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요 한 교수(숙명여자대학교)
우리는 일상에서 아주 쉽게 냉장고를 접한다. 냉장고는 축산물 뿐만 아니라 모든 식품들의 유통기한 연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 보니 우리는 냉장고를 너무 신뢰하는 경향이 있고 이로 인해 우리가 원치 않는 미생물이 증식해 낭패를 볼 때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냉장고에서 미생물이 증식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큰 착각이다. 냉장고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미생물들이 증식할 수 있다.
냉장온도에서 증식할 수 있는 세균들은 대부분 저온성 세균들이다. 물론 리스테리아, 슈도모나스, 세라티아와 같은 세균들은 저온성 세균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이러한 저온성 세균들 외에 다양한 저온성 세균들이 식육이나 육가공품 부패에 관여하고 있어 이들의 특성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시네토박터(Acinetobacter)는 식육 부패세균으로서 진공 포장 뿐만 아니라 가스 치환 포장에서도 생존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아시네토박터들 중 A. baumannii 같은 경우엔 항생제 내성과 병원성이 있어 이 세균에 대해서는 매우 유의할 필요가 있다.
클로스트리디움(Clostridium)은 산소가 있으면 사멸하는 혐기성 미생물이다. 그래서 이 세균은 호기적인 상태보다 진공 포장에서 증식할 수 있다.
클로스트리디움은 주로 식중독 세균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축산물 부패에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저온성인 Clostridium algidicarnis과 Clostridium putrefaciens는 냉장온도에서 진공 포장된 식육이나 육가공품에 부패를 발생시킬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
카르노박테리움 디벌전스(Carnobacterium divergens)는 식육에서 빈번하게 분리되고 있으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저온성 부패 세균이다. 카르노박테리움 디벌전스가 젖산균이라는 것도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카르노박테리움 디벌전스는 냉진공 포장과 가스 치환 포장된 축산물에서도 증식할 수 있는 저온성 세균이므로 냉장 보관된 축산물의 부패에 주요하게 관여할 수 있다.
냉장 온도에서 증식할 수 있는 젖산균에는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류코노스톡(Leuconostoc), 와이셀라(Weissella)가 있다. 또한 이 젖산균들의 대부분은 진공 포장이나 가스 치환 포장에서도 증식할 수 있다. 이러한 젖산균이 식육이나 육가공품에서 증식하면 변색이나 끈적 끈적한 물질, 이취 등을 생성할 수 있다.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 식육이나 육가공품을 저장함에 있어 냉장고를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통성혐기성세균(산소가 있는 경우 정상적으로 증식하나 없는 경우 느리게 증식이 가능한 세균)이면서 저온성 세균의 경우 진공 포장에서도 증식이 가능하다.
이러한 세균들을 간과할 경우 식품의 부패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식중독 발생도 가능하므로 이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최근 들어 배달·택배로 축산물이 유통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냉장고 보다는 다소 높은 온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저온성 세균에 대한 피해도 증가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저온성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냉장온도유지 뿐만 아니라 냉장 기간도 잘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