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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동물복지, 어디까지 왔나


오 인 환 명예교수(건국대학교)


지난 여름 복 날에 전통이 있는 보신탕집을 찾았는데 메뉴가 바뀌었다. 수십 년 해오던 보신탕은 안하고 대신 영양탕(염소탕)이 나왔다. 개인사정을 제외하면 동물보호법의 영향과 국내 반려견 양육가구가 591만이나 되는 상황도 작용했을 것 같다. 스페인의 유명한 투우경기도 북서부 지역 카스티야레온 주에서는 최근 금지하는 판결이 나왔다. 동물보호자들은 500년 이상 이어진 고통을 종식시켰다고 환호했다. 동물보호, 동물복지는 피해갈 수 없는 시대흐름이 되었다.   

이 분야에서는 유럽이 앞서 가고 있다. 동물복지는 동물학대를 방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동물보호·복지로 확대되면서 동물복지에 관한 제도와 법률들이 강화되고 있다. 동물복지의 십계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5대 자유는 다음과 같다. 1. 갈증, 배고픔으로부터의 자유 2.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3. 고통, 상처,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4.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 5. 두려움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공장식 밀집사육방법은 자연과 동물을 왜곡된 시각으로 본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유럽은 동물복지 차원에서 2012년부터 산란계 케이지와 모돈의 스톨 사육을 금지시켰다. 산란계의 경우에는 평사로 하거나 케이지의 경우에는 내부 칸막이를 떼 내어 닭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하는 추세이다. 횃대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으며, 이는 조류의 복지에 있어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앞으로 향한 3개의 발가락과 뒤로 향한 한 개의 발가락은 홰를 둥그렇게 꽉 잡는 형상을 유지하는데 편안한 자세가 되기 때문이다. OIE(세계동물보건기구)는 가축의 운송 도축, 살처분에 대한 지침을 마련했으며, 가축생산시스템에 있어서 동물복지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거기서 더 나아가 동물복지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의 축산물은 수입하지 않겠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동물보호법이 2013년부터 시행되어 동물복지 축산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축종별로 2012년에 산란계부터 시작해 연차별로 확대해 현재 7종에 이르고 있다. 2019년에 산란계 농장 27개소, 육계농장은 33개소, 양돈농장 5개소, 젖소농장 2개소가 인증을 득했으며, 이는 전년대비 32.3% 증가한 수치이다. 축종별 가축사육농장 중 동물복지축산농장은 산란계(144/963), 육계(89/1천508), 양돈(18/6천133), 젖소(11/6천232)으로 나타나 중·대가축에서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한우에서는 인증이 한 곳도 이뤄지지 않은 점이 특이하다. 동물복지 축산컨설팅 사업에는 개소 당 1천만원을 지원하며, 연간 100개소를 계획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최근(2014~2020) 가축복지를 이행하는 농가에 대한 장려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축사바닥을 친환경적으로 하고 요구되는 충분한 면적을 확보했을 경우에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즉 이용 가능한 축사면적의 40% 이상을 깔짚을 깔아주어야 하며, 바닥의 깔짚은 푹신하고 마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비육우의 경우에는 성우 한 마리당(GVE) 180, 150, 120 유로를 체중에 따라서 차등지원하고 있다. 즉 비육우(숫소) -350kg, -500kg, 500kg 이상, 그리고 비육돈(웅돈)의 경우에는 -50kg, -85kg, 85kg 이상으로 구분한다. 비육돈에서는 65 유로/GVE, 모돈의 경우에는 80 유로/GVE를 지급한다. 여기서 GVE는 성우 한 마리로 환산했을 경우를 뜻한다.

이전에는 노동력 절감과 면적당 사육마리수를 고려한 경제성이 주요 평가항목이었다면, 이제는 동물복지 차원에서 가축 원래의 습성을 고려한 친환경 사육시설을 주요 평가항목으로 여긴다. 많은 연구가 비육우를 대상으로 우사의 바닥형태가 일일증체량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수행되었다. 경제적이며 노동력을 절약하는 틈바닥 사육에서는 일일증체량이 1천322g인 반면에 바닥에 깔짚을 깔아준 우사에서는 1천382g으로 유의성 있게 높았다. 또한 틈바닥 사육에서는 눕고 서는데 부자연스러웠고, 꼬리부분의 변형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깔짚우사와 충분한 사육면적은 가축복지에 필수요건이 된다고 했다.   

동물복지 축산을 할 때의 문제는 축사면적당 사육두수가 줄어들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유럽에서는 소비자에게 동물복지를 고려해 친환경적으로 사육한 축산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소비자는 조금 더 지불할 의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싼 가격을 선호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런지 동물복지 축산을 하는 농가들의 애로 사항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 국제무역에서 동물복지 수준은 무역의 새로운 장애물로 등장했으며, 이 같은 장애물은 기업들과 사육자들이 축산물 거래에서 자주 손해를 보게 만든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가축복지인증에 있어서 중·대가축 농장이 더욱 관심을 갖도록 고민을 해야 하겠다. 인증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보완 및 개정을 해 진입장벽을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 오스트리아의 사례에서처럼 사육면적을 확장하도록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는 적극적인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동물복지인증이 소득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홍보를 통한 소비시장의 활성화와 소비자들의 인식전환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축산물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고품질의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동물복지 원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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