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동일 기자] 최근 알게 된
조사료 관련 사건은 개인적으로 큰 충격이었다.
조사료를 생산하는 경영체나 생산자가 따로 있고, 생산된 조사료를 축산농가, TMR공장 등 수요처와 연결하는 유통업자가 따로 있다는 사실도 최근에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유통업자 중 한명이 최소 피해액 2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조사료 사건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인터넷 카페 소풍한우의 부운영자이면서 조사료장터 밴드의 운영자였던 장민상씨는 조사료 생산자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유통업자의 역할을 해왔다. 몇 년간은 결제나 납품에 있어 문제가 없도록 관리하면서 높은 신뢰를 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카페와 밴드 등에 그와 관련된 불만의 목소리가 올라왔다. 여기저기에서 피해자라고 밝힌 사람들의 투고가 이어졌고, 카페에서는 관련 글을 삭제하고, 기고자를 강퇴 시키는 방법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장민상 씨는 사태가 커지면서 카페 부운영자를 내려놓고, 9월 이후로는 잠적한 상태이다.
피해를 입는 농가들은 10월에 물건을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선입금으로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입금했으며, 조사료 경영체 중에는 물건을 납품하고 물건값 2억여 원을 받지 못한 곳도 있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그렇다면 문제의 중심에 있는 장민상 씨는 어떻게 됐을까?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모든 사업체를 정리하고 도주 중인 상태다. 일부 피해농가들이 관할서에 사건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국적으로 피해농가가 흩어져 있는 상황에서 깔끔한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피해농가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문제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온라인 카페 ‘소풍한우’의 대응이다. 임원진 중 하나와 회원들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좀 더 책임감 있게 대처하지 못하고,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회원을 강퇴 시키는 것으로 문제를 덮으려 한 것은 좋은 대처라고 보기 어렵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피해 농가 본인들이 이 문제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피해농가와 통화하면서 직접 취재를 통해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가들이 본인이 직접 언급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했고, 그 이유에 대해 묻자 부끄럽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부끄럽다’라는 것이다. 피해자이기 때문에 부끄럽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억지로 카메라 앞에 세워 인터뷰를 진행할 수는 없기때문에 더 이상의 고집은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한 관계자가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는 이와 비슷한 사건이 과거에도 있었다며, 문제를 일으킨 주범은 당시 약한 형사 처벌과 민사합의로 사건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당시에 제대로 된 처벌이 있었고, 당시 문제가 됐던 유통 관행을 고치려 했다면 지금에 와서 같은 문제로 피해 입는 농가들이 생겼을까?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다시 생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거의 확신한다. 구시대적 조사료 유통 관행과 농가들의 이유를 알 수 없는 부끄러움, 인터넷 커뮤니티의 무책임함이 바뀌지 않는다면 같은 사건은 반드시 반복될 것이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인터넷 커뮤니티와 관련한 피해 농가의 제보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자정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