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협동조합형 패커가 주도하는 양돈시장 재편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그동안 협동조합형 패커를 표방해 온 주요 양돈조합들의 핵심기반이 될 도축장들이 잇따라 가동에 돌입한 것이다.
첫 신호탄은 도드람양돈농협(조합장 박광욱)이 쏘아올렸다.
전북 김제시에 최첨단 시설을 갖춘 도드람김제FMC가 시험가동을 거쳐 지난 2018년 8월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도드람양돈농협은 기존 도드람안성LPC와 함께 하루 6천두에 달하는 돼지 도축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그 바통은 제주양돈농협(조합장 고권진)이 이어받았다.
제주양돈농협은 2018년 10월18일 서귀포시에 하루 1천500두 작업규모의 축산물종합센터를 준공하고 약 두달간의 시범가동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조만간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육가공시설 증축에도 나설 예정이다.
올해는 대전충남양돈농협과 부산경남양돈농협의 축산물공판장도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다.
두 조합 모두 오는 3월부터는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한다는 계획 아래 시범가동 등 막바지 점검에 한창이다. 앞서 가동을 시작한 도드람양돈농협, 제주양돈농협과 달리 돼지는 물론 소까지 취급하며 공판기능을 갖추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두달여 후엔 협동조합형 패커 표방 4개 조합 도축장들이 모두 생산에 가담하게 된다.
도축능력만 감안할 때 하루 돼지 1만2천두, 국내 전체 도축량(연간 1천770만두 도축, 250일 작업 기준)의 16% 정도를 이들 4개 조합이 담당하게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양돈조합 뿐 만 아니라 국내 전체 양돈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각 조합마다 보다 안정적인 출하처 확보를 통해 조합원들의 전 이용률 확대가 이뤄지고 있거나 기대되고 있다. 돈육 품질 향상을 통한 부가가치 제고와 시장경쟁력 향상은 해당 조합원들의 수익향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국내 양돈산업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육가공을 포함한 4개 조합의 도축장 시설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는 데 이의가 없다. 그만큼 국내 도축 및 가공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계기로 작용, 보다 위생적인 고품질의 돈육 제품을 희망하는 소비자 요구에 적극 부응하는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협동조합형 패커와 민간 기업, 때로는 협동조합형 패커간에도 건전한 경쟁을 통해 기초체력이 강한 국내 양돈산업 실현과 제2의 성장을 내다볼 수도 있게 됐다. 물론 이들 협동조합형 패커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내 양돈산업의 저돈가 기조가 장기화되다 보니 막대한 자본투입에 따른 해당조합들의 재정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조합에 따라서는 날로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돈육시장에서 판매처 확보가 발등의 불이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도축가공장의 안정적 운영을 기반으로 하는 협동조합형 패커의 조기정착은 국내 양돈시장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 협동조합형 패커들이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에 국내 양돈업계의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