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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단독>대기업 상술에 멍든 국가인증 명품한우

‘횡성한우’ 추석세트, ‘횡성축협한우’로 판촉
롯데백 “고의 아닌 실수…바로 시정 조치”
소시모, “인증브랜드 관리기준 보완 필요”

[축산신문 신정훈 기자] 축산물 브랜드 관리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축협과 농가가 수십 년 공들여 육성해 놓은 ‘우수 축산물 브랜드’의 명성을 이용한 대기업의 상술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추석선물세트를 제작, ‘횡성한우’를 판촉하면서 ‘횡성축협한우’가 그동안 거둔 성과를 그대로 도용했다.
‘롯데 추석 선물 특선집(가이드북)’에 산지기행 형식으로 ‘횡성한우’를 소개하면서 APEC 정상회담과 G20 세계정상회의 만찬에 올랐다고 자랑했다. 13년 연속 소비자시민모임이 인증한 대한민국 우수 축산물 브랜드 한우라고도 강조했다. 브랜드 인지도에서 12년 연속 대상을 차지한 명품, 각종 브랜드 한우경진대회에서 많은 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롯데백화점 파트너사(도축장)는 실제로 국가가 명품으로 인증한 ‘횡성축협한우’ 브랜드 경영체인 “횡성축협과 협업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롯데백화점은 온라인(추석선물 특선집 ‘영상으로 만나는 산지이야기’-유튜브) 홍보물에도 같은 내용을 담았다. 영상에서 파트너사 관계자는 “횡성한우는 대한민국 우수 축산물 브랜드 한우로 13년 연속 인증 받은 국내 NO.1 브랜드 한우”라고 했다.
누가 봐도 롯데가 팔고 있는 선물세트는 ‘횡성축협한우’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이런 사실을 확인한 횡성축협의 강력한 항의를 받게 되자, 가이드북의 해당내용을 스티커로 가리는 작업을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횡성축협 한 관계자는 “사실상 횡성축협한우의 명성에 기댄 상술인 셈”이라며 롯데 측에 철저한 재발방지를 주문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도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횡성한우를 담당하고 있는 축산바이어는 “잘못된 내용을 확인한 후 횡성축협에 직접 사과하고 바로 스티커로 수정했다. 매장이나 광고 등에서 횡성축협한우로 오인될 수 있는 내용을 모두 뺐다”고 했다. 그는 “고의는 아니었다. 횡성한우가 정상회의 만찬에 올랐다는 보도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횡성한우의 실적이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표현에 실수가 있었다”고 했다. 또 영상홍보물도 바로 삭제하겠다고 했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지금까지 인증내용을 도용한 사례는 없었다.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현재 인증 경영체에 브랜드 관리기준을 제시해 왔는데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위한 여러 가지 보완책을 강구해 경영체에 고지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했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어사품이라고 자랑하는 횡성한우가 다른 브랜드의 성과를 도용해 판촉 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횡성의 어사품 관리가 엉망인 셈이다. 이번 뿐 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명성 있는 브랜드를 도용하는 상술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를 브랜드 경영체 혼자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책적, 제도적 관리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시장개방에 대응해 국내산 축산물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15년 이상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축산물 브랜드를 육성해왔다. 그러나 막상 시장에선 이런 성과가 유통업자에 의해 훼손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롯데백화점이 실수를 인정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번 일은 예고된 사건이라는 지적도 있다. 2000년 이후 가장 성공한 정책으로 축산물 브랜드 사업을 손꼽던 정부의 브랜드정책이 실종됐다는 목소리가 축산현장에서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의 우수 축산물 브랜드 인증사업의 맹점도 드러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유통체인을 가진 백화점에 공공연하게 소시모 인증을 도용해도 적발하거나 제재를 가할 시스템이 없다는 점은 재발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