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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축산은 갈수록 외롭고 힘든 산업이다(?)


양창범 석좌교수(제주대학교)


그간 여러 가지 행사에 참석하여 인사말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사말 중에 자주 썼던 문장 중의 하나가 ‘축산업은 외롭고 힘든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할 가치가 있고, 해야만 한다.’이다. 평생 천직으로 알고 축산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축산인이라면 늘 또는 가끔씩 이 분야에 몸을 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외로움과 힘이 든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제일 많이 나오는 얘기가 농업분야에서 함께 일을 하면서도 작물·원예 등 다른 농업 분야와 업무 특성이 다르고, 심지어 근무하는 사람들의 품성도 다르다는 얘기까지 한다. 또한 농촌지역에서도 축산은 경종 농가와 비교하여 사회적, 정서적으로 흐르는 무엇인가 다르다는 것이다. 아마 이러한 이면에는 축산업이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포함하여 경제적,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차이가 크고, 특히 환경과 축산의 충돌 문제가 깊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그동안 축산업은 국가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축산물 소비 증가와 영양적 가치 존중에 힘을 입어 그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 또한 축산업의 성장 배경에는 경쟁력 제고와 효율성의 극대화라는 명제 하에 ‘공장식 축산’이라는 불편한 용어까지 뒤따르게 된 것도 현실이다. 최근에는 일부 교육청에서 탄소배출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학교에서 ‘그린 급식(채식)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인식을 함께하는 것을 축산분야에서도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성장기 학생들의 영양불균형을 조장하고, 의지나 선택권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도 실천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은 유감이다. 이러한 사례를 포함하여 축산인들은 축산의 본질인 소비자들에게 맛있고 위생적인 축산물을 공급하는 일 외에 사회적 이슈에도 대응을 해야만 하는 외롭고 힘든 행진을 오늘도 이어가고 있다. 

축산의 ‘외로움과 힘듦’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여러 가지 요소를 꼽을 수 있겠으나 축산인들이 겪는 외로움과 어려움의 핵심은 ‘축산과 환경의 공존’ 문제라고 생각된다. 오죽하면 최근에 “축산물은 좋은데, 축산업은 싫다”는 말까지 나오는가? 축산은 농업·농촌의 핵심 산업이며, 국가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국민건강에 중요한 단백질을 공급하는 등 공익적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축산이 처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적 산업으로 새로운 경제 질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축산과 환경을 대립적인 성격으로 규정해서는 곤란하다. 즉 상호 공존하기 위해서 아래의 3가지의 개념 구도를 잘 통합화하고, 정책지원과 산업현장에서의 주체별 의사결정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3가지 개념 구도 중 첫째는 사회적 이슈이고, 둘째는 경제적 이슈, 그리고 셋째는 환경적 이슈이다. 사회적인 이슈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소비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축산, 소비자를 생각하는 축산이라고 본다. 즉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안전하고 품질이 우수한 축산물의 공급이며, 이에 대한 지속적인 대응과 사회적으로 안심하게 동물성 식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이슈는 축산농가의 입장에서는 축산물의 생산비 개념과 산업적 행위에 대한 소득이라고 보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축산물의 구입가격과 만족도이므로, 상호 이해관계에 대한 충돌을 최소화하려는 노력과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환경적인 이슈는 축산농가의 입장은 축산환경 개선에 투자하는 비용이 최소화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것이며,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가축을 생산이 핵심인 것으로 생각된다. 환경보전에 대한 관리 주체와 일반 국민은 쾌적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싶은 욕구 충족이 요지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이 국민의 환경적 욕구가 높은 여건에서의 축산업은 3가지 이슈에서 공통분모를 최고점에서 충족시키는 경영관리와 환경문제에 대한 능동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FAO(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의 보고서에서 ‘축산과 환경의 상호관계’의 결론 부분에 언급한 내용을 살펴보면 “축산물의 생산량(경제적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인류복지와 어떻게 조화롭게 지속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축산농가’와 ‘ 환경관련 정책 주체’가 상대를 붙잡고 방해(tackling)하지 않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해자가 아닌 동반자라는 인식이 중요하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는 축산분야에서는 환경규제(부서)만 없으면, 환경분야에서는 축산업이 없다면 모든 일이 다 잘될 것이라는 자세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가오는 여름철 무더위에 가축 관리, 방역 등을 생각하게 되면 축산인들은 더 외롭고 힘들어질 수 있다. 정호승 시인은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수선화’라는 시 중에)라고 하였다. 어쩌면 우리가 ‘외로움’과 ‘힘듦’을 겪는 것은 더 나은 무엇을 위해 극복하라고 하는 숙제가 아닐까?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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