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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논단>도덕적 가치의 확장…동물복지의 확대

  • 등록 2018.07.13 10:45:08

[축산신문 기자]


전중환 농업연구사9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환경과)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단어들 중의 하나가 도덕(道德)과 윤리(倫理)일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많은 교육과정들 속에서 수없이 반복되었던 단어로 사람의 사고나 행위 등에 대해 판단해 구별하고, 특정지어 규정하는 인지적 기준으로 활용된다. 최근 들어 축산에서의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축산분야에서도 도덕과 윤리에 대한 단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인 축산농장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도 가축의 고통을 배려하는 동물복지 축산을 선택하는 축산인들은 동물복지 가축관리의 도덕적 가치(moral values)에 대해 개인적 신념을 이야기한다. 이와 더불어 동물복지 인증마크가 부착되어 있는 축산물은 일반 축산물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데 이를 구매하는 것은 축산환경의 개선을 이끄는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ption)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동물복지 축산의 도덕적 가치와 윤리를 고민하고, 사회적 합의를 위해 대화하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 도덕적 가치의 확장

인류가 처음 나타난 것은 300~500만 년 전으로 알려져 있으며, 선사시대부터 구석기, 신석기를 거쳐 청동기, 철기시대를 통해 도구의 사용이 발달해 왔다. 이러한 도구의 사용이 발달함과 동시에 씨족, 부족, 국가 단위로 사회집단이 발달했다. 신석기부터 같은 핏줄을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진 씨족사회가 출현하기 시작했으며, 씨족이 합쳐져서 씨족 연합체인 부족이 생겨났다. 이후 청동기에 접어들면서 혈연(血緣)이 아닌 지연(地緣)을 바탕으로 하는 국가가 탄생하였다. 이러한 사회의 확대는 도덕적 가치의 확장을 가져왔다. 처음 씨족사회에서는 집단구성원인 피를 나눈 친족이나 친척과 음식이나 재산을 함께 나누는 것이 전부였다. 이후 부족사회가 되면서 다른 씨족과의 융합에 의해 제도와 구성원들의 역할이 생겨남으로써 제도를 잘 지키고 맡은 바 역할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한 도덕적 가치가 되었다. 부족사회가 국가로 확대되면서 사회를 유지하고 안정시키기 위한 제도가 강화되고 권력이 집중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국가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사회문화가 발달하였고 구성원들에게 요구되는 도덕과 윤리가 더욱 구체화되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가치와 윤리는 과거부터 계속해서 확대되어 온 결과이며,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과 융합뿐만 아니라 우리가 생활하는 주변 환경까지 그 범주에 포함된다. 인류의 문화와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우리의 시각과 관념이 확장되었으며 사회에서 요구되는 도덕적 가치와 윤리의 범위도 함께 확장된 것이다.


# 동물복지의 확대

현재 동물복지를 선도하는 곳은 영국을 포함한 유럽이라 할 수 있으나, 과거에는 지금의 모습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18세기 유럽에서는 사람이 몽둥이로 동물을 때리거나, 지나가는 마차에 개가 치어죽거나, 길어서 가축을 도축하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동물학대가 만연했으며 이러한 광경에 대해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광경들을 많이 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이런 모습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런 상황들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불법 포획된 돌고래 제돌이를 자연으로 돌려보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에서 도덕과 윤리의 비약적 확장을 찾을 수 있다. 

국내 동물보호, 동물복지의 확대과정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학대와 식육에 대해 매우 제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점차 모피(毛皮) 생산의 문제점과 야생동물의 불법포획까지 동물보호와 동물복지의 관심대상으로 포함하기 시작하였고, 실험동물의 이용에 대해 축소와 대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가축들의 사육환경에 대한 개선을 요구할 정도로 동물복지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 축산에서의 동물복지와 사회적 합의

축산에서의 동물복지는 항상 많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데 그 이유는 ‘가축 생산을 통한 이윤 창출’이라는 축산의 기능성 때문이다. 이러한 축산의 기능성이 ‘동물이 느끼는 고통을 배려’한다는 동물복지의 기본개념과의 충돌을 야기한다. 개인의 선택으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돌보는 것과 축산물 생산을 위해 가축을 사육하는 것과는 출발점부터 다르며 동물복지에서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엄연한 차이가 있다. 일부 동물보호 운동가들은 농장동물(가축)의 사육을 반려동물을 돌보는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비윤리적이라 비난하며 축산을 부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물성 단백질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며, 동물복지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축산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동물복지를 바라보는 시각적 차이를 인지한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논란에 대해 많은 대화가 이뤄졌으며 일정부분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는데 그것이 지금의 동물복지 법률과 동물복지 인증기준이다. 서로의 산업과 영역에 대해 인정하고, 축산의 경제성과 동물복지 사이의 절충점을 찾아 가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동물복지와 관련한 우리나라의 상황은 예전 유럽에서 축산분야의 동물복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을 때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다시 말해 사회의 구성원들이 축산에서의 동물복지를 이야기할 정도로 사회의식이 성숙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축산에서의 동물복지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으며, 생산자들과 동물보호단체를 포함한 사회구성원들 간 서로를 이해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동물복지를 위한 사회인식, 법률제도 및 사육여건 등의 균형적 발전을 고려해야 할 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