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서동휘 기자] 코로나19 사태 속 가금산물 가격이 심상치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시장이 얼어붙어 전반적인 시장의 흐름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 가금산물의 가격은 강세이거나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가격만을 기준으로 유통흐름이 안정적이라고 속단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경계하고 있다.
◆ 닭고기=당초 공급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이달 육계시세는 생산원가 이하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배달형 프랜차이즈, 대형 마트 및 SSM 마트(대형유통마켓)의 배달소비가 증가한 가운데 단기적인 공급부족이 겹쳐 월초 육계시세는 kg당 1천500원(대닭, 대한양계협회 기준)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업계서는 일부 채널에서 소비가 늘었다지만, 오프라인 시장의 좋지 않은 흐름을 상쇄시킬 정도는 아니어서 이같은 가격상승은 일시적인 공급부족의 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한 육계계열화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이어진 A업체 물류차량기사들의 파업으로 공급이 원활치 못해 A업체가 공급하던 대형 프랜차이즈에 물량이 모자라면서 시세에 영향을 줬다. 또한 부분육 발골 작업장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발골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치 못한 탓에 닭날개를 중심으로 공급 차질이 발생됐다”며 “A업체의 공장들이 정상화 됐고 학교들의 개학이 늦어져 급식대비 물량이 잉여되는 등 더이상의 가격 상승세 유지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 토종닭=한국토종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토종닭 산지 도계시세는 2천600원(kg)선을 형성하며 보합세를 띄고 있다. 시세만을 보자면 비교적 시장상황이 양호한 것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한국토종닭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토종닭 시장이 극심한 불황을 겪자, 개인농가들이 거의 닭을 키우고 있지 않고 있다. 사실상 계열화업체(계약사육) 물량만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상태”라며 “최소 주당 80~100만수는 움직이던 토종닭 시장이 현재 50~60만수에 그치고 있다. 사실상 공급물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시세가 생산비를 갓 상회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극심한 소비침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오리=오리고기 가격 역시 토종닭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4분기부터 큰 변동폭 없이 장기간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오리협회에 따르면 산지 오리시세는 적게나마 생산비를 상회하는 수준인 7천100원(생체 3kg)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외식시장이 주도하고 있는 오리고기 소비가 크게 위축된데다 현재 오리휴지기가 시행되고 있어 절대적인 사육수수가 감소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소비위축의 심각성을 반증하고 있다는 것.
한 오리계열화업체 관계자는 “오리시장은 토종닭시장과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 시장 자체가 쪼그라든 것”이라면서 “현재 각 계열화업체의 냉동비축 물량은 최근 3년 중 최대치일 것으로 추측된다. 소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업체들이 휴지기에 대비했던 물량들을 아직 제대로 시장에 풀어보지도 못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계란=계란은 실제로 공급량이 부족해 산지시세가 강세를 띄고 있다. 월초 계란산지시세는 전국평균 1천300원(특란 10구, 대한양계협회 기준)을 기록하며 지난달(1천150원) 보다 상승했다.
수도권에서 계란을 유통하는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대구에서 시작된 소위 계란사재기 현상이 수도권으로 번지는 추세”라며 “2월 중순 부터는 취급량을 30%가량 늘렸는데도 거래처에서 계란을 더 달라고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상황이 길게 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히려 다가올 폭락을 대비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현재 계란이 부족한 상황인 것은 맞다”면서도 “학교들의 개학시기에 맞춰 공격적으로 입식을 했던 농가들에서 본격적으로 계란이 생산되는 이달부터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급식으로 소비되지 못한 계란들이 일반 소매시장으로 흘러들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