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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현실 무시 무허가축사 규제…누굴 위한 것 인가

이정배 조합장(서울경기양돈조합)

  • 등록 2018.08.31 10:47:41

[축산신문]

 

이정배  조합장(서울경기양돈조합)

무허가축사 이행계획서 제출기한이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달 27일이 지나면 무허가축사 보유 양축농가 가운데 상당수가 농장 문을 닫게 되는 상황이 현실화 되는 것이다.
축산신문을 보면 이행계획서 제출 단계에서 2만2천농가 정도가 더 이상 적법화를 진행하지 못한 채 탈락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국의 가축사육업 허가·등록농가가 약 12만7천호라고 하니 당장 다음달부터 10명 중 2명의 양축농가가 축산현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인 셈이다.
더구나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양축농가들이라도 적법화에 실패하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인 만큼 적법화 유예기간이 만료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로지 가축만을 보고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주변에 해를 끼친 것도 아니고, 국가나 지역에 나쁜 영향을 미칠 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심경은 어떻겠는가. 또 이들의 가족과 직원들의 앞날은 누가 책임져야 하나.
우리 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는 무허가축사 적법화 상담실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는 사연들이 이어지고 있다.
잘못이라곤 보다 더 돼지를 잘 키우고, 보다 더 깨끗하게 키워보겠다는 생각에 내 농장 구조를 조금 바꾸고, 시설을 덧붙인 정도가 전부라는 농가들이 상당수다. 더구나 우리 조합 관내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농장을 할 수 없는 지역으로 묶여 손쓸 방법도 없이 문을 닫아야 하는 사례가 유난히 많아 더 속이 탄다.
주변에서는 정부가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난리다. 그러나 정작 피해당사자인 이들은 정부를 욕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쏟아부을 힘조차 없다. 혹시나 살아남을 방법이 생길까, 오랜시간 하루하루를 살얼음판에 지내온데다, 지금은 막막해져만 가는 앞날 걱정에 지칠대로 지쳐있는 모습이다. 살아남을 양축농가라도 마음이 편할리 없을 것이다.
수십년간 희노애락을 같이해온 동료, 선후배 농가들이 삶의 터전을 잃은 채 거리로 내몰리는 모습을 손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 뿐인가. 지금은 아니더라도 이런 나라에서 축산을 하고 있기에 언제라도 다른 이유로 똑같은 처지에 놓일수 있다는 불안감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러다보니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른다.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허가축사를 규제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가축분뇨와 무허가축사가 무슨 관계가 있나. 정말로 무허가축사를 모두 없애면 가축분뇨 관리와 이용이 잘 되고, 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믿고 있다면 빗나가도, 한참을 빗나갔다. 오히려 말도 안되는 법률이나 정책 때문에 한국 축산이 반토막 났을 때, 이로인한 부작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거창하게 식량안보를 운운하고 싶지는 않지만 수입축산물도 믿을 수 없는 시대다. 이상기후가 심화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대처 불가능한 가축질병이 창궐하고 있다. 전세계 축산물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돈 주고도 수입축산물을 살수 없는 상황이 올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으름장이 아니다. 당장 예방법이 없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 전 세계 양돈업계가 공포에 떨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이제 우리 지척이자, 세계돼지의 절반이 사육되고 있는 중국에 도달했다.
국민들에게 물어보자. 우선 무허가축사를 없앤다고 해서 국민들이 실감할 수 있는 혜택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국내 가축사육이 절반으로 줄고, 국산 축산물가격이 올라 ‘가진 사람만’ 의 전유물이 돼도 정말 괜찮은지. 그나마도 수입축산물 마저 구하기 힘든 상황이 올수 있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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