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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만물의 근원인 물, 그리고 축산


양 창 범 석좌교수(제주대학교)


서양의 자연철학자 탈레스(Thales)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탈레스는 왜 만물의 근원이라고 했을까? 그만큼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늘의 구름도, 땅속 깊이 흐르는 지하수도, 대륙을 둘러싼 바다도 모두 물이고 특히 생물의 몸 내부에도 물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동물체의 약 60∼70%를 구성하고 있는 물은 체내에서 영양소와 노폐물의 운반, 체온 유지 등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10% 이상만 잃어도 생명에 위협을 주는 필수 물질이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물이지만 물은 구하기 쉬운 것, 값이 싼 재료로 흔히들 생각하고 있다.

가축 생산을 기반으로 일을 꾸려나가는 축산에서 물의 존재와 가치는 어떤가? 물의 중요성과 역할을 잘 알고 가축에 대한 사양관리는 물론 분뇨처리 등 생산 활동에서 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축분뇨(퇴·액비)는 작물 재배에 필요한 영양소 공급기능과 토양의 물리·화학적 개선 효과 기능을 가진 좋은 자원이라는 주장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환경을 관리하는 측에서는 여전히 ‘축산폐수’라고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또한 일반적으로 생활하수와 산업폐수가 수질오염원으로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수질오염원 중에서 대표적인 것으로 가축분뇨 처리와 배출을 지목하고 있다. 축산인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도 있을 것이나 환경관리 주체 및 다수의 국민은 축산물 생산도 중요하나 물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또한 물에 관한 속담 중에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축산 현장에서 일어나는 극히 일부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부적정하게 가축분뇨를 관리하여 주위로부터 민원을 야기하고, 때로는 법적인 조치를 당하면서 언론에까지 축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농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민원 발생은 물론 축산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최소화하는데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물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리인 것이다.

제품의 원료취득·제조·사용·폐기로 구성되는 전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총량 및 물과 관련된 잠재적 환경영향을 정량화하는 개념을 물발자국(water footprint)이라 한다. 축산물의 물발자국을 살펴보면 1kg의 쇠고기는 1만5천415ℓ, 돼지고기 1kg은 5천988ℓ, 닭고기 1kg은 4천325ℓ이고, 우유 250mℓ는 255ℓ에 해당이 된다는 보고(waterfootprint.org)가 있다. 이처럼 축산물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물 소비량은 상대적으로 매우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최근 국내외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대체육과 배양육(해당 명칭에 대한 논란은 조기 정리가 필요) 생산이 향후 세계 식량문제의 해결을 위한 매력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도 현재의 축산업이 많은 양의 물과 토지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원인 중이 하나라는 관점에서 공격하고 있다. 배양육의 경우 줄기세포와 같이 세포나 조직을 배양할 때 주로 소 태아혈청 기반의 배양액을 사용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친환경 또는 윤리적인 면에서 비판적인 관점도 있다. 하지만 식육 트렌드의 변화에 따른 관련 기업 및 단체 등의 시장공략에 대비하고 미래지향적인 축산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물을 포함한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을 보전하는 기능에 대하여 늘 고민하고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어떠한 노력과 실천이 필요한가?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정책과 연구 분야에서는 축산에 필요한 자원(물, 사료, 에너지 등)의 분배와 이용의 효율화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노력, 축산농가에서는 신선한 물과 사료 등의 적정한 공급은 가축의 생산성과 환경관리에 직결되는 요소임을 늘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오염된 물을 가축이 섭취했을 때 소화장애, 대사 불량, 질병 발생 등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청정한 물의 급여는 물론 급수기의 고장으로 유실되는 물에 대한 세심한 관리 등 물의 이동에 대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가축 건강뿐만 아니라 분뇨처리와 수질오염 문제까지 소비되는 물의 양(量)과 질(質)이 깊숙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물은 늘 소중하고 고맙게 여겨야 할 존재이며 높은 가치를 지닌 축산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물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가축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약(藥)이 되기도 하지만 독(毒)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가 늘 가까이 마주하는 하천과 강, 호수와 바다 등에서 발생하는 수질오염과 관련하여 ‘자정능력(自淨能力)’이라는 용어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자연 생태계에서 유입된 오염 물질을 인간의 간섭 없이 ‘스스로 정화하는 작용’을 말한다. 축산업도 더 큰 발전과 함께 소비자들에게 보람과 긍지를 갖기 위하여 방역과 환경개선 등 주변의 취약한 요소들에 대하여 스스로 해결하려는 다른 의미의 자정능력이 더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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