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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 등록 2019.02.20 10:58:14


조 재 석 교수(대구한의대학교)


토머스 모어(Thomas More, 1478~1535년)의 ‘유토피아’ 정식명칭은 ‘국가의 최선 정체와 새로운 섬 유토피아에 관하여’(Libellus……de optimo reipublicae statu, deque nova insula Utopia)이다. 가공의 인물 휴트로에우스가 신세계에서 보고 들은, 어느 곳에도 없는 아름다운 나라 ‘유토피아’에 대해 모어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형식이다.
당대 유럽 사회를 비판한 제1권과 시민을 평등하게 대하고, 화폐도 없으며, 공유재산제가 베풀어지는 이상적인 사회를 묘사한 제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시 유럽 군주들은 자신의 재산이나 영토를 늘리는 데에만 전념했다. 민중들은 ‘인클로저 운동’으로 땅을 빼앗기고 심한 노동을 강요당했다. 국가나 법률도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기 위한 ‘부자들의 공모’에 의한 사물에 지나지 않았다. ‘유토피아’는 부패한 그리스도교 사회의 개혁과 재생을 호소하고, 참된 공공성과 정의란 무엇인가를 우리들에게 묻고 있다.
‘유토피아’는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사회를 상상하며 묘사한 정치적 소설이다. 토머스 모어는 성서와 교부철학, 고전문학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4년 동안 수도회 수도승과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그는 청빈하고 유능한 법률가이자 공직자로 사회로부터 신망이 두터워 1518년에 헨리 8세의 추밀 고문관으로 임명됐다. 1523년에는 하원의장으로 선출됐고, 최초로 평민 출신 대법관이 되었지만 국왕과 갈등하면서 1532년 퇴임한다. 모어는 영국 국교회 수장으로서 국왕이 가지는 최고 권한을 부정한 죄로 런던탑에 투옥됐다. 교황의 권위를 부정하고 헨리 8세와 캐서린 왕비의 이혼을 지지하는 서약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1535년 참수형에 처해진다. 그로부터 400년 후인 1935년 교황 피우스 11세에 의해 시성(諡聖)되어 가톨릭 성인으로 공인됐다. 모어는 가난한 사람을 돕는 공평무사한 관리로 명성이 높았고, 정의와 양심을 지키기 위하여 타협을 거부했다. 지적인 능력을 함양하고 도덕적 진보를 이루기 위한 목표로 1515년 ‘유토피아’를 집필했다.
‘유토피아’는 정의와 양심을 지키려는 고뇌에 찬 지식인의 결과물이다. 아주 적은 노동시간으로도 필수품을 얻을 수 있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신의 지적 정신적 ‘쾌락’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였다. 낙원적, 정치적, 여행기적 요소에 지역적 사실주의를 가미한 ‘풍자적 유토피아 소설’이다. 국가 기구가 강화되던 시절, 모어는 이윤추구의 논리에 따라 소수를 부자로 만들고 가난한 사람들이 핍박받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사물위에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디스토피아’이며, 반대로 형제애, 재산의 나눔, 영혼의 자유, 자연에 대한 관조의 덕목으로 더 나은 이상향을 꿈꾸었다.   
유토피아의 경제적 기반은 공동소유제 농업사회이고, 누구나 열심히 일하지만 사유재산을 축적하지 않는다. 집과 옷을 비롯한 물품은 필요에 따라 공평하게 분배된다. 사유재산의 부정, 계획적인 생산과 소비, 사회적 노동의 계획화, 노동조건의 개선, 소비의 사회화가 실현되는 새로운 사회를 열망한다. 그러나 노예가 존재하고, 필요에 따라 전쟁을 하거나 식민지를 만드는 등 제국주의적 사고의 한계와 유럽 중심적 세계관을 벗어나지는 못하면서도 500년이 지난 지금도 지적·정신적 사유가 빚어낸 걸작이라는 평을 받는다.
한편, 중국 위진남북조시대의 대표적 전원시인 도연명(陶淵明, 약 365년 ~ 427년 추정)이 꿈꾼 이상향은 본분을 다하고 열심히 일하면 저절로 기쁘고 즐거움이 따르는 세상이었다. 인간은 공동체 속에서 태어나 집단 속에서 성장하고, 공동체 영향을 받고 살아간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완벽한 사회가 아니라 발전중의 사회이고, 불완전하며, 극복의 대상이 되어야 할 사회이다. 토머스 모어는 500년 전에 현실을 비추는 더 나은 미래사회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21세기 인류는 ‘역사는 진보한다’고 믿으면서 모든 것을 내일로 미루고, 환경, 경쟁, 이윤 등 ‘미래를 팔아 현재를 사는 충동적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자율적이면서도 사회적인 인간으로서 공공의 기획에 참여하고, 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 삶의 양식과 방법을 찾아 실천해야 하는데  필자가 제시하는 방안이 ‘사회적경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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