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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논단>건강 자유인 vs 비건강 노예

  • 등록 2018.02.07 11:09:04


정 윤 섭 원장(오산 양생의원)


일반적으로 정신적으로 이상이 없고 의사와 같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자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상태를 건강 상태로 생각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를 질병 상태로 간주한다. 그러나 실제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면 건강과 질병 사이에 중간 지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미병(未病) 영역이라 부른다. 아직 병이 되기 이전이라는 의미다. 전체를 하나의 연속 공간으로 가정할 때 건강, 미병, 질병 영역들이 이 공간 속에 각자 다른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여기서 건강 영역을 제외한 미병과 질병 영역을 합쳐서 ‘비건강(dis-ease)’ 영역이라 부를 수 있다.
비건강이란 말은 원래 우리나라에는 없던 단어다. 우리는 비건강(dis-ease)이란 서양 용어를 번역할 때 ‘비건강’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질병’이란 단어로 번역 했다. 질병이란 여러 원인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상태를 일컫는 단어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을 무척 두려워했던 것 같다. 그래서 건강의 상대적 개념으로 “비건강”이란 단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질병’이란 단어로 받아들여 사용해 왔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내가 왜 이런 복잡한 철학적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건강을 질병보다는 비건강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질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건강과 비건강의 관점에서 현상을 들여다보면 건강의 위치가 보다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스런 질병의 상태로 접어들어 그때 가서 늦장 치료를 시작하는 잘못된 행태를 지양하고 미병 단계에서 미리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게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어서 이 개념을 활용하자는 의도에서 그런 것이다. 어차피 질병은 우리가 정신을 차리고 적극적으로 예방하고자 노력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걸릴 수 밖에 없는 필연의 과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질병은 온다’라고 믿고 이를 못 오게 방어한다는 마음으로 사는 것만이 유일하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이란 사실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런 마음가짐을 평소 가지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자각하지 않고 살고 있다. 그래서 건강을 해치는 행동들을 아무 생각없이 또는 훗날을 생각하지 못하고 마구 행하고 있다. 심지어 그런 행동을 자랑이라고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런 행동들을 하면 할수록 건강 영역에서 비건강 영역으로 언제든지 위치 이동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비건강 상태는 우리 스스로 선택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것을 ‘나는 몰랐다’, ‘억울하다’는 식으로 항변한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는 사람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비건강 상태는 남이 그렇게 만든 것도 아니고 오로지 자신이 그렇게 선택해서 간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남의 꼬임에 빠져 그 길을 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여러분의 책임이다. 따라서 올바른 선택을 위해 우리는 배워야 한다. 배울 능력이나 의지가 안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에 뜻에 끌려 다니며 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이런 사람들을 건강 노예라고 부른다. 반대로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건강 자유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나는 새해를 맞아 모든 사람들이 건강 자유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적는다. 이 세상에 아프고 고통스럽고 불편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희망을 품게 되는 시점이 자신이 비건강할 때이지 건강할 때는 결코 이런 소망을 갖지 못한다는데 있다. 그래서 한 번도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건강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하지 않던가? 마찬가지로 태어날 때부터 아픈 사람도 역시 건강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를 것이다. 왜냐하면 한 번도 자신의 위치가 바뀌어 본 적이 없어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이치를 깨닫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건강은 항상 아파본 상태에서 소중하게 여겨지는 가치이지 아파보지 않은 상태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매우 시시하고 하찮은 담론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아픈 사람들을 상대하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직업이 의사라고 해도 본인이 아파보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의사가 질병을 기술적으로만 접근하는 태도를 갖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 나도 한때 젊은 의사였을 때 건강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고 질병을 고치는 약과 기술만 가지고 있으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 이유는 내가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도 나이를 먹으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아지니까 건강에 대한 올바른 모습이 좀 더 뚜렷이 보이고 아픈 사람들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의사인 나도 이러한데 일반인들의 건강에 대한 이해 부족은 그 정도가 틀림없이 더 심할 것이라 예상된다. 특히 젊은 자식들이 병든 부모를 병원으로 모시고 왔을 때의 얼굴을 보면 ‘이해가 안된다.’, ‘한심하다’, ‘나도 힘들어 죽겠다.’는 등의 원망 섞인 표정이 역력하게 서려 있음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런 환자들에게 치료에 앞서 왜 건강해야 하는지를 먼저 자각시켜 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그들로 하여금 건강 노예로 살지 말고 건강 자유인으로 거듭나라고 말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점이 내가 젊었을 때 기술적으로만 일하던 모습과 나이 들어 성숙한 의사로서 일할 때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하지만 환자들은 자신이 병에 걸리고 아프게 된 것이 모두 내 책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자신이 그 동안 잘못된 선택을 한 결과로 인해 건강을 잃고 비건강 상태로 이동하게 된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제발 유전이니 환경이니 하는 남의 탓을 하지 마라. 그래야만 건강의 실체를 목격할 수 있고 다시 건강 영역으로 자신의 위치를 이동시킬 수 있다.
새해를 맞이할 때 마다 항상 올 한해 건강하게 해 달라고 빌지만 말고 건강 위치로 이동할 수 있는 실제적인 행동을 먼저 실천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