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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금

<기고> 오리발이 서운해

 

동물복지인증에 수욕(水浴) 시설이 왜 필요한가?

 

농업연구사 임세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연구팀)

오리발이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누군가는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라는 속담을 떠올릴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오리의 발 구조를 본 따 만든 수영 장비를 생각할 것이다. 오리발의 물갈퀴는 발의 전체 표면적을 넓혀 물에서의 움직임을 돕는 구조다. 물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오리의 생존을 위한 진화적 적응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오리는 별도의 수욕(水浴) 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깔짚, 왕겨 등을 제공한 평사에서 사육되고 있다. 오리 농가의 깔짚 관리는 비용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항목으로 음수조차도 누수를 최소화하는 니플 형태를 이용하고 있다.

 

결국, 현재 대다수의 오리는 음수 외에는 물에 전혀 접근할 수 없는 사육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까닭에 오리가 태어났을 때부터 도압될 때까지 수욕을 하지 못하니 오리발의 존재가 무색할 지경이다. 지금의 오리 사육 방식은 생산성 향상과 관리의 편의성으로 축산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것도 사실 이지만,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동물복지가 대두되면서 수욕 공간 제공 등 사육시설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 축산분야에서도 동물복지 향상 요구가 거세짐으로 인해 지난 2012년부터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가 도입돼 시행 중으로 올해 2월 말 기준 소, 돼지, 닭 등을 합쳐 455개 농가가 동물복지 인증을 획득, 운영되고 있는 상태다. 그중에서 닭은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가가 395개소(산란계 242개소, 육계 153개소)에 해당하는 반면, 같은 가금류지만 오리의 경우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가가 전무하다.

동물복지 오리농장 인증 기준에서는 일반 축산과 달리 ‘수욕 공간 제공’을 포함하고 있어, 오리농가들이 수욕 시설의 설치비용과 관리의 어려움으로 인해 동물복지 인증 농가로의 전환을 꺼리고 있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외국에서도 ‘수욕 공간 제공’건으로 오리농가들은 동물복지 인증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oy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 (RSPCA) Assured(영국), Humane Choice(호주), Animal Welfare Approved(미국) 등의 인증 기준에서는 ‘최소한 오리가 머리를 담글 수 있으며 물과 관련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일정 규모의 수욕 공간을 제공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동물복지적인 측면에서 물새인 오리에게 물에 대한 접근이 단순한 선호도를 떠나 적절한 행동 표출 및 개체 발달과 건강 관리 측면에서 꼭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2015년에 발표된 RSPCA의 보고서에서는 오리가 물에서 머리 담그기, 탐색하기, 몸 다듬기, 수영 등 다양한 행동을 나타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행동 표출을 위해 수욕 공간은 필수적이라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Animal Liberation에서 2013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오리가 물에 접근하지 못하면 감염 및 호흡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체온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오리의 건강을 위해 수욕 공간은 매우 중요하다고 하고 있다. 이에 외국에서는 복지와 경제성을 충족하는 최적화된 조건을 갖추기 위해 적절한 깔짚 종류, 수욕시설의 형태, 수심, 수온 및 농장 내 위치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는 기존의 국내 오리 사육 여건 등을 고려할 때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하지만 동물복지 인증에서는 ‘본능적 행동 표출과 건강’이라는 목적을 중시하므로 수욕 공간 제공은 포기할 수 없는 항목이다.

따라서 지금은 동물복지 인증에 있어 ‘수욕 공간 제공’이라는 기준을 없앨지 말지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수욕 공간 제공 시 발생하는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할 시기다.

 

이에 동물복지 인증 활성화를 위해 아래의 세 가지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오리의 수욕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해야 한다. 오리의 수욕 공간 제공은 동물복지에서 요구되는 가장 기본 조건이기 때문에 본능적 행동 표출의 자유가 전제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의 진입은 어렵다. ▲둘째, 깔짚 관리와 수욕 시설 관련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 애로사항에 대한 해결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제도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관련 법률 개정 등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동물복지 사육에서는 분뇨처리 및 방목 등 관련 법안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 완화 및 제도 개선도 요구된다.

 

동물복지 인증 활성화를 위해서는 앞서 기술한 대로 각계각층의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위의 3박자가 고루 갖춰진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동물복지 오리농장을 쉽게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더는 오리발의 존재가 무색하지 않게 그 쓰임을 다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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