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산란계·종계, 방역심의회 거쳐 농식품부와 협의…살처분 여부 결정
방역관리 상대적 미흡 오리·토종닭은 대상서 제외…예찰·검사체계 강화
[축산신문 김수형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적 살처분 범위 개편 계획(안)을 내놨다. 질병의 수평 전파를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실시됐던 예방적 살처분은 산업의 피해가 크다는 인식과 함께 방역 시설과 의식, 시스템이 선진화되며 살처분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농식품부가 발표한 올해 고병원성 AI 예방적 살처분 범위 계획을 정리해보았다.
◆예방적 살처분 도입 배경은
고병원성 AI가 우리나라에 처음 발생한 것은 지난 2003년으로 당시에는 고병원성 AI가 확진되지 않았음에도 추가 발생 위험성이 있어 발생 농장으로부터 일정 거리에 있는 가금에 대한 살처분이 실시됐다.
농가 밀집도가 높고 시설이 열악한 농가가 많으며 바이러스 자체가 전파력과 병원성이 높았던 당시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로 잠재적으로 발생 위험성이 있던 농장을 사전에 살처분하며 질병 확산 방지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살처분 증가에 따른 계란 등 축산물 수급 불균형 및 가격 상승, 여기에 동물복지 논란, 농가의 자발적인 방역 의지와 노력이 저하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고 정부는 방역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왔다.
정부와 농가의 노력 속에 AI 예찰과 검사체계가 개선됐고 행정명령 및 공고의 제도화, 반복적인 교육과 점검을 통해 농가의 방역의식과 수준이 꾸준히 향상되어 왔으며, 특히 살처분이 제외된 방역지역 내 가금농장에 대한 강화된 예찰과 검사체계를 통해 감염개체의 조기 발견 및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졌다.
이에 살처분 범위 조정을 통해 가금 사육과 수급 시스템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방역을 잘 하는 농가에게 큰 인센티브를 제공해 농장의 사육과 방역 의욕 고취, 예산 절감 등 피해 최소화를 추진하게 됐다.
◆예방적 살처분 범위 어떻게 조정됐나
2003년 처음 시작된 예방적 살처분은 2018년 8월까지 발생농장 반경 500m내 전 축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경우에 따라 반경 10km까지 확대 적용하기도 했다. 이후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반경 3km까지 전 축종 살처분을 했으며 시‧도지사의 건의에 따라 500m~3km 범위내 축소가 가능해졌다.
이후에는 위험도 평가에 따라 탄력적으로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조정하는 형태로 변경됐다.
특히 올해 특별방역대책기간부터 축종별 위험도를 감안해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달리 설정해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축종별 예방적 살처분 범위는
▲육계 = 농장주의 살처분 여부 의사를 확인한 후 위험도 평가를 실시, 지방가축방역심의회 심의 등을 거쳐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농장 현황(일령, 출하일 등), 야생조류 서식 및 검출 현황, 지형적 여건, 생활 동선, 역학적 특성, 농장주 방역 의식‧수준 등을 고려해 살처분 필요성이 낮을 경우 제외된다.
하지만 위험도 평가 결과 AI 전파 및 확산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농가가 살처분 의사를 보이더라도 예방적 살처분 대상이 된다.
▲산란계(산란종계 포함) = 산란계는 2021년 이후 농식품부 고시에 따라 농장을 평가해 방역기준 유형(‘가’, ‘나’, ‘다’, ‘라’)을 부여 중으로 ‘가’ 유형 농장은 500m~3km, ‘나’와 ‘다’농장은 1~3km 내에 있더라도 살처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이 부여된다.
이 경우에도 지자체의 위험도 평가와 지방가축방역심의회 심의 등 절차를 거쳐 농식품부와 협의 후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된다.
▲육용종계‧순계 = 육용종계는 산란종계에 비해 시설이 열약하고 계약 사육 형태가 계열화이면서 부화장의 역학관계가 많아 위험요인이 다양하다고 판단, 농장간 전파 우려가 있을 수 있어 살처분 제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회의를 거쳐 살처분에서 제외될 수 있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 역시 위험도 평가와 농식품부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토종닭 = 최근 5년간 고병원성 AI 발생은 적은 편이었지만 산업 특성상 소규모 사육농가가 많아 방역관리가 어려운데다 크기가 큰 닭을 골라 출하하는 특성과 다양한 유통경로, 신속한 역학관계 파악에 어려움이 있어 살처분 제외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리 = 오리 역시 예방적 살처분 제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잠복감염으로 인한 전파와 확산이 쉽고 오리농가 70% 이상이 비닐하우스에서 사육되는 점, 축사 출입이 빈번한 사육구조 등을 감안했을 때 방역에 취약하다고 판단, 이러한 결론이 내려졌다. 여기에 예방적 살처분된 140호 중 26호(18.6%)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된 점, 2020~2021년 육용오리 농장 3호에서 수평전파 추정 사례가 확인된 점도 불리하게 평가됐다.
◆살처분 제외 농가 방역관리 방안은
농식품부는 살처분 제외 농장에 대한 예찰 및 검사 강화체계를 유지하고 5일 주리고 시료 채취 및 정밀검사, 출하전 검사, 매일 전화 예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관리지역 내 축산차량의 출입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전담 소독차량을 배치, 농장 진입로 및 도로 주변을 매일 소독하고 강화된 방역조치 하에 발생 농장과 가장 가까운 지정도축장으로만 출하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다만 육계(삼계 포함)에 한해 강화된 방역조치 하에 인접 시‧도의 출하 농장 계열사 소속 지정 도축장으로 출하를 허용키로 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