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단순히 간식의 개념을 넘어 다양한 맛과 형태로 일상적인 식재료로 자리잡은 치즈는 식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덕분에 국내 치즈시장 규모는 날로 성장을 거듭해 가는 모양새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국산치즈보다는 외산치즈의 수요 증가에 따른 성장세가 높아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최근 국내 치즈시장의 동향을 살펴보면서, 해결해야 할 현안이 무엇인지 되짚어 보았다.
가정소비 증가로 지난해 국내치즈시장 전년대비 14.2% ‘껑충’
홈쿡·홈술 트렌드 힘입어 수요 확산…웰빙 콘셉트 제품 속출
국산치즈 소비는 미미…자급기반 보호 제도적 지원책 절실
◆ 코로나19 영향에 가정소비 늘어
FIS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한동안 정체기에 머물렀던 국내 치즈시장은 2018년 이후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14.2% 증가한 3천781억원 규모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공치즈 중에서는 스프레드치즈가 전년대비 7% 증가한 1천748억원 규모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으며, 자연치즈에서는 하드치즈 시장이 전년대비 23% 커져 1천708억원을 기록했다.
그간 연평균 2%의 성장률을 보여왔던 국내 치즈시장 규모가 급성장한데에는 코로나19로 가정에서의 소비가 급증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란 분석이며, 향후 이전과 같이 완만한 성장곡선을 그리다 2025년에는 4천102억원 규모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치즈시장 점유율은 매일유업이 24%로 가장 높았고, 서울우유와 동원F&B가 각각 21.4%, 20.9%로 뒤를 이었다.
◆ 홈쿡·홈술 트렌드에 치즈 관심도 ‘업’
빵과 샐러드로 식사를 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크림치즈와 부라타치즈가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으며, 크림치즈의 맛과 어울리는 식재료를 활용한 제품의 다양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또한, 코로나19로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파스타나 그라탕과 같은 요리에 쓰이는 그라나파다노, 파마산 치즈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으며, 홈술족의 와인소비가 증가하면서 과일치즈 등의 안주로 즐길 수 있는 치즈 수요도 함께 늘어났다.
이밖에도 아이들 간식으로 인기있던 슬라이스치즈는 보다 휴대가 간편한 스트링 형태로 대체되었고, 매운맛 트렌드로 불닭볶음면 등 요리와 함께 활용되며 스트링치즈가 급부상했다.
또한 저염, 무색소, 유당불내증 등 건강을 고려한 치즈에도 관심이 늘어나면서 ‘웰빙’을 강조한 스트링치즈 제품들이 등장하는 추세다.
◆ 치즈시장 커졌지만 맥 못추는 국산치즈
낙농진흥회의 유통소비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1인당 치즈소비량은 3.6kg을 기록했다. 치즈 1kg을 만드는데 10배의 원유가 필요한 것을 고려한다면, 단순 계산만으로도 1인당 시유소비량(31.8kg)을 뛰어넘을 만큼의 원유가 치즈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수요가 늘어가고 있는 브라운 치즈, 보코치니 치즈 등과 같은 제품들은 외산이 주를 이루고 있을 뿐 국산치즈는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치즈 수입량은 14만8천톤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오며 전년대비 13.3% 오른 반면, 국산 자연치즈는 외산과의 경쟁에서 밀려 자급률이 2009년 8.9%를 정점으로 지난해 2% 대로 하락했다.
국산 치즈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가공치즈 역시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외산 자연치즈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 치즈시장의 확대를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이러한 가운데 낙농선진국들과의 FTA체결에 의해 2026년부터 무관세로 유제품이 수입될 예정으로 외산 치즈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낙농생산기반 유지와 식량안보 차원에서 국산치즈의 소비기반을 단단히 다져야 할 상황이다.
◆ 치즈 국산화 가능성 찾아야
국산치즈의 강점은 무엇일까?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의 ‘2020년 우유·유제품 소비행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치즈 구매자의 85%가 국산치즈를 선호한다고 했으며, 응답자의 50.5%가 선호이유로 ‘신뢰도와 안전성’을 꼽았다.
그렇지만 제조사나 국가만 보고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외산을 원료로 하는 가공치즈가 주를 이루는 국내 치즈시장에서 국산치즈에 대한 올바른 소비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알릴 수 있는 홍보·교육 마케팅과 온라인 채널이나 전문 판매점 확대 등의 판매처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치즈의 원료가 되는 우유의 기본가격이 낙농선진국에 비해 3배 수준으로 차이나는 현 환경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품질이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시장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는 것.
이에 낙농업계에서는 치즈의 국산화를 촉진하기 위한 현재의 ‘가공원료유지원사업’ 개편을 포함한 낙농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재정적인 지원, 무엇보다 산업보호를 위한 정책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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