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서동휘 기자]
냄새 개선·비료비 절감…축산-경종 윈윈 모델
농가 살리고 환경 살리는 혁신 '여과액비'
기온이 올라가고 있는 요즘, 양돈농가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저장조에 가득 쌓이고 있는 분뇨와 액비 때문이다. 특히 액비의 경우 보통 파종 전에 수요가 집중되고 한창 작물이 자라는 여름철엔 뿌릴 곳이 없어 처리시설에 쌓여있게 된다. 과연, 액비를 연중 사용할 곳은 없는 것일까?
최근 강원 횡성군, 경기 포천시 등은 여과 액비를 현장에 도입해 농업 경영비 절감과 환경보전 효과를 동시에 거두고 있어 액비 활용의 모범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액비를 여과, 품질을 향상함으로써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액비를 연중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사용처를 발굴했고, 경종농가 입장에서는 비료값은 물론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여과 액비가 환경개선을 위한 상생 모델로 급부상 중이다.
‘여과 액비’란 고품질 가축분뇨 액비의 찌꺼기를 한 번 더 제거한 액비다. 여과 액비는 기존 액비 살포시 제기돼 왔던 ▲노즐 막힘 문제 ▲작물에 찌꺼기 부착 문제 등을 획기적으로 해결했다.
여과 액비는 파종 전 기비(밑거름)로 농경지에 살포해 연 2회 정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기존 액비와는 다르게, 작물이 재배되고 있는 과수원과 고추, 오이, 상추 등의 ‘점적관수’ 시설에서 추비(웃거름)로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액비의 연중 이용을 가능케 했다.
또한, 여과 액비는 부숙 과정을 통해 가축분뇨의 냄새와 암모니아 가스를 줄이고, 여과 과정을 통해 이물질을 제거했기 때문에 청결하고 균질한 비료로다. 더욱이 미량원소와 유익한 미생물이 함유돼 있어 작물의 뿌리 주변에 유익균이 우 점화되고, 비료 이용성 개선, 작물의 생육과 품질 향상에도 효과적으로 기여해 과히 혁신적인 비료라 할 수 있다.

연중 액비 이용 현실화…경축 순환농업 모델, 전국 확산
강원 횡성군의 경우 전문 컨설팅과 농가 참여를 기반으로 여과 액비 활용 면적을 현재 43ha까지 확대했다. 약 73개 시설에서 여과 액비를 사용하며 관내 액비 발생량의 약 94%를 여과 액비로 유통함으로써 액비 살포 문제를 해결했다. 아울러 이를 통해 연간 약 2억1천500만 원의 비료 비용 절감 성과를 달성한 것은 덤이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024년 농촌진흥청 주관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는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경기도 포천시는 시설재배 외에도 엽채류에 여과 액비 이용 확대를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했는데, 연구에 참여한 시금치 농가에서는 여과 액비 사용을 통해 화학비료 사용량을 줄이면서 1ha당 약 60만원의 비료값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부처 새로운 방식 도입 위한 적극적 협업…제도개선 완료
기존의 액비 이용 체계는 주로 밑거름으로 살포되는 방식에 맞춰져 있었다. 이에 여과 액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여러 법령과 시스템의 보완이 필요했었다. 당초에는 작물이 재배되고 있거나 시설이 설치되어있어 로터리(교반)를 할 수 없는 곳에서는 여과 액비를 사용할 수 없었기에, 여과 액비 사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액비 살포 후 로터리(교반) 의무화 규제를 완화함과 함께 웃거름 사용 기준 마련 등과 같은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요구됐던 것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는 가축분뇨 자원화 다각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긴밀한 협업을 통해 제도개선을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 2024년 12월까지 ‘가축분뇨의 자원화 촉진에 관한 규칙’과 ‘가축분뇨법 시행규칙’ 개정을 완료했으며, 이를 통해 여과 액비의 활용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여기에 더해, 농촌진흥청은 강원 횡성군· 철원군 등의 현장 사례를 기반으로 여과 액비 관비처방서 발급시스템을 개발, 농가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여과 액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번 제도개선과 시스템 개발은 액비 이용처 확대의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된다. 농진청은 앞으로도 여과 액비 활용 가능한 작물과 관비처방 서비스를 확대하고, 경축 순환 모델의 전국 확산을 위한 기술지도와 지원을 강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
강원 횡성·철원, 경기 포천시와 함께 실제로 여과 액비 연구 및 컨설팅을 추진한 한바이오의 이병오 대표는 “경종 농가에서도 관행 농법 개선의 효과를 체감하게 되면서 여과 액비 수요가 늘어나 농가에 공급할 액비가 부족한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여과 액비가 비료 과투입과 가축분뇨 적체라는 우리나라 농·축산업의 구조적 문제 개선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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