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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방역전쟁과 식량안보

  • 등록 2020.04.03 10:35:34

[축산신문]

남성우 박사(전 농협대 총장)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처음에는 세계적 확산 우려를 인정하지 않던 WHO는 급기야 지난 3월 11일 팬데믹(pandemic:감염병세계적유행)을 선포했다. 중국 우한시에서 지난해 12월 최초 발생이후 석 달이 지난 3월 30일 현재 206개국에서 70만명 이상이 감염 확진되었으며 사망자가 3만3천명을 넘었고 확산추세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원 발생국인 중국과 세계적 관광국인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 등에서 심각하며, 미국은 국가비상사태 선포에도 불구하고 급속도로 확산, 감염 확진자수가 13만명을 넘어서며 중국을 앞섰다. 우리나라에서는 확진환자가 9천600명을 넘었으며 15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런 확산추세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세계방역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면서 슈퍼마켓에서 식품과 생필품의 사재기 현상이 보도됐다. 지난 번 ‘사스’나 ‘메르스’ 전염병 때에도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인데... 세계에서 물자가 가장 풍부하다는 미국에서 조차도 할인점 슈퍼마켓의 식품판매대가 사재기로 텅텅 비었고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태 진정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전염병으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 사재기라는 ‘먹거리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나와 내 가족’ 의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 남이야 어쨌든 나는 살아야겠다는 동물적인 본성의 표출이며 이런 게 인간의 속성이다. ‘사흘만 굶으면 남의 집 담을 타넘는다.’는 옛말은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말이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이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빵’ 한 개를 훔친 죄로 평생 겪었던 고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배고픔은 서러운 것이다.
  개인에게 있어서도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데, 먹거리 쟁탈전이 국가 간에 일어난다면 과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당연히 국가 간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남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냉정한 질서만 있을 뿐이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먹거리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렵시대에는 ‘먹고살기 위해’ 개인과 부족 간에 영역(領域)전쟁을 했다. 유목민들 간에는 가축에게 먹일 풀을 확보하기 위해서 초지(草地)전쟁을 했다. 농경민족은 강가의 비옥한 땅을 차지하려고 농지(農地)전쟁을 했다. 중세에는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 영토(領土)전쟁을 했고 새로운 땅을 차지하기 위해서 해외 식민지(植民地)전쟁을 일으켰다. 현대에 와서는 남보다 부강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 경제, 무역, 금융, 정보전쟁으로 진화됐다. 농업분야에서는 종자(種子)전쟁과 생명공학(生命工學)전쟁이 치열하다.
  국가안보의 주요 요소를 말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군사, 정치외교, 경제, 사회, 환경안보를 거론한다. 한 가지 아주 중요한 요소를 망각하고 있는 데, 그것은 바로 식량안보(食糧安保, Food Security)다. 필자는 2002년도에 국방대학교 안보과정을 일 년간 수학한 일이 있다. 당시에 국가안보의 요소 중에서 식량안보를 빼놓고 설명하기에 나는 식량안보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함을 주장해서 호응을 받았다. 국민 모두가 배고픔을 모르고 살다 보니 식량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거였다. 마치 매일 숨 쉬는 공기의 중요성을 잊고 사는 것처럼.   
  이제 우리나라가 국민의 주요 먹거리인 곡물과 축산물을 국내에서 어느 정도나 확보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즉 식량안보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농축산물의 자급률을 통해서 가늠해본다. 2019년도 곡물자급률은 45.2%(사료용 포함 시 23.8%) 육류자급률 62.8%, 우유자급률은 46.2%에 불과하다. 우리국민들 먹거리의 절반 가까이를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자유무역협정(FTA)의 확대로 관세가 계속 철폐되어 가고 있어서 자급률은 해마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평시에도 우리는 식량을 절반 정도밖에 생산하지 못하는데 만약에 비상사태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큰 걱정이다.
  지금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각 나라들은 입국금지나 입국제한 등 국경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모든 인적·물적 왕래마저 끊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만약에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밀이나 콩을 수입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식량부족으로 온 국민이 고통을 겪을 것이다. 육류나 유제품의 가격이 폭등하거나 수입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단백질을 공급할 것인가. 배고픈 국민들의 건강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런 이유 때문에 선진국들은 식량안보산업인 농축산업의 가치를 인정하고 국가차원에서 전략적·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77억명인 세계 인구가 2050년에는 96억명으로 늘어나는데 반해 기후변화로 농축산업환경이 나빠질 것이므로 미래의 식량확보가 문제라고 UN은 전망한다. 농축산업은 생명산업이고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식량안보산업’이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농업·농촌을 지키고 있는 고향의 파수꾼인 농축산인들을 격려해주고, 국가적으로는 농축산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농업의 발전이 없이는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는 ‘쿠즈네츠’교수의 주장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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