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주 과장(경상북도 축산정책과)
추운 겨울 뚝배기의 따뜻한 온기가 손으로 전해져 오면 가난했던 그 시절 쇠고기 국밥 한 그릇에 대한 추억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땐 집에 귀한 손님이 오시면 한 번씩 끓여 먹을 수 있었던 것이 이제는 너무나 흔한 음식이 되었다. 축산업 발전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떠올리며 경북축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해 본다.
정부는 축산물 소비 트렌드 변화에 발맞추어 동물복지형 축산, 친환경축산물인증제, 깨끗한 축산농장 지정, 산지 생태축산 육성 등 안전한 축산물 생산과 환경오염 최소화 등에 노력 중이다.
그중에서 ‘계란 산란일자 및 사육환경 번호 의무 표기제도’가 눈에 띈다.
동물복지기준을 준수해 건강한 가축에서 생산된 축산물을 착한 가격에 구입해주는 소비문화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면 관행적 밀식 사육형태가 설 자리가 있을지 의문이다. 수급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국내 여건상 밀식 사육은 어쩔 수없는 현실 타협적 대안이라 주장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러한 형태가 지속 가능할 리 없다.
소비자가 원하는 친환경축산물과 환경오염 최소화를 위해서는 축산 환경개선이 우선이며 그 핵심이 가축분뇨의 적정한 처리이다. 축산산업의 제2의 도약을 위해 우리의 발목을 묶는 그 끈을 과감하게 끊어내야 한다. 그것은 축분처리의 패러다임 전환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축산농가와 지역 주민들에게 축산업의 가장 큰 문제가 뭐냐고 물어보면 축산농가는 “분뇨 처리”, 주민들은 “냄새와 파리”라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정부와 축산농가의 핵심 과업이 생산성 향상과 생산비 절감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직 하나 ‘분뇨 처리’다. 분뇨 처리는 축산농가에게는 수익의 문제를 떠나 ‘생존’ 문제이다.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2012년 가축분뇨의 해양투기 금지 이후 정부는 축분자원화 정책을 지속 추진해 왔고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다. 그 결과 시설현대화와 장비의 질적 성장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축산분뇨는 예전에도 문제이고, 지금 역시 고민꺼리로 남아 있다. 왜 그럴까?
경북도내 3만3천호 축산농가에서 소 74만두, 돼지 150만두, 닭 3천500만수를 사육중이며 여기서 배출되는 가축분뇨량은 연간 800만톤에 이른다. 이 중 80% 이상이 퇴·액비화 과정을 거쳐 토양에 환원되고 있다. 문제는 충분히 부숙시켜 양질의 퇴비를 만들려니 퇴비사 공간이 부족하고 퇴비사 공간을 늘리자니 인허가 등과 추가 설비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이에 따른 민원도 만만치 않다.
퇴비화 과정에서 필요한 시설과 장비는 늘어나고 그 효율도 담보치 못하는 실정인데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숙 과정에서 나오는 냄새를 농가에서 100% 차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주변 민원으로 양질의 퇴비를 생산하지 못하니 미부숙 퇴비가 농경지로 나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토양오염, 수질오염, 냄새 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된다. 공공처리장으로 보내려니 처리용량 부족 등 사정이 여의치 않다. 한마디로 ‘가축분뇨의 수난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함께 가축사육제한 구역 확대, 2020년 3월 25일부터 퇴비부숙제도 시행 등 환경규제는 나날이 강화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정부의 축분처리 정책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화 없이 토양환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축분처리의 다양성 확보를 고민해야 한다.
지난 2017년 12월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30년까지 20%까지 확대하는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을 발표하였다. 일본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부터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힘쓰고 있다.
일본의 육계업체와 농가에서는 축산분뇨의 에너지가치를 확인하고 축분을 소각해 전기를 생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처리과정에 냄새로 인한 민원도 전혀 없고 분뇨를 발전소에서 수거해 처리해 주니 축분처리 고민 없이 사육에 전념할 수 있다고 한다. 축분 처리의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 것이다.
유럽 등 축산선진국에서도 축분을 활용한 에너지화 사업을 추진 중이거나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 중에서도 메탄가스 등을 활용한 발전은 국내에서도 진행 중이나 발전 후 축분을 또 다시 발효해서 토양에 환원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렇게 되면 또 원점이다.
이러한 시대흐름에 발맞추어 경북은 축분 처리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준비 중이다. 경북형 축산분뇨 에너지화사업의 추진으로 축분 처리의 다양성을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 내용은 크게 축분 고체연료 생산 인프라 구축, 가축분뇨 열병합발전소 유치, 축산정보 빅데이터 관제센터 건립 3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로 축분 고체연료 생산인프라 구축이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4년간 360억원의 자금을 투입, 200개소의 농가와 2개의 공동자원화센터에 축분고속건조발효기, 펠렛성형기, 저장창고, 포장기 등 지원할 계획이다. 농가에서 48시간 내에 수분 20%이하 부피가 75%까지 감소된 냄새없는 축분연료분말이 생산되면 도내 공동자원화센터에서 수거 펠렛형태의 고체연료로 가공된다. 골칫거리 축분이 370억원 가치의 연료로 탈바꿈되어 열병합발전소 연료로 납품될 것이다.
둘째로 축산분뇨 열병합발전소 유치이다. 도내 축분고체연료로 전소발전하는 발전용량 10MW~50MW급 발전소 4기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발전소가 가동되면 공동자원화센터에서 생산된 30만톤의 고체연료가 발전연료로 활용된다. 대규모 고정수요처가 생기는 것이다. 연간 12만톤의 후처리 회분은 경종농가에 고급비료로 환원할 계획이다. 발전소 4기 운영 시 400여명의 신규 청년일자리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셋째로 축산정보 빅데이터 관제센터 건립이다. 기존의 경험축산에서 스마트축산으로 축산정보 관리체계를 전환하고 노동생산성 향상을 도모해 나갈 예정이다. 2021년 센터 운영을 목표로 올해 100억원의 자금을 투입 정보수집 플랫폼 및 분석 알고리즘 개발과 빅데이터 관리요원 육성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경북은 축분처리의 새로운 접근과 축산정보 빅데이터 활용으로 경북이 한국 미래축산을 선도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함몰 될 것인가. 아니면 변화의 물결을 탈 것인지는 우리의 현명한 선택과 결기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