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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소 잃기 전 외양간 고친 양돈농가의 ‘한’

  • 등록 2019.10.18 09:58:25


이 명 지 대표(안씨젠)


중국의 ASF 발생 초기 현지 출장을 마치고 귀국(물론 방역수칙은 과할 정도로 준수했다) 한 이후 유기물 제거와 바람직한 소독방법, 멧돼지 기피제, 안전한 pH(水素ion濃度指數) 조절제를 이용한 바이러스 활성저해 방법, ASF 청정화의 성공사례로 손꼽혀온 체코의 ASF 차단방법 등에 대해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과 연구를 지속해 왔다.
그렇다고 해도 중요한 수출 파트너였기에 중국의 ASF에 따른 불안감은 쉽게 떨쳐 버릴 수는 없었다. 지난 1년간 중국으로부터 전해들은 현지의 상황도 비관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와중에 국내에서도 지난 9월17일 ASF가 발생하다 보니 양돈현장에 비할 수준은 아니겠지만 필자가 느끼는 불안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중, 양돈재건 착수
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으로부터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소식이 날아들고 있다. 재입식 성공사례가 많이 늘었다는 것과 함께 현지 사업파트너를 통해 중국 정부의 양돈 재건사업에 참여해 달라는 제안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내용을 전해들은 국내 양돈농가들은 한결같이 의아해 하는 반응이었다.
“10년간 재입식을 못할 수도 있다”는 근거없는 소문들이 마치 사실인냥 확산되고 있는 게 국내 현장의 현실이기에 6개월만에 재입식이 이뤄졌다는 중국의 소식은 이들에게 큰 충격이었던 것 같다.
양돈농가들에게 우리 정부의 재입식 관련 ASF SOP(긴급행동지침) 자료를 제공하고, 아직 성공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 양돈재건을 위한 중국 정보가 있으면 바로 보내드리겠노라는 약속을 할 때마다 검증되지 않은 다양한 추측과 소문속에 하루하루 공포에 떨고 있는 양돈현장의 모습에 필자는 답답함을 감출 수 없다.


최고 선택도 무의미
이야기를 돌려보자. 우리들은 어려서부터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거나, 너무 늦음을 비꼬는 속담이다. 자기가 하려는 일이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고도 그걸 시행하거나, 그 일이 후에 엄청난 대가를 치르는 것도 모른 채 간과하다가 나중에서야 일을 후회하는 결말을 맞을 때 흔히 사용하는 속담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최고의 선택은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점검하고 살림살이도 다 점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소도 잃고, 외양간도 잃기 직전에 처해질 수 있다. 연천의 ASF 2차 발생농장 10km내에 입지한 양돈후계자의 사례만 해도 그렇다.
그는 돼지 사체처리를 철저히 한다. 혹시 모를 ASF 전파원이 될 수 있는 조류나 설치류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 태반 등은 따로 처리하고 있다. 퇴비장을 비롯해 외부에 노출된 공간들은 모두 촘촘한 철조망으로 막았다.
외부 차단을 위해 다중 울타리는 기본으로 구비하고 새를 막는 방조망과 새, 고양이, 설치류 등의 포획기까지 설치, 하루에 2마리 이상 고양이를 잡기도 한다. 매 시간 농장 근무자들에게 폭죽까지 사용토록 해 야생동물을 막아왔다. 상대적으로 추운 날씨임에도 파리 관리에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방역 철저했는데
정부의 무분별한 예방적 살처분을 막아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농장주의 이야기다. 그는 수매동의서에 사인한 뒤 “소 잃었으니 외양간을 부순다”는 울분을 참고, 청원의 글을 써 내려갔을 것이다. 뚜렷한 근거없이 살처분 대상에 포함 된데다 앞으로 불어닥칠 고난에 대한 막막함은 어떠했으랴.
경기도 파주, 강화, 김포, 연천, 포천, 강원도 철원에 이르기까지 지난 2011년 구제역 사태당시 집중적으로 피해를 본 지역들의 농가들은 대부분 방역에 철저하다. 그 중에는 철저하다 못해 병적으로 집착하는 농가들도 다수다. 심지어 차단 방역이 문제가 되면 사료회사까지 바꿔버리는 사례를 접하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까치, 까마귀의 동선도 공부하고, 왜 분만사에서 ASF 발생 가능성이 높은지 연구하며 퇴비장의 pH를 효과적으로 제어,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방법이나 바람직한 소독방법까지 파악하고 있다.


정책, 선회돼야
이쯤이면 묻고 싶은 말이 있다. 현재 역학규명이 어려운 상태에서 발생하는 ASF 소식을 언론보도 혹은 남의 얘기만 듣고, 경기북부 양돈농가들의 노력을 알지 못한 채 낙후된 시설, 미흡한 방역체계 등으로 이유를 돌리거나 막연한 불신의 시각은 없는지 말이다.
광속시대에 사는 우리들이기에 객관성 있는 진실보다는 화려함과 이슈, ‘특단’ 이라는 단어에만 반응하고 있을 수 있다. 특히 역학조사에 있어서 원인과 결과에 따른 과정의 재구성과 그에 따른 각종 증거 수집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없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현장보존의 원칙이 기본인 만큼 ASF 접경에 위치하며 표본농장이 될 수 있는 접경지역, 즉 연천을 비롯한 경기북부 지역 농가들에 대한 정부의 접근 방법을 지금이라도 달리할 수는 없는 것일까.
더구나 주변국의 ASF속에서도 청정화를 실현하고 있는 체코와 같은 기적이 이들 지역에서 재현될 수 도 있는 일이다.
반면 지금같은 방역정책 기조라면 제대로 된 역학조사 결과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은 물론 살림살이까지 다 점검했던 경기북부 양돈농가들의 한(限)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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