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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가축질병 알아야 막는다> 1. 소 보툴리즘 예방 및 대책

청산가리보다 1천만배 강한 치명적 독소 중독증
신경마비 유발…진단 어려워 ‘백신’ 효과적 대안

  • 등록 2020.02.27 19:36:04


‘코로나19’ 때문에 온 세상이 난리다. 질병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섭다. 가축질병도 마찬가지다. 막는 것이 최선이고, 발생했다면 조기종식에 힘써야 한다. 본지는 이번 기획시리즈 ‘가축질병 알아야 막는다’를 통해 농림축산검역본부 전문가로부터 가축질병 특히 세균 질병에 대해 정확히 알고, 대책방안을 들어보기로 했다. 이번 기획시리즈가 가축질병 피해 감소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정병열 수의연구관(농림축산검역본부 세균질병과)


보툴리즘은 ‘보툴리눔’ 세균이 배출한 독소를 소가 먹어서 생기는 매우 치명적인 중독증이다. 

만약 지구상의 독소를 강도에 따라 줄을 세운다면 1등이 보툴리눔 독소이다. 보툴리눔 독소는 청산가리보다 1천만 배 이상 강력해 극미량만 먹어도 소가 폐사하게 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이 독소를 정제하여 ‘보톡스’라는 약품을 만들어 얼굴 주름을 펴는 미용에 활용하고 있다. 

보툴리눔 균의 독특한 특징 2가지를 알면 독소를 만들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보툴리눔 균은 산소가 없는 곳에서만 자라서 독소를 만든다. 즉, 곤포 사일리지처럼 비닐로 밀폐된 환경에서 보툴리눔 균은 발육하여 독소를 분비하게 된다. 

△보툴리눔 균은 ‘아포’라는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어 끓는 물이나 소독제에서도 살아남는다. 결론적으로 밀폐된 환경에서 적절한 온도와 수분이 공급되면, 갑옷을 입고 겨울잠을 자던 보툴리눔 균들이 갑옷을 벗고 활동을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일리지 등에 보툴리눔 독소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농장에 보툴리즘이 발생하여도 소가 죽는 원인물질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그러나 가장 가능성이 큰 몇 가지를 언급한다면 △육계농장에서 사용한 왕겨이다. 왕겨 더미에는 간혹 병아리 사체가 유입되어 있다. 병아리 사체가 부패하면 사체 내부에 있던 보툴리눔 균이 독소를 만드는데, 이러한 왕겨를 뿌린 초지나 토양에는 보툴리눔 독소가 아주 많게 된다. 

△건초나 사일리지 제조 시 쥐, 새 등 야생동물의 사체가 유입되면 이 또한 부패하면서 독소를 만들 수 있다. 

△목장 주변에 야생동물이 작은 동물의 사체를 물고 다니면서 보툴리눔 독소를 목장에 오염시킬 수도 있다. 

△한편 외국에서는 소 물통에 의한 보툴리즘 발생 사례가 많다. 즉 물통에 동물 사체, 건초 등이 유입되고 적절한 기온이 된다면 보툴리눔 균이 자라면서 독소를 만들어 물을 오염시키는 것이다. 

소에서 보툴리즘은 나이에 상관없이 나타난다. 독소를 얼마만큼 먹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양한데, 많이 먹으면 급사하고 아주 적은 양을 먹으면 마비가 천천히 나타난다. 

신경마비는 주로 뒷다리에서 시작하여 점차 앞다리, 머리 쪽으로 진행하며 최종적으로 호흡근육 마비로 폐사하게 된다. 다만, 마비 증상이 있더라도 신경이 예민하거나 불안, 한쪽 다리만 마비되는 것은 보툴리즘이 아니며, 보툴리즘 마비는 혀를 잡아당겨도 원위치시키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가축의 보툴리즘은 진단이 매우 어렵다. 외국에서도 보툴리즘 의심소의 약 20~30%만 진단되고 나머지 70~80%는 원인불명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정상 도축우의 분변에도 보툴리눔 균이 존재하므로 소에서 균의 존재 여부로 보툴리즘을 진단하는 것은 다소 미흡하다. 

△보툴리눔 독소는 신경조직에 부착하여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을 차단하므로, 폐사축을 부검하더라도 병변이 전혀 없다. 

△또한 독소가 매우 강력하여서 소가 항체 형성 이전에 급사하므로 항체검사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건강한 소가 갑자기 폐사하여 부검과 정밀검사를 하더라도 보툴리즘이라고 진단할 수 있는 소견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보툴리즘은 독소에 의한 중독증이므로 항생제나 다른 치료제의 효과가 전혀 없다. 영국에서는 소가 원인불명으로 기립불능되어 급사하면 가장 먼저 보툴리즘을 의심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보툴리즘으로 신속하게 진단받아도 농장에서 할 수 있는 대응책은 매우 한정적이다. 

△소를 다른 축사로 이동시키거나 사료를 완전히 교체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다. 한편, 보툴리눔 독소에 오염된 사료를 교체하여도 최대 17일까지는 이전에 섭취한 오염 사료로 인하여 폐사할 수도 있다. 

△보툴리눔 독소는 햇빛에 3시간 노출하면 파괴되므로 건초 등을 일광소독하여 사용할 수 있으나 이 또한 농장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 △평상시에 백신 접종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 있는 방법이다. 

정리하면 △3두 이상 원인미상으로 기립불능되면 먼저 보툴리즘을 의심하라 △부검해도 병변이 없다 △일령에 상관없이 소가 폐사하며 뒷다리부터 시작하여 앞다리, 목, 머리로 마비가 진행된다 △정상 소가 갑자기 기립불능되면 즉시 혈액을 50ml 채혈해야 독소진단이 쉽다 △독소에 오염된 사료를 교체해도 최대 17일까지는 이전에 섭취한 오염사료로 인하여 폐사가 일어날 수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육계 왕겨, 건초 내 야생동물의 부패한 사체, 음수 오염 △동일 사료가 오염원이라면 급여받은 다른 농장도 보툴리즘 발생 가능성이 크다 △보툴리즘을 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은 오염된 건초나 사일리지의 교체, 그리고 백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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