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농가들 분유 떠안기까지…“용도별차등가격제 취지 무색”
수급 안정 위한 제도개편 완수…현장요구 귀 기울여야
최근 국내 낙농업계가 안정적인 원유생산 여건이 흔들리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영유아수 감소, 대체음료 시장 확대, 외산 유제품 수입량 등으로 우유 소비감소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부터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남양유업이 집유조합 대상 원유계약 물량을 17% 감축했으며, 매일유업도 5~10% 수준으로 계약물량을 줄였다.
낙농진흥회는 용도별차등가격제를 도입하면서 유대정산방식을 집유주체 분기총량제로 적용했으나, 생산량 조절을 위해 지난 4월부터 일반 유업체들과 동일한 개별 분기총량제로 전환했다.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 후 생산비 증가액의 절반 정도만 원유가격에 반영된데다 보유한 쿼터만큼 온전히 정상유대를 받지 못하게 된 낙농가들은 계약 물량마저 줄어들면서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고 폐업을 고려하는 농가들도 여럿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납유처를 변경할 수 없는 낙농가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유업체의 조건을 따라야 한다.
특히, 이들 유업체는 용도별차등가격제에 참여하면서 국산원유 구매 확대 및 자급률 향상을 명목으로 정부지원을 받았지만 제도 취지를 벗어난 이탈행위를 벌이고 있는데도, 정부는 제도의 합목적성에 맞는 운영주체의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성토가 들끓고 있다.
빈번해진 이상기후와 소비부진으로 원유수급 불균형의 폭이 더욱 커진 것도 낙농산업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2년 전 럼피스킨 백신 접종과 여름철 무더위 등으로 교배계획이 밀리면서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원유생산량이 급증, 3월 기준 분유재고량은 1만2~3천톤 수준으로 전년동기(5천6백톤)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크게 늘어났다.
이를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지난 4월 집유(참여)조합들은 18만8천kg 분량의 전지분유 구매에 참여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원유수급분균형의 책임을 낙농가들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원유생산량이 급증한 것이 원유수급 불균형을 초래했다고는 하나, 전체 생산량이 평년보다 크게 늘지 않은데다 소비부진, 처리시설 부족 등의 문제도 있을텐데 원유계약물량을 감축한 유업체와 전지분유를 구매한 낙농가의 형평성이 맞느냐는 것.
업계 관계자는 “낙농가들은 정부의 약속을 신뢰하고 제도에 동참했지만, 당초 계획했던 예산도 편성하지 못하고 유업체들은 음용유 영역을 축소하면서 용도별차등가격제의 목표인 원유구매량 확대와 자급률 향상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낙농제도 개편 완수와 함께 원유수급 안정화를 위한 공공급식 확대와 분유가공시설 확충, 계획생산을 위한 농가와의 협력에 힘써줘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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