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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론>수입 축산물이 프리미엄 대접 받는다면

서울 강남 한복판에 수입육 구이 전문점 성업
스페인산 이베리코 돈육은 없어서 못 팔 지경
국내산 프리미엄 무색…무얼로 경쟁해야 하나

[축산신문 윤봉중 회장]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시절 우리는 ‘국산품 애용’이라는 구호를 입에 달고 살았다. 변변한 기술도 자본도 없던 우리나라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밑바탕에는 이런 눈물겨운 사연이 숨어 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얼마나 살벌했던지 수입품사용은 ‘죄악’으로까지 인식될 정도였다. 양담배 흡연을 단속하기 위해 전매청에 사법권을 가진 단속반이 있었고 1960~70년대 초중고생들은 국산품 애용이라는 표어가 적힌 비닐리본을 명찰과 함께 달고 다녀야 했다.
1980년대 이후 불어 닥친 개방화의 물결 속에서 위태로워 보였던 한국축산이 지금까지 선방(善防)을 해온 것도 국산축산물을 애용해준 국민들의 사랑이 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경제개발 시절의 무조건적 국산품애용운동과는 경우가 좀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국내산 축산물을 애용해준 국민들의 사랑이 한국축산을 개방파고로부터 이만큼이나마 지켜준 방파제였음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 국민들의 국내산 축산물사랑은 가히 절대적이었다. 국내에 상주하고 있는 미국이나 호주 축산관계자들은 한국인들의 한우사랑이 거의 신앙에 가깝다며 고개를 흔든다. 국산돼지고기를 한돈이라 명명(命名)한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 것이다. 국내산과 외국산이 혼재한 축산물시장에서 한우고기를 축으로 한 국내산은 프리미엄급으로 대접받아 왔다.
그런데 최근 ‘방파제’ 곳곳에서 균열조짐이 보인다고 걱정들이다. 말이 균열조짐이지 아예 무너지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고기를 취급하는 식당엘 가면 과거엔 원산지 표시라는 최소한의 ‘면피’만 한 채 영업했지만 이젠 버젓이 드러내고 보란 듯이 영업을 한다. 강남 한 복판에 수입쇠고기구이 전문식당이 성업 중이고 브라질 스테이크 전문점엔 젊은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그야말로 인기폭발이다. 시장의 이런 변화를 일찍이 간파한 한 대형마트는 스페인으로 이베리코 돼지고기 구매팀을 파견하는 등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입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우유도 예외는 아니어서 치즈나 버터 등 유제품은 수입이 프리미엄으로 대접받는다. 시유소비가 늘지 않음에도 수입유제품 때문에 1인당 우유소비량은 늘어나고 있다.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강남 한 복판에 미국쇠고기 구이전문점이 생겨나고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프리미엄돈육으로 대접받는 걸 우리는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이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고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이걸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사실 축산물의 자급률 하락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그에 맞는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정책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어차피 품질과 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면 하나라도 잡아야 하지만 브랜드정책의 실종에서 보듯 축산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업계의 대응도 안이하기는 오십보백보다. 축산업과 축산물에 대한 대국민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은 시작과 동시에 흐지부지되고 모두 제 팔만 흔들고 있다.
우리는 시장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이에 대응할 역량은 있는 걸까? 자급률이 곤두박질치고 수입축산물이 고급으로 대접받기 시작한 최근의 축산물 소비동향은 한국축산에 이런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시장을 따라잡지 못하면 미래가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