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위한 준비, 어느 정도 희생 감수해야
생산자단체 지도자 욕먹을 각오로 임해주길
“지금의 낙농현실 극복하려면 범 낙농업계가 힘을 모으지 않으면 안 돼.”
신촌목장 이윤우(74세) 원로(낙농육우협회 고문)는 이렇게 일갈했다.
지금은 목장경영을 아들 동진씨(44세)에게 넘기고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났지만 그의 낙농산업에 대한 남다른 열정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최근 목장에서 만난 이윤우 원로에게서 근황과 낙농산업에 대한 고견을 들었다.
-목장이전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집안 대대로 이곳에서 살았고, 1962년부터 이곳에서 신촌목장이라는 이름으로 젖소를 키웠는데 목장부지 가운데로 서울-문산 간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올해가 아마 지금 이곳에서 목장을 하는 마지막해가 될 것 같다. 이전할 곳을 찾고 있는 중인데 마땅치가 않네. 많은 축산인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지.
-낙농업계가 많이 어렵습니다. 수급문제로 몇 년째 발목이 잡혀있는데요.
나 역시 그 부분을 매우 걱정스럽게 생각하고 있어. 갈 길은 바쁜데 아무것도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수밖에.
협회와 서울우유, 유업체, 정부가 모두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
출산율이 떨어지고, 우유 소비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오래전에 나왔어. 근데 지금까지 그에 대한 대비는 하지 않고, 이제 와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대만 급급한 상태니 이를 어쩌면 좋아. 각자의 이익을 생각하기 전에 산업 전체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데 상황이 급하니 그러지를 못해.
낙농산업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머리를 맞대고 함께 살 길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은 모두 자신만 살기 위해 한발도 양보를 하지 않고 있어.
나야 지금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앞으로 낙농을 이어나가야 할 후배들이 걱정이야.
-새로 당선된 낙농육우협회장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은데
당연하지.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협회장은 욕먹을 각오를 하고 있어야 할 꺼야.
몸을 던지는 자리야. 자리를 누리는 자리는 아니야.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것이 어느 정도 희생이 없이는 불가능하거든. 그건 농가 뿐만 아니라 협동조합, 유업체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야. 회장은 대의를 위해 아픈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로 인한 회원들의 질타를 견뎌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 지금 임기를 시작하는 회장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어 때문에 그 무게를 잘 견뎌내야 할 꺼야.
덧붙여 한마디 하자면 지금까지 우리 낙농산업은 서울우유 중심으로 만들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해.
개방의 압박이 거세질 것이고, 그 파고를 견디기 위해서는 우리 낙농산업 자체가 훨씬 유연해 져야 하는데 지금의 구조로는 너무 힘들어.
거듭 강조하지만 협회, 조합, 정부, 유업체 가리지 말고, 범 낙농업계가 지속가능한 낙농이라는 목표로 함께 고민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