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곽춘욱 고문(건지·벤코코리아)
싫건 좋건 각자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우리나라의 동물복지정책은 강화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말 ‘동물복지 강화 방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동물학대, 개 물림 사고 예방 등을 위해 제도개선을 추진해 왔으나, 아직도 동물학대, 심지어 동물이 유기되는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정부는 결국 칼을 빼어 들었다. 그러면서 전면에는 ‘하나의 복지(One-Welfare)실현’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동물복지법을 강화하여 동물에 대한 학대 방지를 넘어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애 전 주기 동안 동물의 건강, 영양, 안전 및 습성 존중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특히 반려동물산업을 육성하고, 동물학대 근절과 학대 방지를 위한 단계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가겠다는 것이다.
산업 동물도 동물복지인증제를 활성화하여 3년 단위로 갱신하는 인증제를 실시하며, 동물복지를 사육과정뿐만 아니라 도축장이나 운송차량도 동물복지에 부합하도록 개선하고, 이러한 업무를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정부 조직 단위도 <과>에서 <국>으로 승격하여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 2012년부터 지금까지 동물복지인증제를 시행해왔지만 산업동물 분야에서 가장 많은 인증을 받았다는 산란계분야에서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것은 총 산란계 사육수수의 4%에 불과하다. 기타 가축은 그보다 훨씬 성적이 저조하기에 전체적으로 30%까지 동물복지를 끌어올리겠다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당초 목표에 비교하면 10년여가 지난 이 시점에서의 초라한 성적에 애가 탈 만도 하다.
이제 우리나라가 명실공히 선진국대열에 진입한 마당에 어찌 보면 동물복지구현은 당연한 과정이기도 하고 또한 국민 모두가 공감할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외국인들로부터 ‘개고기를 먹는 나라’라는 지탄을 받아온 만큼 이제 개고기산업이 가라앉고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한 새로운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 징표로 최근 염소나 염소고기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염소고기는 예로부터 보양식 또는 약재로 선호되어 오기는 했지만 이렇듯 폭발적으로 수급불균형에 의한 가격 폭등은 예로부터 찾아볼 수 없었다.
또 한편에서 반려동물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산업으로서 정착이 된 듯하다. 오히려 급격하고 과대하게 팽창한 듯하여 일정시간이 지나 고무풍선에 바람 빠지듯 추락할까 염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평소 애지중지 가족의 일원으로 지내다 질병이나 나이로 인하여 죽음을 맞이하면 사람 못지 않은 장례문화까지 발전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항상 과한 것은 부족함만 못하다 했는데 모든 산업은 안정적, 지속적 발전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특히 산업동물에서 바이러스 등의 전염병으로 인해 질병발생지로부터 가까이에 위치한 농장이라는 이유로 조건없이 땅을 파고 다수의 생축(生畜)을 무자비하게 매몰해야 하는 것은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와는 많이 대조적이다. 매몰하는 현장에 있거나 TV등을 통해 시청한 국민들이 한동안 그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심지어 그로 인하여 임신부들의 유산사례까지 있음을 고려할 때 언론에서의 발표도 가려서 해야 할 것 같다. 최근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지진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한 사망, 부상자들의 소식이나 TV보도 또한 국민들에게는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금년 겨울에도 우리 축산업계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인하여 적지 않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렇게 경과되는 전염병으로 인한 정신적, 경제적, 환경적인 피해는 말 그대로 엄청난 상처만을 남기게 된다. 자고로 육성하기는 어렵고 지난한 과정이지만, 이러한 질병이나 자연재해는 순간이다.
어찌되었건 동물복지를 강화하려는 것은 이러한 부정적인 사례를 줄여보려고 하는 것이기도 하고, 반복하여 강조되는 동물복지는 곧 인간복지이기에 필수불가결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마치 피어있는 꽃을 보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지만, 그 꽃이 지고 난 뒤의 초라한 모습은 물론 바닥에 떨어져 어지러운 모습을 보면서 그것이 엊그제 까지만 해도 아름다웠던 꽃이었다고 유추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복지를 강화하려는 것은 누구라도 올 때와 같이 갈 때도 깔끔하게 정리하자는 또 다른 이면이 있음에 동물복지의 강화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인 셈이다. 흔히 놀이터나 공원 같은 공공장소에 이러한 유형의 표어나 간판 - 내가 비우는 자리는 곧 남이 찾아 올 자리 - 이 많이 걸려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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