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2022년부터 시행 중인 우유바우처 시범사업은 수혜자들의 호평 속에 사업규모를 점차 늘려가며 무상학교우유급식을 대체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선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현실 기준에 맞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어, 우유바우처 사업이 전국적인 사업으로 확대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남겨졌다. 이에 백승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과 교사노조연맹(김용서 위원장)이 최근 공개한 ‘학교 우유바우처 시범사업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우유바우처 시범사업 현황과 보완책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10명 중 9명 긍정 평가…현실적 지원책 마련이 관건
자칫 급식률 위축되지 않도록 연착륙 행정력 집중을
▲전국 24개 지자체서 시범사업
농림축산식품부는 학교우유급식 사업을 통해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공급하던 무상우유를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로 제공하는 사업을 2022년부터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학교우유급식률이 점차 감소하면서 무상우유를 지원받던 취약계층 학생들의 낙인효과, 흰 우유 중심 공급에 따른 선택권 제한, 학교현장에서의 업무 부담, 도서·벽지 학교의 학생들의 공급 제한, 무상급식 우유의 중고 매매 사이트 판매 등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내놓은 것.
우유바우처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지역의 만 6~18세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는 우유바우처(월 1만5천원, 현금카드)를 발급받고, 편의점·하나로마트 등에서 국산 유제품(국산 원유 함량 50% 이상 함유된 가공유 및 요구르트, 치즈류)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2023년엔 28억원의 예산을 투입, 15개 지자체 수혜자 2만5천명을 대상으로 사업이 시행됐으며, 올해엔 75억원을 들여 28개 지자체 9만명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시켰다.
실제 집행률을 살펴보면 지난해 전국 15개 지역에서 대상자 1만7천938명 중 73.6%인 1만3천209명이 우유바우처를 신청했으며, 바우처 집행률은 평균 54.9%로 나타났다.
올해는 전국 24개 지역 대상자 5천3만987명 중 56.3%인 3만404명이 신청했으며 8월 기준 집행률은 43.1%을 기록 중에 있다.
학교 현장에서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농식품부가 진행한 ‘2022년 우유바우처 시범사업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책방향 동의(94.2%) ▲재신청의사(96.9%) ▲소비확산 기여(93.1%) 등 응답자 대부분이 사업방식 개편에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또한,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7.1%가 무상우유 지원방식 전환에 긍정적으로 답변했으며, 수혜자의 82.4%가 우유바우처가 취약계층에게 더 효과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지원금액 현실화 과제로 남아
우유바우처 사업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한편, 일각에선 실효성을 더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단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일단, 무상 급식우유에 들어가는 제품은 200ml 기준 530원 수준에서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우유바우처로 지원자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은 시중가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기존 우유급식에 비해 충분한 양의 우유 및 유제품을 구매할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접근성이 용이한 편의점의 경우 가장 가격이 저렴한 PB우유 200ml 제품도 개당 980원으로 학교우유단가 보다 2배 가량 차이가 난다.
만약 흰 우유가 아니라 가격이 높은 치즈나 가공유를 고른다면 구매 물량은 더욱 줄어든다.
대용량으로 구매하거나, 할인율이 높은 하나로마트를 이용하면 더욱 많은 양의 우유를 구매할 수 있지만 편의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사업취지와 다르게 선택권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것.
이에 이마트24 등 일부 편의점에선 우유바우처로 유제품 구매시 할인이나 1+1 행사로 가격을 낮추는 이벤트는 진행하기도 했으나, 단발성에 그쳤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단 의견이다.
게다가 도서·벽지의 경우 도시지역보다 마트나 편의점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제품군도 다양하지 못해 이용에 제한이 생긴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지원 금액이 현실과 동떨어지고, 사용에 불편함이 발생하면 수혜자가 사업을 이용하지 않게 되고, 결국 바우처 사업의 지원 비용이 불용액으로 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발생하는 이유다.
이 같은 우려와 관련해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국정감사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국회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은 1인당 바우처 지원 비용이 현실 기준에 맞지 않은 상태로 사업을 이어가게 된다면 우유바우처 수혜자들의 소비 자체가 줄어들어 전체적인 사업의 불용액이 커지고, 국산 원유량 증가를 통한 낙농업계의 발전 등 초기에 목표한 목적을 모두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학교우유급식과 발맞춰 시너지 살려야
학교우유급식에 제공되는 우유는 국산 원유 50% 사용 또는 어린이식품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기준이 제시되어 있지만 우유바우처는 국산 원유 50% 이상 사용이란 기준만 있다.
가공유의 경우 당분과 여러 첨가물들을 과하게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우유급식 취지에 부합하지 않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무상우유급식이 우유바우처 사업으로 대체될 경우 학교우유급식이 축소되지 않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행상 무상우유급식은 학생의 신분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상급식과 병행해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무상우유급식이 우유바우처로 대체되면 학교우유급식을 시행하는 학교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학교현장에선 무상우유급식으로 인한 업무경감을 위해 우유바우처 사업이 필요성을 강조하고하고 있다.
다만, 현재 시범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우유바우처 사업이 연착륙을 하기 위해선 집행률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홍보가 이뤄져야 하며, 지급금액의 현실화, 구매 품목의 다양화 및 단가인하 , 온라인 구매창구 마련 방안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또, 우유바우처 사업이 기존의 무상우유급식이 지니고 있는 취약점을 보완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생겨난 제도인 만큼 학교우유급식률 제고를 위한 내실있는 운영도 함께 요구되고 있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