아니라 양, 메추리, 말, 사슴 등 다른 특수 축종도 마찬가지다. 많게는 수 억원 실험비가 들어간다. 경제성을 따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염소사육 현장에서는 같은 반추동물인 소에 쓰이는 동물약품이 대다수 활용된다. 생리구조가 전혀 다른 돼지, 닭 동물약품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특히 올해부터 PLS(positive list system) 제도가 시행되며, 염소 사용 동물약품에 대해 매우 낮은 잔류허용기준(0.01mg/kg)이 적용되기 일쑤다. 수의사 입장에서는 휴약기간이 훨씬 길어지는 탓에 동물약품 사용과 처방에 주저할 수 밖에 없다. 그사이 치료가 늦어지는 등 염소질병 피해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염소사육 현장과 동물약품 업계에서는 염소질병 전용 동물약품 개발을 이끌어낼 제도적 장치 마련과 연구개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안전성 중심으로 동물약품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소 잔류허용기준을 준용해 염소 동물약품 PLS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미국 특수 축종이나 인체 희귀 약품처럼 전담 조직을 두고, 안전성·유효성 실험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환구 세명대 동물보건학과 교수는 “특수 축종 동물약품 개발·공급을 지원해 국내 특수 축종 사육농가를 보호하고 나아가 국민에게 안전한 축산물을 제공할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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