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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책임

  • 등록 2023.11.15 10:53:30

[축산신문]

 

곽춘욱 고문(건지·벤코코리아)

 

어느 날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아이가 엄마에게 귓속말로 “나 2학년 되기 싫어. 그냥 1학년에 남아있을 거야”라고 칭얼거리는 모습을 간혹 보게 된다. 또한, 과거 조선 시대에 유행했던 상투(혼인한 남자의 머리카락을 모두 올려 빗어 정수리 위에서 틀어 감아 맨머리 모양)를 틀었던 머리를 자르는 것에 심한 반발력으로 어지간한 진통을 겪었고, 필자가 어렸을 적만 해도 시골에서 초가지붕을 걷어내고 슬레이트나 기와지붕을 올리는 데 그 반발은 적지 않았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어느덧 학년을 올라 대학생을 거쳐 성인이 되었고, 1895년 을미개혁의 단발령(斷髮令)으로 상투 머리는 금지되어 오늘에 이르렀으며, 초가지붕은 모두 홀랑 벗겨지고 그 자리에는 아파트나 빌딩이 자리 잡았다. 
이러한 것은 일련의 사례는 사회가 진화하고 변천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려지는 사회적 변화이다. 사회라는 것은 어느 한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며 진화하고, 때문에 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곧 선두그룹을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마치 허기지고 굶주림에 배고팠을 때는 무조건적인 먹거리가 절실하게 필요했고, 양(量)이 어느 정도 채워지면 질(質)을 따지게 되고, 양과 질이 나름 충족되면 맛, 색깔, 모양 등을 중히 여기며 이에 분위기까지 더해지기를 바라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누군가 잘못되었다고 거부할 수도 없고, 또한 그렇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것을 갖추어 보려고 애쓰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나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그러할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최근 축산업계에서 화두가 되는 동물복지(動物福祉)가 그렇다. 산란계를 예로 들어보면 우리가 매일 접하고 있는 프린트용 A4용지 한 장 정도의 면적에서 닭이 생활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또한 우리나라만의 일도 아니다. 세계의 선진국 대열에 있는 G7 국가(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들까지 비슷한 환경에서 닭을 키우며 계란을 생산하여 왔다. 물론 이 범주에 들지 않는 국가들의 축산환경은 더더욱 열악하고. 
하지만 이제라도 돌이켜보니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주어야 하겠다고 먼저 눈을 뜬 유럽에서, 결국 인간을 위해 양육되는 가축에게 기본적인 본능이라도 최소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축은 물론 사람에게도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하고 시작된 것이 동물복지이다. 실제 그렇게 했더니 동물들이 훨씬 건강하고 또한 위생적인 산물(産物)을 생산하더라는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도 G7 국가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기에 보조를 맞추는 사회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다. 즉, 과거 원조를 받아야 했던 나라에서 이제는 다른 나라를 원조해주는 어엿한 국가가 된 세계질서의 선두그룹에 들어있는 나라로서 책무이기도 하다. 이렇듯 개인이건 국가이건 때에 따라서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책무가 따르는 것이 사회질서요, 세계질서인 시점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변화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물질적, 정신적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필연이다. 슬레이트 지붕이 아파트 문화로 바뀌면서 겪었던 부담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할 뿐이다. 당시에는 바보 같은 일인 것 같고, 또한 가성비(加成費)가 낮아 손해 보는 일인 것 같지만 결국 그 수혜자는 곧 남이 아닌 우리 자신임을 망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미래를 직시하지 못하고 동물복지를 폄하하거나 마치 상투를 자르지 않으려는 듯이 버티는 모습을 보면 순리를 따라 흐르는 역사를 멈추자는 바와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자고로 바른길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것이 아니라 주저하지 말고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 완벽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는 국민적인 자세요, 사회적인 책임일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개고기가 아닐까 한다. 그동안 <보신탕>이라는 이름으로 개고기가 공공연히 거리를 누볐지만, 이제는 눈을 씻고 봐도 보신탕이라는 간판은 찾아볼 수 없다. 이미 “보신탕 먹으러 가자”라는 사람이 종적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변화하는 시대에 능동적인 자세는 선진국민이 갖추어야 할 사회적 책임인 듯하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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