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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천자 수필>돈이 떠난 자리

  • 등록 2019.08.09 20:07:57


김용광  전 함안축협 조합장  


꽃 지고 잎 떠난 자리에 망울들이 맺혔다. 

향기 나눔을 준비하고 있는 꽃망울과 생명 나눔을 겨우내 꿈꾸었을 잎망울을 보면 새삼 오고 가는 것이 흐뭇하다. 꽃 가면 씨 오고 씨 가면 싹 오는 자연의 흐름을 주위에서 무엇이 떠나가든 슬픔이 아님을 깨우쳐준다. 떠나면 무엇인가 그 자리를 메워준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이 가면 여름, 가을이 온다. 그 사이엔 한 치의 틈도 없다. 결국 빈자리는 없는 것이다. 

비어 있다는 착각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은 비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모든 경제가 어렵고 개개인의 호주머니가 텅 비어있다는 사실이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비어 있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돈이나 물질이 떠난 자리를 채우고 있는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해서 힘들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돈 만큼의 무게와 가치를 지닌 그 무엇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괴로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돈에게 절대 권력을 부여하고 있다. 돈이 떠난 자리는 그냥 빈자리가 아니다.

되돌아보면 돈이 부끄러워할 귀한 것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 가족에 대한 사랑, 친구와의 우정, 이웃과의 나눔, 타인에 대한 배려, 이런 보배들이 돈이 떠난 다음 새삼스럽게 큰 빛으로 가슴에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려움이 진실을 드러나게 한다. 

진실은 편안함에 다름 아니다. 

난세야 말로 호시절이라는 어느 학자의 말처럼, 난세는 자신과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호시절이다. 우리가 함께 돌봐야 할 일은 돈이 떠난 자리를 오로지 돈으로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꽃이 떠난 자리에 바로 꽃이 맺혀지지는 않는다. 꽃과는 완전히 다른 열매가 맺힌다. 돈이 떠난 자리에 맺혀있는 사랑, 우정, 나눔, 배려, 이런 열매들을 제대로 수확해서 세상 속에 씨 뿌렸을 때 봄이 되면  다시 꽃이 피듯 돈은 반드시 그 자리에 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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