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가듯이 경마장을 찾는 수의과대학 4학년생들이 있다. 아침 일찍 경마공원에 도착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 학생들이 멈춰선 곳은 바로 서울경마공원 내 동물병원.
일제히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들은 뜻밖에도 팬과 노트를 꺼내 ‘전공수업’을 듣기 시작한다. 이내 경마공원은 베팅열기를 능가하는 학구열로 달아오른다.
경마공원이 이제 ‘학문의 전당’으로 새로운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각 대학의 요청에 따라 KRA 한국마사회(회장 장태평)는 서울대와 건국대 수의과대학 4학년 학생 총 115명을 대상으로 이달 2일부터 오는 7월 8일까지 7개월간 조별 로테이션(2~4주)으로 진행되는 정규교육과정을 최초로 개설했다.
특히 건국대의 경우 ‘전공필수’ 과목으로 개설된 만큼 건국대 수의학과 학생들은 졸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경마공원 동물병원에서 해당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조별로 2주(80시간) 동안 소화해낼 교육 일정은 체력적으로 만만치가 않다. 학생들은 동물병원, 재활센터, 마방, 말굽클리닉 등을 오가며 입원마들의 외상, 산통, 걸음 절음 등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임상실습’과 물리 치료로 경주마들의 뼈마디를 활성화시켜주는 ‘재활치료’를 공부한다.
아울러 마방 치우기, 말굽 갈기 등 ‘말의 관리’에 대한 교육을 거치고 임상 케이스 발표, 평가시험을 끝으로 교육과정을 마치게 된다. 심화과정(4주)에는 중환마 관리와 수술실 교육이 추가된다.
강의는 말 임상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구성됐다. 외과 분야는 경력 20년 이상의 한국마사회 수의사들이, 내과 분야는 국내 대학 최초 ‘말 내과 전문의’로 임용돼 화제가 된 서울대 수의대 ‘자넷 한’ 교수가 담당한다.
건국대 수의학과 4학년 노웅빈군은 "실제 말을 보고, 진료를 참관하면서 현장에서 수의사들이 하는 일들에 대해 피부로 느끼게 됐다. 앞으로 말과 관련된 진로를 고려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첫 수강 소감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